| 지능형 홈 산업 포럼 초대회장 권욱현 교수 | 2006.02.24 |
‘일’밖에 모르기에 우리에겐 더욱 고마운 사람
자신의 인생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며 바친 사람들은 대개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마련이다. 요즘엔 모든 일에 능숙한 멀티플레이어가 환영받는 시대라지만, 결국에는 앞뒤 안돌아보고 ‘우직하게’ 자신이 가야할 길만을 걸었던 사람들이야 말로 그 성공이 보장된다는 것.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더욱이 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말이다. 칼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던 날. 더플코트에 목도리로 중무장한 기자가 지능형 홈 산업 포럼 초대회장으로 선임된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권욱현 교수를 만나고 나서 잠시 들었던 단상(斷想)이다.
지능형 홈 산업은 정보통신 기술의 최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능형 주거공간에서 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정보가전기기, 부품,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산업으로서 정보통신 인프라 강국인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다. 이로 인해 정부에서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선정하는 등 산업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향후 5년간 이 산업에 정부와 민간자금을 합쳐 약 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봐도 이 산업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기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중요성을 띤 지능형 홈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 발족된 ‘지능형 홈 산업 포럼’의 초대회장을 맡았던 권욱현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학계에서, 산업계에서, 정부에서 두루 신망받는 인물로 신임회장으로는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권 회장은 산·관·학을 조율해나가며, 국내 홈 네트워크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본업 외에 맡고 있는 직책만도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인 상황에서 지능형 홈 산업 포럼의 회장직을 그는 수락했다. 국제자동제어연맹(IFAC) 차기회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부의장, 국제전기표준회의(IEEE)·제3세계과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한림원 펠로우(Fellow) 등에 이어 지능형 홈 산업 포럼 회장이라는 직함까지 하나 더 늘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를 늘 기뻐하는 사람이다. 국내 ‘지능형 홈 산업’ 육성이라는 중책 맡아 “지능형 홈 산업 포럼의 발족은 이 산업을 정부에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채택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어요. 지능형 홈 산업은 모든 산업이 연계되어 있는 분야로, 정보통신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권욱현 회장은 포럼의 1차 과제로 관련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포럼 산하에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풀어야 할 규제들을 찾아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는 것. 또한, 동북아 지능형 홈 포럼 결성추진 등의 국제협력 모색, 원천기술 개발, 표준화 활동, 그리고 시범사업 추진 등 선정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으로 선임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 회장은 “나도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어요”라며 웃는다. 그러나 후에 덧붙인 말에 그가 선임된 까닭이 이내 너무나 자명해졌다. 그는 포럼 발족 전까지 산업자원부의 지능형 홈 네트워크 연구사업 자문단장을 맡았고, 지도교수로 있는 제어정보 시스템 연구실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가전업체들과 함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최근 3년간 홈 네트워크 기술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여기에 더해 산업정책심의회 의원과 전력정책심의회 의장 등 산업자원부에서 활동한 경력이 오래됐으니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했겠는가. 업계·학계·정부 모두에서 각각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포럼을 운영해 나갈 최적의 인물로 권 회장을 꼽았던 것이다.
홈 네트워크 표준 제정에 기여 권욱현 회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정통 엘리트 코스로 꼽혔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더구나 고교평균화 이전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고를 우등으로 졸업했던 그는 지금의 ‘이공계 기피현상’과는 사뭇 다르게 당시 최고 인기학과 가운데 하나였던 전기공학과를 선택했다. 그 후, 그는 미 하버드대의 Fellowship 장학금 입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브라운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으로 제어공학을 전공하면서 자동제어와 홈 네트워크 분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언뜻 생각할 때 자동제어와 홈 네트워크 분야가 전혀 다른 분야가 아니냐고 자문하는 독자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두 분야 모두 핵심기술은 동일하다고 권 회장은 설명한다. 디지털설계·프로그램·소프트웨어·시스템 기술 등이 자동제어나 통신분야로 채용되면서 조금씩 달라질 뿐이지 기본기술은 같으며, 더구나 최근에는 관련기술이 하나로 통합화·융합화 되는 추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분야 간 명확한 구분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브라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모교인 서울대학교로 돌아와 제어정보 시스템 연구실을 담당하면서 자동제어와 홈 네트워크 관련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이론연구는 자동제어를 위주로 했지만, 실용연구에 있어서는 네트워크 관련연구를 많이 수행했다는 그는 초기에는 산업용 네트워크 위주로 진행하다가 홈 네트워크 분야로 연구중심을 옮겨가게 된다. 이를 통해 얻은 성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전 홈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의 표준인 HnCP(Home network Control Protocol)를 제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그와 그의 제자들이 개별 네트워크 가전기기의 통합 신뢰성 테스트를 담당했던 것이다.
