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칼럼] 사과마크가 주는 문화적 우월감? | 2011.02.08 | ||||
스마트폰 혁명은 엄밀히 따지자면 애플에서 시작되어 다시 애플에서 끝난다. 사과마크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단순한 IT업체나 컴퓨터 업체가 아니다. 무엇을 만들든 항상 남들과 다르게 만들며 문화현상을 이끌어나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근본은 개인용 데이터장치(PDA)에 있다. 스티브 잡스가 없던 애플에서 개발된 뉴튼 메시지 패드란 장치가 있다. 터치스크린과 필기인식을 지원하며 컴퓨터에 연결해서 보조적인 정보처리 장치로 상당히 혁신적인 장치였다. 그러나 너무 시대를 앞서나온 관계로 따라주지 못하는 하드웨어 성능과 고가격 때문에 판매는 부진했고, 결국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이 부서를 전격적으로 없애버린다. 애플을 나온 뉴튼 개발팀은 이후 3COM이란 회사를 만들어 뉴튼을 보다 저가격으로 구현한 팜 파일럿이란 기기를 만들었고 이것은 손안의 정보기기로 히트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 역시 이 기기에서 미래를 보고는 윈도우 모바일의 원형이 되는 윈도우 CE를 만들어 독자적인 PDA를 만들 정도였다. 이후 몇 가지 이유로 사장되어 버린 이 PDA란 개념은 다시 애플이 아이폰이란 결합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화려하게 등장했고 이번에는 완벽히 세계를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 혁명이다.
문제는 이런 기기가 단순히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정도를 넘어서 어떤 정신적 만족감이나 차별의 수단으로도 자리 잡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본래 그런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긍정적 의미의 자부심이나 부정적 의미의 우월감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예전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 가운데 자사 브랜드를 쓰면 진정한 스포츠맨이 된다는 의미의 선전문구가 있었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란 의미겠지만 결국 나머지 브랜드를 쓰는 사람은 진정한 스포츠맨이 아니라는 부정적 의미도 내포하게 된다.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인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분명 값지고 유익한 제품이며 좋은 변화를 주었다. 그래서 이 제품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더 나아가 애플을 좋아하며 문화현상을 만들고,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간 우월감이 문제다.
애플 제품을 쓰면 그 사람은 스마트하고 예술적인 사람이다. 반면 다른 회사 제품을 쓰면 감성이 부족한 딱딱한 사람이거나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루한 사람이 된다. 애플을 좋아하고 제품의 활용성을 칭찬하면 시대를 잘 아는 멋쟁이가 된다. 반대로 애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소리를 하면 그것만으로 무엇인가 다른 회사의 사주를 받은 스파이이거나 무식한 사람이 된다. 이것은 문화현상을 넘어선 문화적 우월감이다. 한때 서구 열강이 동아시아를 침략했을 때 그들은 모든 것을 백인과 서양의 관점에서만 보았다. 그 가치에서 벗어난 것은 무조건 야만적이고 구시대적인 것으로 매도되었다. 나중에 그 관점은 잘 사는 서구를 본받아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사람 스스로 자기 문화를 보잘것없이 여기고 천시하는 현상까지 나았다. 이때 이른바 근대화된 사람들은 자부심을 넘어선 문화적 우월감을 가지고 같은 자국민을 대했다. 그리고 지금 사과마크로 상징되는 애플제품이 그런 현상의 중심에 있다. 스마트폰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이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건 애써서 강조할 필요도 없다. 아이폰은 보다 직관적이고 쓰기 쉬우며, 사용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보안과 기능향상을 친절하게 책임져준다. 그 안에서 돌아가는 앱도 인터페이스가 일관된 통일성을 가지고 세심한 부분까지 사용자를 배려해주고 있다. 따라서 써 본 소비자가 만족감을 느끼고 그 제품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수한 제품을 쓴다고 그 사람이 우수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벤츠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모두 벤츠로 상징되는 독일 사람의 성실함과 근면함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니듯이 말이다. 그건 단지 그 제품을 파는 회사가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다. 현실에서의 소비자는 단지 돈을 주고 그 기능을 사서 쓰는 고객에 불과하다. 제품은 제품이고, 사람은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까 애플이든 다른 어떤 회사든 브랜드가 그 사람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많은 좋은 현상들이 생기고 있다. 소셜 서비스의 발달과 생활의 편의성도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싹트는 그릇된 문화적 우월감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사과마크가 있든 없든 모두가 세상을 개성 있게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
안병도 IT평론가애플을 벗기다 저자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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