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칼럼]플랫폼의 변화가 소프트웨어 권력을 교체한다 | 2011.01.25 | ||||
옛날 전래동화 가운데 ┖두루미와 여우┖ 이야기가 있다. 여우의 집에 초대되어 간 두루미는 거기서 접시에 놓여 혀로 핥아 먹어야만 하는 음식을 대접받았다. 긴 부리가 방해된 두루미는 아무리 애써도 전혀 먹지 못했다. 그 후 두루미는 여우를 초대해 긴 호리병에 든 음식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긴 부리를 써서 자유롭게 빨아먹었다. 당연히 부리가 없는 여유는 애를 써도 전혀 먹지 못했다. 오늘날 첨단 IT계에도 이런 옛날 동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소프트웨어 권력교체다. 30여 년 전에 PC는 애플2를 제치고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MS의 DOS와 윈도우였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로터스와 오피스를 앞세운 PC란 플랫폼은 윈도우 위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다. 같은 시기에 물론 훨씬 우수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시장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로 PC와 호환되지 않고 윈도우에서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20년은 앞섰다고 불린 매킨토시조차도 오로지 플랫폼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외면 받았다. 그야말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내놓아도 플랫폼이란 병이 다르면 전혀 상대가 먹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PC와 윈도우의 권력은 확고했다. 어떤 신기술이 나오든, 어떤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든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기존의 윈도우에서 돌아가는지, PC와 호환이 되는지를 먼저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혁신적인 발전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동시에 MS의 순이익만 계속 늘어났다. 마치 두루미처럼 애플은 MS가 내놓은 접시에 담긴 어떤 좋은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PC의 역할이 전부 가능한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세상을 열자 이런 플랫폼 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람들은 원래부터 스마트폰에 컴퓨터와 호환성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은 재빨리 시장을 선점하고는 오히려 자사의 플랫폼인 맥과의 연계성을 부여했다. 여우에게 골탕 먹은 두루미처럼 이번에는 타사가 접근하지 못하게 긴 호리병에 음식물을 담아놓은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앱┖은 여러모로 PC의 소프트웨어와 닮았다.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 제한된 메모리와 처리속도, 화면크기 등으로 인해 간결하고 쉬운 인터페이스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아이폰에서 연 ‘앱 스토어’는 쉬운 사용법과 간편한 다운로드 판매방식 덕분에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상당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윈도우와 호환되지 않는 것이 약점이 되어 압박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반대로 윈도우와 호환이 되지 않기에 전통의 강자였던 MS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의 앱스토어를 견제하는 라이벌조차도 리눅스 커널을 쓴 안드로이드폰으로 특화된 ‘안드로이드 마켓’이다. 어디에도 MS와 윈도우는 없다. 플랫폼의 변화가 소프트웨어 권력을 교체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로 호환되지 않는 틀이 바뀌면 내용물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극적인 이유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가 잘 바뀌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그로 인한 변화가 감히 ┖혁명┖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오히려 기존의 컴퓨터가 스마트폰의 장점을 배우려 애쓰고 있다. 소비자만 해도 컴퓨터를 구매하는 데는 단돈 만원이라도 아끼려 하면서도 정작 스마트폰을 사는 데는 몇십만원이 더 많이 들어도 상관없이 척척 돈을 쓴다. 전혀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모바일에 언제든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정보접속, 거기다 앱을 통해 무한대에 가깝게 제공되는 활용성이 합쳐진 상승효과다.
근래에 주목받는 태블릿은 바로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만난 접점이다. 현재는 스마트폰쪽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만 태블릿은 본래 컴퓨터의 영역이었다. 여기도 역시 플랫폼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여우와 두루미처럼 어느 한쪽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플랫폼인 태블릿의 운영체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패드는 애플의 iOS, 갤럭시탭은 안드로이드, 글로리아는 윈도우7을 쓴다. 모두가 자기 플랫폼으로 소비자를 이끌기 위해 애쓴다. 그래야만 위의 전래동화처럼 그 안의 내용물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에서 태블릿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변화의 순간을 살고 있다.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물건이 쏟아지는 스마트폰과 앱 시장을 보다 능동적으로 즐겨보자. 당신이 무심코 구입한 하나의 스마트폰과 하나의 앱이 이후 미래의 역사를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안병도 IT평론가애플을 벗기다 저자
[김선경 기자(green@boan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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