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있어도 못 먹는 허니버터칩과 해커와 보안업계 | 2014.11.18 |
짠 맛과 단 맛의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조합 해커들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다는 사람 과반수
일본에서는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는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겉에 뿌려둔 소금의 짠맛이 바로 다음 순간에 이빨 가득 찾아올 수박 속살의 단맛을 오히려 강조한다는 것이었다. 그럴 듯 했고 실제로 가족들 앞에서 난 구워지는 고기 위에 뿌리듯 수박 위에 소금을 아름답게 흩뿌렸다. 맛의 대비효과에 대한 가르침 가득한 설명도 덧붙였다. 갸웃거리던 가족들은 붉은 수박을 한 입 물더니 비슷한 붉은 색으로 변해 불판 위 고기처럼 사나운 소리를 냈고, 그 수박 반 통은 온전히 내 차지가 되었다. 나 역시 수박 반통이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어느 날은 모임이 있어서 지방으로 갔는데 놀랍게도 콩국수에 설탕을 뿌려먹는 것이었다. 늘 콩국수 옆에 소금통만 봐온 나로서는 문화충격이었다. 하지만 객관성을 생명처럼 지켜야 하는 기자로서 스스로 겪어보지 않고서는 이런 낯선 풍경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설탕을 넣어봤고, 위에 말한 소금수박 때처럼은 아니지만 여름은 곧 콩국수의 계절일 정도로 콩국수 마니아인 나로서도 그날의 콩국수는 대야냉면 다섯 그릇은 족히 되는 양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수박에 소금을 치는 게 나쁜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콩국수에 설탕? 그날 내 입에 맞지 않았을 뿐 즐기는 사람이 많은 방식이다. 다만 어떤 낯섦은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잘못이었다. 게다가 짠맛과 단맛의 차이처럼 그 낯섦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이 시간은 꼭 필요한 과정이 되며 굉장히 길어지기도 하는데 말이다. 즐길 수 있다, 혹은 누릴 수 있다는 건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달라 시간이 걸린다는 걸 그때서야 느꼈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가 작은 충격을 준다. 정보보안 사건은 자꾸 터지는데 인력은 부족하니 사이버 범죄자 혹은 해커들을 기용해도 괜찮다는 응답자가 53%나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 설문만으로 그들의 도덕관이나 생각의 배경, 사고방식을 전부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구는 Yes라고 답했지만 마음속 괄호를 열고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문을 달았을 수도 있고 ‘죗값을 다 치렀다면’이라고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급부로 ‘무슨 상관이야 실력만 있으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해커를 도덕의 개념이 아니라 실력의 개념에서 보는 사람이 반 이상이라는 건 분명하다. 국내 업계에도 알게 모르게 ‘헌터’ 이야기가 돌고 있다. 암암리에 알려진 실력자들을 그 배경에 상관없이 고용하거나 가깝게 두고 일 해가며 보안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무협지도 아닌데 왜 어두운 곳에서 은둔하여 키운 실력은 항상 더 뛰어난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정말 양지에는 그렇게나 인재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자 한 봉지에 짠맛과 단맛이 다 들어있듯 해커들도 짠맛 단맛 다 가진 존재일 수 있는 것일까. 세상에 나쁜 사람 착한 사람 딱 정해진 것도 아니고 살아가면서 이 둘의 경계를 무수히도 왔다 갔다 하는 게 사람인데 해커라고 혹은 범죄 기록이 있다고 해서 양지로 올라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 심지어 - 해커를 양지로 끌어들임으로써 범죄를 줄일 수도 있다. 우려스러운 건 이번 설문에서 ‘53%나 되는 사람이 도덕적 해이를 겪고 있어!’가 아니라, 해커나 사이버 범죄자를 기용해서 좋은 결과가 한두 번이라도 발생한다면, 마치 편의점에서 허니버터칩 동나듯, 해커들을 양지로 대거 이주시킬 준비가 된 대중의 정서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보안의 본질과 해킹의 본질이 상반되는 게 사실이니 그 둘을 합쳐놓았을 때 적응기간이라는 게 필요한데 말이다. 해커들 입장에서도 다시 음지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양지의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양지가 따듯하다는 걸 직접 햇빛 쐬어가며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수다. 해커들과 함께 일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들만큼 우리와 함께 일해야 할 해커들에게도 다른 세상의 맛을 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제 막 공항에 떨어진 외국인에게 ‘What do you think of Korea?’라고 묻지 않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묻기 전에 한국을 경험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당장 나, 내 가족, 내 회사의 정보를 훔치려 안간힘을 쓰던 놈에게 ‘양지 생활 어때?’라고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을 보낼 준비가 우린 되어 있는가? YES라고 답한 53%에게 묻고 싶은 건 그거다. 짠맛과 단맛을 섞은 예가 전혀 새로운 건 아닐 것이다. 소금 넣은 초콜릿도 있고 왕소금 군데 군데 떨어트려놓은 컵케이크도 본 적이 있다. 찾아보니 베이컨에 밀크초콜릿을 입혀놓은 간식도 있고, 캐러멜 팝콘과 기존의 짠 팝콘을 합쳐놓은 것도 있다. 외국에만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스타벅스에는 캐러멜 핫 초콜릿에 소금을 뿌린 메뉴도 있다고 한다. 소금뿌린 수박 반통과 대야냉면 같았던 설탕 콩국수를 경험해봤으니 베이컨 밀크초콜릿바에도 자신감이 붙는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으로 먹어 본 허니버터칩은 사실 ‘이게 왜 동이 나지?’라는 의문만 들 정도로 입에 맞지 않았다. 그런 나라도 시간을 들여 먹어본다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해커의 실력만 쏙 빼내서 활용한다는 게 굉장히 합리적, 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공공연하게 벌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린 아무도 모른다. 즉, 우린 벌써부터 ‘이게 좋은 생각이야’라거나 ‘나쁜 생각일 수밖에 없어’라고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두 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우린 더 지켜봐야 한다. 허니버터칩을 포함해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짜고 단 음식들이 아직 대중적이거나 ‘대세’인 음식이 아니듯, 그래서 누구나에게 새우깡처럼 선뜻 권할 수 있는 맛이 아니듯, 해커를 활용한 보안 강화 전략은 충분한 시간을 통해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잘 해봐야 응급처치일 수밖에 없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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