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 남겨진 개인정보...구직자들 두 번 운다! | 2012.09.27 | ||
10대 그룹 상당수, 입사지원시 주민번호와 개인정보 보존 동의 요구
인사·노무업무 가이드라인 “입사지원시 주민번호 수집 원칙적 금지” 한 구직자의 울분 “구직자들의 개인정보는 전혀 보호받지 못해”
이에 회사는 원하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명목 하에 입사지원자들의 주민번호는 물론 품성, 성격, 성향 등을 서류전형에서 최대한 확인하기 위해 여전히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원하는 회사의 입사를 위해 아무런 이의제기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각종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구직자들의 개인정보는 아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제3조에서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하여야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1조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는 보유기간의 경과,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 달성 등 그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개인정보를 파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배포한 ‘인사·노무관리 업무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서도 채용 시에는 입사지원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학력, 성적, 자격사항 등 최소한의 정보만을 기재하도록 하고, 채용전형에 필요 없는 본적,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와 종교·정치적 견해 등의 민감정보의 수집·이용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채용전형 및 이의신청 절차 등이 종료된 후에는 입사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지체 없이 통상적으로 5일 이내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서 합격자들뿐만 아니라 입사지원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최장 5년까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입사지원자들의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구직자들의 구직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각종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기업과 매칭을 하는 방법과 입사 희망기업에 직접 이력서를 제출하거나 온라인 채용을 통해 서류를 접수하는 방법이다. 우선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등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세로 인해 이력서 등록시 주민번호 기재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지가 잡코리아와 사람인, 그리고 미디어잡 등 3곳을 대상으로 이력서에 주민번호 기재여부를 조사한 결과 3곳 모두 주민번호를 기재하지 않았고, 회원 가입 시에도 별도의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구직자가 입사 희망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경우다. 특히, 기업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을 할 때 대다수의 기업들이 구직자들의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었으며, 개인정보 보존기간도 3~5년으로 정해놓은 기업도 다수 있었다.
이와 관련 구직자 송 모씨는 “최근 구직을 하면서 기업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할 때 여전히 주민번호 입력은 필수사항이었다”며, “1차적인 서류검토를 하는 단계에서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유 식별번호를 기업에 공개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고 타당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내가 지원한 기업의 이용자 정보수집 동의서를 자세히 보면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기간이 5년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입사지원만 하고 실제 입사하지도 않은 기업이 내 개인정보를 향후 5년 간 보관·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정보수집 동의를 하지 않으면 입사지원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동의서 내용 자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확인했더라도 찜찜한 마음을 안은 채 입사지원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 입사가 결정되고 나서도 늦지 않음에도 무분별하게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이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 국내 10대 그룹의 입사지원시 주민번호 수집여부 및 개인정보 보존기간(본지 조사결과) 조사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확인이 되지 않은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외한 8곳 모두에서 입사지원 시 아직까지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었다. 특히, 롯데그룹과 LG그룹은 5년,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은 3년간 입사지원자의 개인정보를 보관한다는 조항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렇듯 많은 입사지원자가 몰리는 10대 그룹의 인재 채용시 주민번호를 수집·보관함으로써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목적 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KT 해킹 사례에서 보듯 기업에서 수집한 개인정보가 외부 해킹이나 내부자에 의해 유출된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과 한순기 과장은 “지난 8월 인사·노무업무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후, 온라인 취업 포털에서부터 시작해 중소기업 및 사업자단체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계도활동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대기업의 경우 사실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를 기다린 측면도 있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10월부터 본격적인 점검과 함께 계도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률사무소 민후의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일부 기업의 경우 입사지원자의 신원조회를 위해 주민번호 수집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고, 인재채용 업무에 필요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덧붙여 그는 “불가피하게 주민번호를 수집하더라도 채용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바로 파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KT가 870만 명의 고객정보를 해킹 당했지만, 그냥 한번 사과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까? 이러면서 무슨 개인정보를 이렇게 많이 요구하나요? 제대로 보관도 못하고 지키지도 못할 거면서 말입니다. 국가적으로 신원을 증명할 때만 써야 하는 것이 주민번호 아닌가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개인정보가 너무나 함부로 수집되고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구직자의 이러한 울분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듯하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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