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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미치도록 보고 싶은 그 사람 카톡 2014.07.17

7월 17일 제헌절...헌법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생각하다
정보에 대한 기본 권한은 생산자에게 있어야 마땅

그러나 그걸 활용하는 주체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보안뉴스 문가용] 또 그런다. 방문을 여니 아내는 재빠르게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다. 들어오기 직전 방문 밖에서 카톡인지 마이피플인지 알림음 울리는 게 들렸으니 분명 누군가와 시시덕대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왜 내가 들어오니까 화면을 끄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았지만 소심해 보일까봐 못 본 척 했다. 그리고 아내가 잠이 들기를 기다려 아내 배게 밑 핸드폰을 조심조심 꺼냈다. 그러나 화면 잠금 패턴이 바뀌어서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김 과장은 아내의 자는 얼굴을 째려보다가 아내가 뒤척이자 얼른 자는 척 했다.

 


다음 날 김 과장은 회사에 가자마자 복도로 나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카카오톡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아내 이름을 대고 대화록을 요청했다. 촌수도 없는 남편이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필요하다면 가족관계증명서도 보내줄 수 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거절이었다. 아무리 부부라도 타인의 대화 기록을 열람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 과장은 처음부터 남편이라고 하지 않고 아내인척 할 걸 그랬다며 속으로 후회했다. 전화상으로 내가 나인지 아내인지 알게 뭐람.


수화기 건너편의 여자는 딱 잘라 거절한 게 미안한 것인지 아니면 이해를 돕고자 한 것인지 “회원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개인에게 정보 열람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배우자뿐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대화한 내용도 보여드리지 않습니다. 저희 입장에서 고객님이 진짜 당사자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요”라고 보충설명을 덧붙였다.

“제가 본사로 직접 가면 어떨까요? 가족관계증명서랑 각종 신분증이랑 심지어 전화기도 다 들고 갈게요. 그럼 제가 저란 게 증명되잖아요.”


나긋나긋한 서비스센터 직원은 옹벽 같았다. “죄송합니다만 그렇게 하시더라도 100%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대화록을 건네 드릴 수는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내 신분증과 내 가족관계증명서를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거다.

마이피플을 운영하고 있는 다음에 전화를 걸었을 때도 비슷한 대화내용만 실속 없이 오갔다. 그러게 왜 그렇게 책임도 지지 못할 개인정보는 쓸데없이 요구하는 거야라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에서 요구한 건 전화번호뿐이었다.


어제 밤부터 되는 게 없고 심지어 트집거리도 없어 짜증이 난 김 과장은 오기가 생겼다. 변호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딘가 틈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 친구는 “당연히 안 되지. 너랑 제수씨는 아무리 부부라도 법 앞에서는 각기 인격권을 가진 개인일 뿐이야. 어제 제수씨 잘 때 전화기 몰래 보려고 한 것도 엄밀히 말하면 범법 행위인데, 너 지금 자수하는 거야?”라고 오히려 놀리는 게 아닌가.

“범법 행위? 내가 아내 소유물을 탈취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보지도 못했는데? 정보라는 건 법적으로 봤을 때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거라고 저번에 네가 그런 거 같은데?”

 

“아직 범법한 것도 아니고 정보라는 것에 소유 개념이 적용 안 되는 것도 맞아.”

“그렇다면 내가 아내 정보를 못 보는 만큼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쪽에서도 가질 수 없어야 하잖아. 무슨 권리로 날 막아서는 거야? 아니, 심지어 아내에게도 소유권이 없는 건데 무슨 권리로 감춰놓는 거야?”

“개인정보니까.”


설명이 이어졌다. “개인정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것에 보호를 받아. 이건 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인격권에 해당하고, 굳이 따지자면 소유권이나 재산권보다도 한 차원 높은 개념이야. 각 사람은 자기 인격의 완결성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거지. 제수씨에게는 너한테 그 대화록을 안 보여 줄 권리가 있어.”


“그러면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은? 그 대화가 그들의 개인정보는 아닐 텐데?”

“그렇지. 그러나 그들에겐 또 그들의 임무가 있지. 정보를 누가 소유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그게 명문화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수밖에 없어. 그런데 우린 그 동안에도 계속 정보를 활용해서 살아가야 하잖아. 법과 현실의 그 괴리를 지금 당장은 계약으로 유지하고 있어. 회원 등록할 때 동의하는 약관 같은 거 말야.”


“계약은 항상 부실하고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로 충분할까? 약관 문제 뉴스에도 종종 나오고...”

