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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책으로 공부해서는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없다 2009.07.23

“불법복제는 타인의 노력과 재산을 훔치는 일”

어린 시절 몸에 밴 습관이 평생을 가는 것 처럼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콘텐츠의 불법복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즉 남의 권리를 침해하고 훔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소비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47.3%, 즉 절반 가량이 최근 1년간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런 사용자들이 일주일에 한편 이상을 꾸준히 내려 받는다고 응답했다.

컴퓨터를 일상 도구로 활용하는 청소년층과 젊은 계층의 경우는 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결국 어린 시절부터 매주 한 차례 이상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산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싸고 편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콘텐츠의 불법복제에 따른 직접 피해자는 물론 저작권자이다. 그러나 간접적 피해는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미친다. 그리고 최후의 피해자는 국민과 국가가 될 것이다. MP3 기기가 보편화되고 콘텐츠의 불법 복제가 일반화 되면서 음반 산업이 위축되고 시장이 좁아진 현실을 이미 경험했다. 결국 우리 모두가 대가 없이 편하게 누린 결과인 것이다. 음악이나 영화, 문학과 예술 등 문화산업은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 부가가치를 낳는 황금의 영역이다. 과거 극장과 음반만으로 콘텐츠가 유통될 때도 그랬다. 콘텐츠에 접근함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상 제약이 없어진 오늘날 유통 시장은 훨씬 넓어졌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이 불법 복제를 해서 사용한다면 그 시장에도 미래는 없다.

결국 빠르고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역으로 자원이 집중될 것이고 시장에 내놓는 문화상품의 질은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미 국내 전통적인 음반시장은 붕괴됐다. 불법 다운로드를 당연시하고 더러는 자랑스럽게까지 과시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존재할 곳은 없는 것이다.

 

불법복제율 10% 감소하면 IT산업 48% 성장

“훔치지 마라.”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라는 이야기다. 인류의 도덕률 중 시대와 민족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덕목이다. 대가 없이 남의 것을 가져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당연하던 이 도덕률이 언제부턴가 무색해졌다. 적어도 지식재산권과 소프트웨어 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간다. 불법복제는 타인의 소중한 자산을 ‘무형’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가 없이 가져다 쓰는 것임에도 말이다.

다국적 영화배급사 중 한 곳은 국내 DVD 시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볼 수 있는 영화는 점점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영화시장의 경우 제작자는 극장과 DVD 시장에서 비슷한 수익을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극장에서만 8할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DVD 시장이 거의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용자들이 IT 강국답게 인터넷을 통해 초고속으로 불법 다운로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마다 자리 잡고 있던 비디오 대여점은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의 결과이다. 나중에는 돈을 내고 영화 한 편을 빌려 보려고 해도 멀리 가거나 아예 불가능해져서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를 것이다. 하나의 산업 형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경제적인 이유와 편하다는 이유로 다운로드를 일삼은 대가치고는 너무나 크다.

음반과 영상의 온라인 유통시장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황금시장이다. 애플사는 온라인 음반시장을 개척함으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소니픽쳐스텔레비전도 자사의 영상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배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기타 대형음반사와 영화제작사, 방송국과 하드웨어제작사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맞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블루오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가량이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상황이라면 가망 없는 레드오션일 뿐이다.

“한국은 43%로 전년과 동일한 불법복제율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평균 41%에 2% 부족한 것이며 지재권 보호 선진국(TOP 25) 기준인 41%에도 마찬가지로 2% 부족한 수치이다. 우리나라는 OECD 30개국 중에서는 2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피해액은 약 6억 2천만 달러(미화)로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하여 조사 대상 110개국 중 15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인 반면 피해 규모는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IDC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실태에 대한 보고서에 인용된 우리나라의 평가이자 현실이다.

국내에서 불법복제율을 조금만 낮춰도 상상할 수 없는 경제효과가 나타난다. IDC에서 발표한 소프트웨어 경제유발효과 연구보고서는 불법복제율이 10% 내려갈 때 IT산업의 48%가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약 2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물론, 3조원 가량의 GDP가 상승하는 등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약 60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파급 효과를 역설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관련 산업의 성장과 기업가치의 증가, 산업 활동의 활성화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급효과다.

경제침체를 염려하고 다양한 진단과 정책을 내놓고 있는 요즘의 상황을 고려하면 불법복제율의 감소를 이끄는 것은 가장 쉽게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다. 수십 개의 공장을 짓는 것 보다 더 큰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며 IT분야에서 확실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나아가 지적재산 관련 외국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이기도 하다.

 

타인의 지적재산권 보호해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불법복제에 있어 국내 상황은 명암이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불법복제율이 완만하게나마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부정적인 부분은 피해액의 규모가 점차 증가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국내 콘텐츠의 불법복제가 증가하고 있어 연관 산업의 피해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 불법복제율을 낮추지 않는다면 해외에서 우리의 권리도 떳떳이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 시절 몸에 밴 습관은 평생을 간다. 불법복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고 훔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야 한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고 가르치듯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지켜주고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더 이상 지식경제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당당히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아니라 기껏해야 남의 것을 훔치거나 베껴 써야 하는 하이에나와 같은 무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집안에서도 일러줘야 한다. 불법복제의 피해가 결국 자신과, 사회, 국가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하는 것이 단순한 파일 하나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타인의 노력과 재산을 훔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지킬 수 있는 교육이다.

훔친 책으로 공부한 사람은 결코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없다. 훔친 음악과 영화로 즐거움을 찾는 이는 결코 고귀한 사람이 될 수 없다. 훔친 소프트웨어로 만든 결과물의 가치는 주장할 수 없다. 남의 것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자신마저 존중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책 도둑은 그저 파렴치한 도둑일 뿐이다. 

<글:정재훈BSA(Business Software Alliance,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Korea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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