“지능형 홈 산업에서는 자동제어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자동화도 크게 보면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인데,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생활하는 가정이 우선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안전이 보장된 바탕 위에서만이 편리성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능형 홈 산업의 세부분야 가운데서도 홈 시큐리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권 회장은 지능형 홈 산업에 있어 홈 시큐리티 분야의 비중을 이렇듯 강조한다. 지난 한해가 홈 네트워크 분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한해였다고 평가하는 그는, 포럼이 결성되고 관련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 분야의 국내 기술수준과 업계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홈 네트워크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의 장점은 삼성, LG와 같은 세계적인 종합가전업체들이 있고,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과 높은 IT 인력수준, 아파트형의 주거문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천기술 부족과 협력연구의 미비, 그리고 표준화의 진척이 느리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볼 수 있죠.” 장점은 계속 키워나가고,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산업계 간 공통이익을 도출해내는 게 포럼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는 게 권 회장의 말이다. 연구자로, 그리고 벤처창업의 대부로 살아온 삶 주변 사람들이 권욱현 회장을 평가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면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자동제어·홈 네트워크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업적을 남긴 연구자로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도했던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켜 국내의 유명 벤처기업들을 다수 키워낸 서울대 벤처창업의 대부로서의 그다. 연구자로서의 그는 앞서 언급했던 다수의 직함과 수상경력으로 대변될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자동제어연맹의 차기회장이라는 자리, 각종 국내외 학회의 펠로우라는 명예, 브라운대 공대동문 메달수상과 대학민국학술원상 수상 등이 그가 성취했던 연구자로서의 삶을 말해주고 있다. 그간 수상했던 수많은 상과 맡았던 직함 가운데 가장 기쁘고, 기억에 남는 상이 무엇이었냐는 우문(愚問)에 “어느 상이나 모두 기쁘고, 어떤 직함에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는 현답(賢答)으로 기자를 머쓱하게 한 그는 “수상 자체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이 기분 좋고, 어느 단체에서건 나를 필요로 하고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서울대 벤처창업의 대부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벤처 바람이 불기 전인 10년 전부터 제자들에게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사회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라며 창업의식을 북돋운 벤처창업의 선구자였던 것. 현재 국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10여개 이상의 벤처기업들이 그의 연구실 출신들이 만든 회사다.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을 비롯해 파인디지털의 김용훈 사장, 그리고 보안업체로 기자에게도 낯익은 우리기술의 김덕우 사장, 슈프리마의 이재원 사장 등이 바로 그의 지도와 영향을 받아 벤치기업을 창업, 성공적으로 경영함으로써 국내 IT 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주역들이다. 이렇듯 산업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2000년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주최한 제1회 신지식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가가치 창출하는 이공계 참 역할 인식해야” 그는 지난해부터 맡게 된 지능형 홈 산업 포럼 회장으로서의 역할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키워내는 교수로서의 삶에 남다른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그의 제자사랑 또한 남다르다. 지난 2001년에는 권 회장과 그의 제자였던 벤처기업인 14명이 서울대에 사재 12억원을 기부했으며, 2002년에는 동료교수들과 함께 장학금을 쾌척하는 등 ‘이공계 기피현상’이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후배들이자 제자들을 위한 물질적·정신적 후원에 적극적이다.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새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지금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CEO들이 상당수 이공계 출신임에도 학생들은 리더로서의 꿈보다는 당장 안정적인 직업만을 선호하다 보니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향후에 정부의 이공계 지원책이 좀 더 활성화되고,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면 곧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 그는 무엇보다 이공계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분야임을 학생들이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돌이켜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항상 다짐했다는 그는 정작 지금에 와서 보면 ‘너무 일에만 묻혀 살아오지 않았나’라는 후회가 들기도 한단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독서라고 답했던 그이기에 오죽 할까 싶었다. 그러나 기타, 태권도, 당구 등 여러 가지를 배우려고 시도해봤다는 그다. 번번이 도중하차했다지만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골프를 꾸준히 치고 있다는 그는 자신은 ‘일’ 한 가지 밖에 잘하지 못해 능력 많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웃는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달리고, 또한 이것으로 국가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성취와 신망까지 얻었다면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멀티플레이어보다는 그와 같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닐까. [권 준 기자(joon@infothe.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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