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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보안, 도전정신에 관한 유쾌한 수다 2014.09.24

[인터뷰] 한국인터넷진흥원 침해대응기획팀 전인경 팀장
두 아이의 엄마, 아내, 그리고 KISA 팀장으로서 그의 삶과 보안


[보안뉴스 민세아] 각 국가별로 침해사고대응팀(CERT)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이 CERT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KISA 침해사고대응단 침해대응기획팀은 국가간 CERT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식 제고 활동 및 이슈사항 전파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현재 이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전인경 팀장은 두 아이의 엄마로, 때로는 며느리로, 평소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로 맹활약하고 있다. 보안 분야의 아줌마 파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전인경 팀장과 유쾌한 수다(?)를 풀어봤다.


암호를 통해 보안에 눈 뜨다
저는 보안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학창시절도 남들과 똑같이 평범했지만 이공계열로 가려는 마음은 확고했죠. 수학과 과학을 너무나 좋아했거든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장비에 들어가는 SW개발 업무를 처음 맡게 됐는데, 데이터를 암호화시켜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한 거예요. ‘남들은 못 읽는데 받는 사람은 볼 수 있대. 저게 뭐지?’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말하자면 암호화가 보안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된 거죠.


그러다가 우연히 KISA 모집공고를 보게 됐어요. 그 당시 KISA라는 곳을 잘 몰랐지만 거기서 하는 업무가 뭔지 찾아보고 나서 막연히 하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가족들이 처음에는 조금 의아해 했지만 제 선택을 지지해 줬어요. 그 당시에는 나름 모험이었습니다.

 

IT에 대한 기반지식이 큰 도움 KISA에 입사하고 제일 좋았던 것은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예요. 2000년대 초반에 보안관련 학과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평일에는 회사업무를 보고 주말이나 야간에는 수업을 들었어요. 박사학위도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기간에 마친 거죠.


완전히 다른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업무에 도움이 되는 공부였고, 학교에서 배웠던 전산 기초지식이 도움될 때도 많았습니다. ‘아, 그때 배웠던 게 이거였구나!’하고 많이 느꼈죠.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좋아했으니까요. 좋아하니까 뭐든 게 가능하더라고요.  


KISA에 입사하자마자 PKI 업무만 5, 6년 정도 했어요. 이후에도 계속 암호와 관련한 업무를 했죠. 암호학의 매력은 정보보호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라는 점이에요. 그 후에 인터넷침해대응센터로 와서 구체적인 네트워크나 네트워크 패킷 등 대응 업무를 했어요. 기반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응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런 커리큘럼이 저한테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IT에 대한 기본 지식이 베이스로 깔려 있고, 그 위에 암호나 네트워크 같은 기반기술을 습득하고, 그 위에 각각의 서비스를 공부하기 시작한다면 정보보호에 대해 배우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정보보호에 대한 지식이 없다 라도 이미 기반지식이 있기 때문에 석사나 또 다른 방법으로 금방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깨고 싶었다 결혼 전에는 야근을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결혼 후에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잖아요. 게다가 어린 애들은 밤에 아플 때가 많아요. 일단은 낮 시간에 최대한 일을 다 처리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일이 많기 때문에 다 처리되지 않을 때가 많았죠. 그럼 일단 집에 가서 애들을 재우고 그 이후에 밤 11시쯤부터 새벽 2~3시까지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뒤쳐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물론 더 자고 싶고, 쉬고 싶었지만 엄마로서의 역할도 다해야 했기 때문에 나름의 방법을 찾은거죠. 단, 저녁시간과 주말은 최대한 아이들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여기에다 사건이라도 터지면 비상이죠. 올해도 설 명절이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와 맞물려서 하루도 안쉬고 풀타임으로 출근했어요. 몸이 힘든건 남편도 마찬가지겠지만, 그걸 떠나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게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엄마로서의 역할도 많이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죠.


아이들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그럼에도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뭔가를 해냈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이죠. ‘내가 이걸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뭔가를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 계속 시도하고 시도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우리 아이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거예요. 원래는 제가 다른 학부모들처럼 학교에 자주 가질 못하는 데 항상 불만을 가졌어요. 그런데 제가 인터뷰도 하고 생방송에도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아이가 저한테 말은 안하지만 일기나 담임선생님 말씀을 들어보고 알 수 있었죠.


도전정신으로 기회를 잡아내다 회사에서 PKI 업무를 할 때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어요. 외국인들과 함께 회의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팀장님이 저에게 발표를 시켰죠. 자존심이 있었는지 못하겠다는 말은 못하고 준비하면서 스크립트를 다 외워서 발표했어요. 발표 후 누군가 질문을 해도 뻔뻔해졌어요. 제가 가져온 스크립트 내에서 충분히 답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크립트를 잘 조합해서 대답했죠.


그렇게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외우는 작업 자체가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다른분들도 좋게 봐주셨는지 다음 미팅때도 계속 제가 참여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발표를 시켰다는 생각에 팀장님이 원망스러웠지만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다시금 얻게 되는 계기가 됐죠.

 

기술력과 사람이 없다? 투자가 없다! 기업에서 보안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고 봐요. 요즘 기업들이 다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더 그런지 어차피 보안이 허술한 부분을 알아도 못 하니까 안 걸리면 되는거 아니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업은 돈을 벌어들이는게 우선이다 보니 보안에 신경쓰게 되면 돈이 많이 들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투자보다 비용소모 측면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요.


미국의 경우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에 반 이상의 책임을 묻잖아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책임을 물으니까 보안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인식이 국내에서도 널리 퍼진다면 기업에서 보안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지 않을까요? 기술력이 부족하다? 사람이 없다? 그게 아니라 투자가 없는 거죠. 돈 아끼려고 전산, IT하는 사람한테 보안까지 맡겨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침해대응탐지팀에서 침해대응기획팀으로
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는 365일 상시 보안위협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팀, 사고가 발생하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팀, 사고에 대응하는 팀 등 여러 팀이 연합해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각 팀마다 별개로 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죠.


올해 초 침해대응탐지팀에서 침해대응기획팀으로 팀이 변경됐어요. 전에 있던 침해대응탐지팀에서는 사이버사기 및 스니핑, 파밍 등을 탐지하는 업무를 수행했거든요. 모니터링 업무를 하다가 분석업무를 하게 됐지만, 크게 힘든 점은 없었어요. 업무 성격과 세부 지식만 조금 다를 뿐 전반적으로 비슷한 게 많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 전 팀에서 배운 지식들이 도움이 많이 됐고, 오히려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던 것 같아요.


관심을 잃으면 도태되는 것이 보안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관심을 잃으면 도태된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보안은 특히나 변화가 빠릅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만으로 만족하면 거기서 바로 멈추는 거예요.

예전엔 PC를 대상으로 하는 공격기법, 대응기술만 알면 됐지만 요즘에는 IoT, 스마트폰,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새로운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해요.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무엇이 이슈가 되는지 자꾸 고민해봐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가정과 직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워킹맘으로서의 삶. 더구나 툭하면 비상이고 야근인 고달픈 보안인으로서의 삶은 어떤지 너무 궁금했던 것일까? 기자의 질문과 전인경 팀장의 대답이 쉼 없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때론 유쾌하기도, 때론 가슴이 짠하게 아파올 때도 있었다. 기자 역시나 나중에는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더욱 궁금했고, 공감됐던 게 아니었을까?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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