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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중소 무인전자경비업계, 살 길은 무엇인가 2005.04.15

 ‘고사’ 위기 중소 무인전자경비업계,

살 길은 무엇인가



1990년대 초반부터 경제성장과 더불어 빠르게 발전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 무인전자경비 시장은 현재 에스원, 캡스(ADT), KT텔레캅이 그 대표주자로서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안업계의 제품들이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거대 무인전자경비업체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며, ‘고객만족’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앞서의 메이저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150여개의 중소 무인전자경비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다. 무인전자경비업계는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여기서는 이러한 시장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짚어봄으로써 ‘공존’이라는 큰 틀에서 각각의 무인전자경비업계가 갖고 있는 입장은 무엇이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대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비해 중소 무인경비업체의 서비스가 그 양과 질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업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 관련정보나 노하우 등의 교류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와 같은 상황은 좀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인전자경비업계의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변화돼야 하며 대기업의 배려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무인경비업은 1980년, 당시 한국안전시스템(現 에스원)이 일본의 유수 무인전자경비업체와 합작투자를 함으로써 그 시작을 열었다. 이후, 1981년 범아종합경비(現 SOK)가 일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안전시스템의 뒤를 잇기 시작했고, 1984년에는 한국보안공사(現 캡스)가 미국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무인전자경비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 때 시장진입의 발판을 마련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재에도 업계의 선두로 나서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반해 시장 확대와 더불어 뒤늦게 뛰어든 대다수의 중소업체들은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채 고사 위기에 처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중소 무인전자경비업계는 대기업의 막강한 영향력과 독점체제에 반발하고 있지만, 선두업계에서는 ‘볼멘소리’라는 말로 일축하고 있다. 그럼 과연 양측의 입장차이는 무엇일까.

 

중소 무인전자경비업계, ‘독과점’ 체제 속에 설 땅 없어


사실 아직까지 경비업 시장은 인력경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인전자경비가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가 고도화되고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위기의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가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과 다양한 범죄의 유형을 기존의 인력경비만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자신의 안전과 재산을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첨단 과학기기에 의한 기계경비로의 전환이 불가피했던 게 무인전자경비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무인경비’ 또는 ‘기계경비’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었던 과거, 이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무인전자경비 시스템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현재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 경제성장에 힘입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지면서 중소 무인전자경비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사라진 업체가 대다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제외하고 현재 남아있는 국내 중소 무인전자경비업체는 약 158개 정도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한국안전기술교육협의회 조구현 사무총장은 “국내 중소 무인전자경비업체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밝히면서 “현재 에스원이나 캡스 등 국내의 대표적 기업들은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내 무인경비업 시장이 대기업의 독과점 형태로 형성돼 있어 소규모 업체들은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조차 다지기 힘들다는 게 조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중소 무인전자경비업체는 주로 지방의 소규모 상가나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인한 잦은 해약으로 사업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다. 조 총장은 “우리나라 무인경비업 시장은 사실상 독점적인 시장으로 최근에는 단가 또한 크게 하락하고 있어 소규모 업체들은 상황이 더욱 더 악화된 상태”라고 설명한다. 

물론 대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비해 그 양과 질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업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 관련정보나 노하우 등의 교류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와 같은 상황은 좀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 사무총장은 덧붙인다. 

일본의 경우에는 보안사업을 생활안전 서비스의 한 형태로 인식하고 있으며, 경비업 시장이 체계화돼 있어 중소업체들의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이에 대해 조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도 이처럼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업체를 육성할 수 있는 법적기반이 마련돼야 하며, 대기업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소업체들의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 개발노력 ‘절실’ 


 

