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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권력투쟁 정변설...베이징 이상 조짐 안 보여 2012.03.21

당국, 언론과 인터넷 통제로 관련 내용 보도와 검색 안돼


[보안뉴스 온기홍=중국 베이징] 중국에서 권력 투쟁에 따른 ‘정변’이 일어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21일 현재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불법·반체제세력으로 지목해 탄압해온 ‘파륜공’ 계열의 반중국 매체인 대기원시보는 20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보시라이 전 충칭직할시 공산당위원회 서기(당서기)의 해임 처리를 두고 중국 내에 무장 정변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대기원시보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 사이에 보시라이 전 당서기의 신병 처리를 놓고 심각한 대립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보시라이 전 서기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원자바오 총리(권력 서열 3위)와 이번 해임은 보시라이를 몰아내려는 음모라고 주장하는 저우용캉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겸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9위)이 맞서고 있다는 것.


대기원시보는 그러면서 지난 19일 밤 정규군과 무장경찰이 베이징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양 진영이 무장경찰력을 동원해 서로 상대방 인사들을 체포하고 있어 지도층의 집단 거주지인 베이징 중난하이(중남해)가 혼란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베이징 시내에는 무장 소요나 정변과 같은 혼란에 빠진 모습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병력이 베이징 시내에 진입한 조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날 현재 베이징의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인 창안제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량이 정상 소통되고 있다. 베이징 중심가인 천안문 주위는 여느 때처럼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공안 기관원들이 기존에 해온 대로 입장객의 휴대품에 대해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있지만, 보안 수준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천안문에서 서쪽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중국 지도부 거처인 중난하이(중남해) 주변도 이상 조짐을 찾아 볼 수 없다. 정문에는 평소대로 여러 명의 공안이 경비를 서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대기원시보와 이를 인용한 외신의 ‘내란설’ 보도는 현재로선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수도 베이징에서 정변이 일어났다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에서 대기원시보 웹사이트 접속을 막고 있는 가운데 중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와 관련한 외신 보도 또는 게시물은 한건도 올라와 있지 않다. 이는 중국 당국이 극도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론과 인터넷을 상대로 강력한 통제와 검열을 통해 관련 소문의 확산을 막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Baidu.com)의 뉴스 코너. 베이징내 내란이나 정변, 무장 소요 관련 보도 내용은 전혀 뜨지 않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 인민망’. ‘정변설관련 뉴스는 찾아 볼 수 없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baidu.com)에서 검색창에 ‘보시라이’, ‘정변’, ‘베이징 총성’, ‘내란’, ‘저우용캉 보시라이’ 등을 입력해도 베이징내 내란이나 정변, 무장 소요 관련 보도 내용은 전혀 뜨지 않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관영 언론매체인 ‘신화통신’, ‘인민일보’, ‘중앙TV(CCTV)’를 비롯한 대중 매체들의 웹사이트에서도 21일 현재까지 내란 관련 뉴스 등이 게시돼 있지 않다. 이는 중국인들이 뉴스를 자주 접하는 인터넷 포털과 매체인 텅쉰(qq.com), 시나(sina.com), 소후(sohu.com), 왕이(163.com)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크로 블로그인 ‘웨이보어’ 상에서도 당국의 통제를 받는 운영업체들의 검열로 내란, 정변 관련 단어나 게시물은 검색되거나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날 베이징 시내에서 몇몇 중국인들에게 ‘베이징 정변’ 관련 내용을 물어본 결과, 대부분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소수 학생들과 젊은이들은 “베이징에서 총소리가 나고 군사정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인터넷에서 보긴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중국 ‘정변설’의 발단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14일 보시라이 전 당서기를 전격 해임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 전 서기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이뤄질 지도부 교체 때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수 있는 유력 후보 가운데 1명으로 거론돼 왔다. 이번 해임으로 보시라이 전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보시라이 전 서기는 국무원 부총리 등을 역임한 보이보의 아들로 1949년 태어나 다롄시 시장, 랴오닝성 성장, 상무부 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충칭직할시 공산당 서기에 취임했다. 이후 마오쩌둥 시대의 혁명가요 부르기와 같은 문화대혁명을 연상시키는 ‘홍색’ 캠페인과 좌파적 정책을 추진했다. 동시에 폭력·부패 세력 척결을 내세우며 ‘정치적 스타’가 됐다.


이를 통해 차기 지도부 진입이 유력시되던 보시라이 서기는 자신이 폭력·부패 척결을 위해 측근으로 활용했던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지난달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14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 시도 사건에 대해 "충칭시 당 위원회와 시 정부는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며, “법에 따라 엄정히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보시라이 서기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곧바로 이어진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보시라이 해임은 왕리쥔 부시장의 미국 영사관 망명 신청 사건에 대해 직속상관으로서 연대 책임을 지라는 결정이다.


중국 ‘태자당’의 일원인 보시라이 서기의 전격 해임은 중국 권력층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올 가을 중국 지도부 개편을 둘러싸고 각 계파 간의 권력투쟁의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핵심 권력체제는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공청단파)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 혁명원로들의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 등 3개 권력 집단으로 이뤄져 있다. 태자당과 상하이방은 느슨한 연계체제를 이루며 공청단파와 맞서고 있다. 차기 국가주석으로 사실상 정해진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이들 3개 계파가 그 동안 견제와 균형을 이뤄온 상황에서 태자당의 일원인 보시라이가 낙마하게 되면서 태자당이나 상하이방 계열은 타격을 받았다. 보시라이 전 서기는 올 가을 새로 구성될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후진타오 주석계열 공청단파인 왕양 광동성 당서기와 경쟁해 왔다. 


아울러 보시라이 서기의 실각 사건을 두고 중국 신 좌·우파의 이념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보시라이 전 서기가 속한 신좌파는 분배를 강조하면서 경제에서 국가와 당의 역할을 확대하고 마오쩌동 혁명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온건한 개혁·개방’과 ‘성장’을 주장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중심의 신 우파와 충돌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좌파 캠페인을 벌여온 보시라이 전서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으며 보시라이가 2007년 충칭시 당서기를 맡은 이래 한 차례도 충칭시를 찾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방 일원인 저우용캉 상무위원은 이달 중순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 충칭 지역 개별회의에 참석해 보시라이 서기의 업적을 높게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중국 지도부내 ‘정변설’은 10년 만의 권력 교체기를 맞아 계파 갈등과 이념 투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저우융캉 상무위원의 발언과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지난 17일 보시라이 전 서기에 대한 ┖쌍규┖ 처분을 내렸다고 홍콩과 일본 매체들이 20일 전했다. 쌍규 처분은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공산당 당규를 위반한 당원을 구금 상태에서 조사하는 제도다. 


또한, 공산당 중앙 지도부는 지난 15일 보시라이 서기를 전격 해임한 이후 ‘홍색 지우기’ 작업을 벌이며 충칭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마오쩌동 이념 신봉자’인 베이징대학 콩싱동 교수가 운영해온 인터넷 TV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등 중국 당국의 좌파 사이트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콩신동 교수는 지난주 방송에서 보시라이 전 시기의 해임에 대해 ‘반혁명 정변’이라며 비판했었다.

[중국 베이징 / 온기홍 특파원 onkiho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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