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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3]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키텍처’ 2014.07.14

뿔뿔이 흩어진 정보의 조각들은 혼란만 가중

점과 점을 연결하지 않으면 큰 그림 그릴 수 없어


[보안뉴스 문가용] 기업들이 선뜻 사물인터넷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 기기가 260억 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기계적’인 수치일 뿐, 정보는 누구의 소유인가, 사물인터넷이 생성하는 정보의 질은 어떨 것인가, 네트워크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하나, 사업 현장에서 사물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 아직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MIT의 산제이 사르마(Sanjay Sarma) 교수에 의하면 사물인터넷이 맞닥트려야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천 수만 개의 사물인터넷 정보 스트림을 한 데 묶어 컴퓨터 애플리케이션들로 이루어진 생태계 안으로 유연하고 유용하게 편입시키는 거대한 아키텍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르마 교수는 지난 5월 21에 열린 ‘MIT 사물인터넷 CIO 심포지움’에 패널의 자격으로 참여한 바 있다. 거기서 그는 “현재 사물인터넷이 추구하고 생성하는 정보들이 너무 뿔뿔이 흩어져 있다”며 “불을 켠다거나 하는 아주 단편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일뿐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단편의 기능, 단편의 정보를 연결해 유의미한 정보로 변환시키지 못한다면 사물인터넷의 참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점으로만 이루어진 구조는 언제나 깨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점들을 선으로 이어 붙여야 합니다. 하지만 발전의 방향에 대한 확고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선 잇기’는 굉장히 오래 걸릴 것입니다.” 어렸을 때 해봤던 점선 잇기를 생각해보면 이 발언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점선을 이어 큰 그림을 완성하려면 완성된 큰 그림이 어떤 모양인지를 이해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 점이나 이을 수 있기 때문에 선들이 엉망으로 꼬이게 된다.


사르마 교수는 다른 한 예를 들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보라고 했다. “스마트 홈에 살고 있다고 합시다. 당신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면 불이 환하게 켜지고 음악이 울리기 시작하며 온도는 이미 맞춰져 있어서 참으로 따뜻합니다. 구글 맵과 연동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당신이 집 근처에 오면 집이 알아서 이런 준비들을 하는 것이겠죠.”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당신의 배우자가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시다. 집안이 환한 것도 싫고 음악 취향도 전혀 다릅니다. 더위를 잘 타서 집안이 따뜻한 것보다는 시원한 게 좋습니다. 이 배우자 입장에선 이 위대하신 스마트 홈의 세팅을 매일 바꿔야 하거나 그냥 당신의 취향이 잘 반영된 세팅을 매일 견뎌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사물인터넷이란 것 때문에 삶이 오히려 불편해지는 것 아닐까요?”


또 다른 패널이자 씽웍스(ThingWorx)의 사업개발 수석책임자인 크리스 쿤츠(Chris Kuntz) 씨는 이 예시를 비즈니스와 연계시켰다. “예시 속 집안의 물건들이 그저 서로 연동한다고 해서, 스마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정보를 모은다고 해서 다 사물인터넷인 건 아닙니다. 그런 모든 것들을 경영 관리와 연계해 크든 작든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사물인터넷의 진정한 존재 목적입니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특별 세션의 패널로 참가한 다이믈러 트럭스 노스 아메리카(Daimler Trucks North America)의 디터 하반(Dieter Haban) CIO는 자사의 독특한 사업 운영법을 소개했다. 다이믈러 트럭스는 지난 2년 동안 모든 트럭에 센서를 부착해 팔았다는 것. “자동차와 운전자의 가동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는 것이 센서를 부착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트럭에 붙은 센서는 트럭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다이믈러 트럭스의 콜센터로 전송하며, 이 정보를 취합한 콜센터는 어떤 트럭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느 때에 정비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여 이를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트럭이 길 중간에서 퍼져버리는 일이 줄어들고, 덕분에 트럭 소유주들은 트럭의 운영 시간을 최대화함으로써 이윤 또한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기능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다이믈러 트럭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게 디터 하반 CIO의 설명이다. 그저 ‘정비 한 번 받아보세요’라고 권하는 걸 넘어 예약 날짜까지 권장해주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이렇게 하려면 콜센터에서는 어떤 부분에 얼마큼의 손상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지만 그 고장에 맞는 전문가를 찾아 붙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이루어진다면 정비에 걸리는 시간까지도 단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물론 그 어느 회사건 이 정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건 상당한 진보이면서 혁신이다. 그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도입 덕분에 프로그램화 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소프트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정보의 교류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선택의 영역을 넘어선, 어떤 회사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필수 준비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앤드류 블린스톡(Andrew Blinstock)이라는 기자는 인포메이션위크 기고문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해서 “단거리 역주, 지속적인 통합, 계속되는 결과물 창출과 같은 현대 프로그래밍의 현실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이나 회사는 앞으로 굉장히 뼈아픈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업체들은 앞으로 발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그 결과를 곧바로 시험하고 그 결과에 맞는 움직임을 재빨리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것만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MIT 심포지움에서 씽웍스의 쿤츠 씨는 앞으로 5년에서 7년 내에 5백만에서 1천만 개의 사물인터넷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적어도 쿤츠 씨 개인에게는 긍정의 예언은 아니었다. “공포스럽습니다. 그 숫자가 말이죠.”


하반 씨 역시 이에 동의했다. “사물인터넷이 자리 잡기까지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모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할 수밖에 없죠. 그러려면 큰 그림을 알고 지금의 점과 연결할 수 있는 다음 점을 정확하게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큰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그러면 이런 문제들을 보다 빠르고 값싸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솔루션을 개발해야 합니다.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어요.”


자, 그렇다면 아까부터 자꾸 큰 그림 운운하는데, 이 아키텍처라는 게 과연 어떤 모양을 갖추고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문제에 대한 힌트로서 애저 인텔리전트 시스템 서비스(Azure Intelligent Systems Service, 이하 애저 ISS)를 일부 대중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다. 미국 리서치 전문 업체인 가트너는 지난 4월 분석글을 통해 “애저 ISS는 현재까지의 사물인터넷 생태계에서 생성되는 낱낱의 정보들을 가장 통합적으로 엮어주는 솔루션인듯 하다. 하지만 아직 미완성 단계이므로 무분별한 사용은 금물”이라고 했다. 한편 블랙베리는 지난 5월 프로젝트 아이언(Project Ion)을 발표하면서 사물인터넷에 대한 진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르마 교수는 “미래에는 사물인터넷을 넘어 사물클라우드가 시대를 점령할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기기들은 클라우드 안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아바타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마치 사람이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미래에 전화를 사면 클라우드에 그 전화기의 아바타가 동시에 생성되고, 다른 기기의 아바타들과 연동되기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으나 “그것이 이상적인 아키텍처는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아직 멀어 보이는 갈 길이고, 싫든 좋든 모두가 같이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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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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