한편, 국내 대표적인 무인전자경비업체인 에스원과 캡스(ADT), KT텔레캅은 현재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단가 하락’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있지만 지난해 비교적 꾸준한 매출을 올리며 상승세를 탔다. 특히, 에스원은 현재까지 업계 1위로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모습이다. 그간 업계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켰던 에스원은 캡스(ADT)의 노조파업 영향으로 그 격차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느긋해하고 있다. 캡스(ADT)는 파업의 영향으로 주춤한 성장률을 보이긴 했지만, 지난해 말 회사명을 ADT로 바꾸는 등 내부 시스템 개편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KT텔레캅 역시 저돌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에스원 상품기획팀의 정의석 팀장은 “지난해 불경기였다고는 하지만 매출은 올랐다”며 “어느 분야든 경기가 불안할수록 1위 업체의 매출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에스원은 현재 무인전자경비 서비스에 영상 시스템을 접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상상황 감지 시 해당영상을 고객의 PC나 휴대폰에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무인전자경비 서비스의 다양화 추세에 따른 것으로 보안 시스템 간 접목이 업계의 대세라는 점에서 지난해 말 캡스도 영상전송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바 있다. 현재의 시장현황에 대해 정의석 팀장은 “경기가 불안해질수록 해약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서비스의 질을 개선시켜 경쟁해야 한다”고 밝히고 “단가를 내리며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의 단가하락 추세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현재 무인전자경비 시장상황과 관련해 중소 무인전자경비업체의 현실을 바라보는 대기업의 입장은 중소업체들과는 다소 다르다. 에스원과 캡스(ADT)의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의 질적인 면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관제에서부터 출동까지 통합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체제에서는 중소업체가 생존하기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같은 시스템으로 경쟁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노리는 특화된 시장을 공략해야할 것이라는데 견해를 함께 한다.

캡스(ADT) 상품기획팀의 최용일 차장은 “현재 단가가 많이 내려간 시장상황은 중소업체들에게 더 불리한 입장”이라며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 선행된 후, 특화된 구역의 서비스 제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 시장이 몇몇 기업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로,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있어 노력을 게을리 한 업체가 도태되는 것은 자연스런 시장의 원리”라고 덧붙였다. 업계가 함께 발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업체가 공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최 차장의 설명이다. 에스원의 정의석 팀장 역시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따른 적합한 서비스 구현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업계의 리딩 업체로서 중소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캡스(ADT)와 에스원 관계자는 대다수의 중소업체들이 서비스 개발이나 투자에 있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반면, 캡스(ADT)와 에스원 등은 올해 시장에 대비해 독자적인 시스템 개발에 노력 중이다.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일은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무인전자경비업계가 여타 보안업계에서 새롭게 출시되고 있는 보안 시스템과 어떤 방식으로 연동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메이저 업체들은 좀더 다양한 아이템으로 최상의 서비스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첩 시큐리티’가 한국을 떠난 이유


국내 무인전자경비 시장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외국의 무인전자경비업체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시장이다. 그 예로 첩 시큐리티 코리아를 들 수 있는데 첩 시큐리티는 영국의 대표적인 무인전자경비업체로 결국 국내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무인전자경비 분야의 세계적인 대표 브랜드로 알려진 첩 시큐리티의 실패원인에 대해 업계에서는 각각 다른 의견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한국안전기술교육협의회 조구현 사무총장은 “현재의 국내 무인전자경비시장은 그 어떤 기업이 진입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결국 첩 시큐리티도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입장은 이러한 의견과는 상반된다. 첩 시큐리티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는 서비스의 결함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의견을 나타낸다. 캡스(ADT)의 최용일 차장은 “첩 시큐리티는 국내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본다”며 “국내에서 선전하고 있는 다른 기업과 달리 한국시장에 맞는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국내 무인전자경비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스원 정의석 팀장은 “첩 시큐리티는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다른 기업들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고 밝히고 “브랜드 이미지만 있었을 뿐 ‘첩 시큐리티’라는 이름에 걸맞는 서비스가 구현되지 않았다”며 첩 시큐리티의 실패원인에 대해 평가했다.


이처럼 현재 무인전자경비업계의 시장분석에는 각 업체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는 이미 대기업의 영향력이 거세진 시장구조를 단순히 ‘적자생존의 원칙’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중소업체들이 주장하는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경비업은 공권력이 미칠 수 없는 ‘민간안전 시스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꾸준한 투자와 노력, 그리고 전문성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고 대기업 역시 중소업체의 능력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가진 자의 아량을 베풀 때가 된 것임엔 틀림없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서비스인 만큼 좀더 유연한 시장구조가 형성돼 모든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무인전자경비 체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