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핵심기술 유출사범 실형 선고
이번 <산업스파이 스토리>는 LG전자의 히트상품인 휘센 에어컨에 이용되는 첨단나노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을 극화했다. 이번 사건은 오랜 법적 공방 끝에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아닌 업무상 배임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향후 숙제를 남긴 사건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실제 사건을 기초로 극화한 것임을 밝힙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의 열혈검사인 나수사 검사(38세·가명)는 최근에 수사한 기술유출 사건 피의자들을 심문하고 있었다.
“에어컨에 쓰이는 첨단 나노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거 맞습니까?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국내 핵심기술을 그렇게 쉽게 중국으로 넘겨서야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검사님. 중국으로 넘기다니요? 중국에서 사업하려고 회사를 퇴사했을 뿐인데. 그게 죄가 됩니까? 모든 기술들은 제가 연구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회사를 나오면서 가지고 나온 파일은 일부가 홍보자료로 활용돼 왔던 겁니다. 관련학회에서 발표됐던 자료도 있고요. 이미 다 공개된 자료인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리면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비밀유지 서약서를 낸 적도 없고요. 최소한의 내부자료 비밀관리 지침도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기술이 영업비밀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연히 별다른 문제가 될지 몰랐죠.”
나 검사는 벤처기업 P사를 퇴사하면서 에어컨 관련 핵심기술을 빼내 중국의 회사를 설립한 혐의로 기소된 고수단 이사(48세·가명) 등 피의자들의 심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피의자들의 답변이 매우 치밀했고 P사의 보안관리 상의 허점도 많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 검사는 수사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이들의 기술유출 시도는 분명 범죄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기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던 것이다.
그러나 1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이들이 퇴사하면서 가지고 나온 파일들이 영업비밀에 속할 만한 경제적 가치가 없고 P사에서의 보안조치가 허술했음을 인정하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1심에선 무죄, 항소심에선 징역형
이에 절치부심하던 나 검사는 유출한 기술이 매우 큰 경제적 가치가 있음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우선 벤처기업 P사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특허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돼 KIST와 함께 수년에 걸쳐 해당기술을 개발해왔다는 점과 이들이 유출한 기술 가운데 L사의 에어컨 설비도면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금속표면처리 방식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고 이것이 바로 L사가 에어컨 업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데 핵심역할을 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또한 이들 기술을 대가를 받고 중국 업체에 넘기려 했던 사실을 재판부에 집중적으로 소명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고 이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유출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기업 임직원으로 영업상 주요 자산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아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밀을 빼돌렸고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한다는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권준 기자(sw@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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