“그밖에도 장치가 많아. 정보통신망법도 있고 데이터베이스권이라든가 열람청구권이라는 것도 있지. 다 설명하긴 복잡하지만 정보를 사용자 대신 보관하거나 운용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권리를 주는 법의 장치가 있다고 보면 돼.”

“아무리 그래도 개인정보에 관해서는 그 개인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더 높아야 맞는 거 아닌가? 그 사람들에게 일부분이라도 권리를 주는 이유가 뭐야?”


개인정보는 무조건 개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정보는 ‘개인의 정보’가 아니라 ‘개인에 관한 정보’라고 여긴다는 답이 수화기 너머에서 넘어왔다. 김 과장에겐 말장난 같았다. 전문가의 알기 쉬운 설명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누군가 너의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사업을 한다고 해. 너도 그 사실을 알고 사용을 허락했고. 그러다가 어느 날 네가 변덕을 부려서 그 개인정보를 다 회수하고 싶어한다고 하자. 그런데 정보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된다면 넌 그 사업체가 망하건 말건 정보를 회수해올 수 있어. 그런데 그러면 안 되잖아.”


왜 안 될까? 남의 사정을 봐주는 것과 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원칙적으론 개인정보의 당사자가 그냥 다 가져올 수 있는 게 타당해.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정보를 타자가 상호 동의 아래 활용할 때 아껴지는 사회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점도 생각해야 해.”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한다면 그걸 활용해서 사업하는 사람은 수많은 개인들에게 사용료를 내야 하고, 그건 사실 불필요한 걸 넘어 불가능한 비용이기도 하지. 법이라는 게 말야, 개개인을 보호하는 만큼 사회 전체의 공익 또한 보호해야 한단 말이지.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큰 시각에서 ‘정보’라는 게 무엇인지, 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지 원초적인 것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어.”


친구는 김 과장 아내 카톡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는 듯 했다. 어쩌면 김 과장도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지금 정보와 법의 관계는 설익은 것도 아니라 아예 씨앗 단계인 게 맞아. 아니, 땅을 일구고 있다고 봐야 하려나.”

“어디서부터 시작할거야? 도대체 답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김 과장이 물었다.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려 했는데 도리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일단 정보에 대한 기본법부터 만들어서 사회적인 정리를 해야겠지. 정보의 생산자에게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하는 게 일반 정서이겠고 나도 그에 크게 반대하진 않지만 너무 딱딱하게 성을 쌓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봐. 자동차가 사고를 낸다고 도로 운행을 금지하진 않잖아? 허용된 위험이란 건데, 이게 보안 및 정보 분야에도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 한두 해 만에 되지는 않을 거야.”


마지막 말은 “한두 해 안에 제수씨 카톡 훔쳐볼 일은 없을 거야”로 들렸다. 정신이 퍼뜩 돌아온 김 과장은 전화를 끊었으나 이미 오전 업무시간이 훌쩍 넘었다는 걸 깨닫고 아내를 추적하는 행위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에서 일보다 중간에 끊은 것 같은 찝찝한 마음에 아내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카톡인지 마플인지 그거 하느라 어차피 전화 받을 시간도 없겠지’라며 혼자 쀼루퉁해진 건 자신에게도 비밀이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니 아내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하루종일 전화 한통 안 한다고 핀잔을 주며 어떤 카톡 단체방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안치되어 있는 곳이 제철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어머니 생신이었다.

“이거 누가 바꿨어? 잘했네.”

“단체방에 누가 있는지 봐봐.”

동생 이름과 아내 이름, 그리고 놀랍게 어머니 이름이 있었다.

“어, 이게 뭐야. 엄마 전화번호 분명히 없어졌는데?”


“그냥 며칠 전에 아가씨가 아직 어머님이 카톡에 뜬다고 방 만들어서 초대했어. 카톡 계정 자체를 없애지 않는 이상 여기 그대로 남아 있는 거래. 당신 요즘 바쁘고 신경 날카로운 거 같아서 그냥 아가씨랑 내가 어머님 안치소 좀 꾸며봤어.”


김 과장은 그날 잠든 아내 옆에 누워 아내 핸드폰 대신 자기 핸드폰을 들고 ‘1’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단체방을 만들어 말을 걸었다.

“엄마. 나 의처증 도져서 엄마 생일인 것도 몰랐네. 정말 복잡한 세상이야. 정보며 법이며, 엄마 생일이며 저 사람 전화기 암호며 생각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근데 이 말도 며칠 있으면 지워진대. 그러니까 빨리 읽어줘...”

 

* 부족한 기사에 넘치는 도움을 주신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님 외 개인정보 전문 변호사님, 다음의 이진화 부장님, 카카오의 임선영 매니저님께 감사드립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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