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가 말하는 ‘요지경속 지하철범죄’ | 2006.08.29 | ||||||
소매치기범, 취객 신용카드에서 돈빼내 대포통장으로 계좌이체 멀쩡한 30대, 특수카메라 신발에 장착...1천여명 치마속 촬영 기소시,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 주소-연락처 열람가능...문제
<지하철 종로3가에 위치한 지하철경찰대 수사1대> ⓒ보안뉴스 들어가자마자 쇠창살이 안을 막고 있고 여느 경찰서 분위기와 비슷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천정에 달린 닥트는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고 몇 명의 형사로 보이는 자들이 사복차림으로 뭔가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보안뉴스에서 왔습니다.” 지하철경찰대 경력 9년이 넘는 차정용 반장 앞에 섰다. “아, 본대에서 연락이 왔더군요. 앉으세요.” 마른 체격의 차 반장은 “커피한잔 드세요”라며 손수 커피도 한잔 내밀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소매치기범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뒤로 가방을 매고 있는 여성에게 접근해 자크를 열고 지갑을 훔쳐내는 ‘빽따기’가 가장 흔한 수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야간에는 일명 ‘아리랑치기’(부축빼기)라고 취객을 상대로 부축해주는 척하면서 지갑을 빼내가는 형태들이 일반적”이라고 차반장이 말했다. 특히나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취객들이 술김에 자신도 모르게 카드비밀번호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차반장은 “소매치기범은 지갑을 훔친 후 취객에게 전화를 해 카드사라고 속이고 당신 카드가 분실신고가 들어왔다. 비밀번호를 알아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상당수 취객들이 비밀번호를 말해준다. 범인은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인출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은 찾고 또 최대 한도의 현금서비스와 통장에 있는 모든 돈을 자신의 대포통장으로 계좌이체까지 시켜버린다”고 전해 충격을 주었다. 어떤 피해자는 7천만원까지 피해를 본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하철내 소매치기범들은 대부분 재범이며 베테랑들은 형사들의 얼굴과 이름까지 알고 있어 검거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형사들도 다양한 위장술을 이용해 소매치기범을 검거하고 있다.>ⓒ보안뉴스 하지만 이런 소매치기범들이 검거되더라도 형은 1년여 밖에 안돼, 몇 개월 혹은 몇 년 살다가 다시 나와서 소매치기로 활동을 한다고 한다. 소매치기들은 대부분 재범인경우가 많다. 또 다들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가지고 활동한다. 또 차반장은 “형사와 소매치기는 서로 눈만 마주치면 다 안다. 그래서 누가 먼저 발견하느냐에 달려있다. 지하철경찰대에 온지 얼마 안되는 신참 형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검거는 대부분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형사가 소매치기범이 작업하는 현장을 목격하다 검거에 나서려 할 때 형사수첩을 보여주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같이 잡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급박한 경우 형사와 소매치기범간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전철안에서나 역사에서 서로 나뒹굴고 엉켜도 시민들은 그냥 보고만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며 “위급할 경우 시민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씁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었다. 최근 소매치기 범들은 지하철경찰대 형사들의 인상착의와 이름까지 알고 있다고 한다. 가끔 지하철에서 마주칠 때면 “오늘도 일하러 나왔냐?”고 묻는다. “아뇨, 이제 손 끊었어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며칠뒤 그 소매치기범은 다른 형사에 의해 현장범으로 잡혀 끌려온다고 한다. “성폭력 사건은 어떤가요?”물었다. “참, 안그래도 며칠전 검거된 사건이 하나 있는데”라며 차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가방하나와 60mm비디오테입 15개, 작은 캠코더, 그리고 선이 연결된 소형 렌즈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참으로 엽기적이다. 구두 앞부분에 카메라렌즈를 부착하고 바지속으로 선을 연결해 가방속 캠코더를 작동. 에스컬레이터 밑에서 치마입은 여성들 1천명의 속옷사진을 찍은 범인이 며칠전 검거됐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에 돌이 갖지난 아이를 둔 가장이었다. 주말이면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오가며 여성들의 치마속을 탐닉해 왔다. 형사의 미행끝에 현장에서 검거.> ⓒ보안뉴스 36살 기혼남의 엽기행각이었다. “총 16개 비디오 테입안에 1천여명 여자들의 은밀한 곳을 촬영한 동영상이 들어있어요. 직장도 있는 기혼남인데 주말이면 이 가방 안에 캠코더를 넣고 바지사이로 선을 연결해 신발 위쪽에 렌즈를 설치해 놓고 치마를 입은 여성 뒤를 쫓아다니며 촬영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말마다 집에 부인과 돌이 좀 지난 아기를 남겨두고 작은 가방속에 캠코더를 숨기고 신발에 렌즈를 설치해 여성들의 속옷사진을 찍으러 지하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것이다. 그에게 속옷이 찍힌 피해 여성들은 줄잡아 1천여명. 그의 이상행동을 감지한 지하철경찰대 형사가 미행 끝에 현장에서 그를 잡았다고 한다. 검거된 후 그의 부인이 아이를 업고와 선처를 호소하며 갔다고 한다. “성추행범들은 어떻게 검거하나요? 애매한 상황들이 많을텐데...” 차반장은 “대부분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 그리고 늦은 밤 술에 취해 있는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다. 솔직히 잠깐 추행하는 것은 작은 수사인원으로 모두 잡을 수도 없고. 형사가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장시간 여성을 괴롭히거나 여자가 자리를 피하는데도 불구하고 따라가서 추행을 하는 경우 검거를 한다.” “특히 검거 전에 여성의 표정을 살핀다. 자신이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여성의 표정은 다르기 때문에 표정을 살피고 형사의 신분을 밝힌 후 검거하게 된다”고 말하고 “하지만 성폭력의 경우는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여성의 사법처리 의사가 없다면 검거하고도 그냥 놔줘야 할 때도 많다”고 밝혔다. 출근시간 같은 경우 추행을 당한 여성들은 빨리 그 자리를 뜨기를 원하고 진술을 잘 안 해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성추행범들은 대부분 직장을 가진 평범한 회사원들이 많다. 그들은 부지런하다. 아침 일찍부터 전철을 타러 나온다. 2호선 같은 경우는 2바퀴 정도 돌면서 추행행각으로 성적 만족을 느낀 후 자신의 회사로 출근한다고 한다. 같은 시각, 지하철경찰대 형사들도 각 지하철에서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차반장은 “요즘 소매치기들은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1~2명이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눈치체기가 어렵다. 그들은 지하철경찰대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떠나 다른 장소에 소매치기를 하다가도 다시 지하철로 내려와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다 몇 번 하다보면 형사들의 레이더에 포착돼 검거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몇 번씩 구속되고 청송감호소까지 갔다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그곳에서 “이제 그만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나가서 어떻게 하면 잡히지 않고 소매치기를 잘 할 수 있을까”를 먼저 궁리한다고 한다. 차반장은 “교도소도 문제가 있다. 이들은 출옥시 거의 빈털터리로 나온다. 집도 없고 몇 번의 구속으로 대부분 이혼경력들이 있다. 교도소에서 노역을 통해 하루 일당이라도 잘 적립해 이들에게 나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빈털터리로 출옥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얼마되지 않아 다시 검거돼 교도소로 들어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가 법원에 기소하면 피해자 인적사항을 가해자가 알 수 있어 2차 피해의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반장은 “법원에 기소하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모두 열람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들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상당한 불쾌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한 법적용이 개정돼 가해자의 변호인은 알 수 있더라도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의 주소와 연락처를 열람할 수는 없도록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많이 발생해 지하철경찰대는 피해여성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가 아프다” “감기가 한번 걸리면 낫질 않는다” 지하철경찰대에 근무하는 대원들 대부분이 입에 달고 다니는 소리란다. 지하철경찰대에 근무한지 9년 6개월이 된 차반장도 마찬가지. 차반장이 말하는 범죄 다발지역은 ‘2호선 신도림역~강남역’과 ‘7호선 도봉산역에서 온수역’, 그리고 ‘4호선 쌍문에서 충무로’까지가 우범지역이라고 했다. 형사들은 자신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있는 베테랑(?) 소매치기범들을 대비해 자신을 숨기기 위해 아침마다 배낭과 안경, 모자 등으로 위장을 한다고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경찰대 형사들은 지하철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성폭력범ㆍ소매치기범을 잡아내기 위해 복잡한 전철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길민권 기자(reporter21@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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