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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와 닮은 現 사이버세상의 자화상 2014.12.05

신상옥·최은희 부부 납북사건을 통해 본 1970년대와 오늘    

1970~80년대 오프라인: 냉전, 공안통치, 인신매매·납치, 사상 검열 
2010년대 온라인: 사이버전, 랜섬웨어 등 사이버납치, SNS 검열   


[보안뉴스 김경애] 2014년 우린 직접 대화보다 SNS가, 미팅보다 온라인채팅이 더 친숙한 사이버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듯 사이버시대를 맞는 현재 냉전, 검열, 납치 등 오래 전 들어왔던 이슈로 소란스럽기만 하다. 
 
 

 ▲ 1970년대 우리나라 자화상 속에 현재 사이버공간에서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사이버전은 각 국가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우방도 없는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사이버검열의 경우 카톡 검열 논란으로 인해 전국이 한바탕 시끄러웠다. 어디 이뿐이랴. 민간끼리는 랜섬웨어와 같은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해 중요 데이터를 납치한 뒤 해당 기업과 개인에게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사이버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가 않다. 과거와 오버랩되는 이러한 모습들은 사이버상에서 벌어졌다는 점만 다를 뿐이지 1970~80년대 상황과 묘하게 닮아 있다. 여기서 1970년대 대표적인 사건 하나를 통해 그 당시의 모습과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국내 영화계 역사라고 불리는 신상옥 감독을 아는가? 어쩌면 영화감독보단 납북사건으로 사람들 머릿 속에 기억될 지도 모른다.

1952년 ‘악야(惡夜)’로 데뷔한 1960년대 국내 대표 영화감독인 신상옥 감독은 1953년 영화배우 최은희씨와 결혼한 후 영화 ‘성춘향’으로 흥행을 거뒀으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로 일본과 베니스 영화제, 아카데미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한국 영화계의 초석을 다지며 초창기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날린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러다 1977년 부부는 이혼했고,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엄청난 일이 실제 일어났다. 이혼 직후인 1978년 1월 11일 최은희 씨가 영화 ‘양귀비’ 출연 및 제작과 관련해 홍콩으로 출국한지 사흘 만인 1월 14일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북된 것이다.


신상옥 감독은 최은희 씨의 납북소식을 듣고 1월 말 홍콩으로 출국했으며, 그 곳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후 신 감독 역시 홍콩에서 납북된 사실이 알려졌다.


신상옥, 최은희 씨에게 일어난 납북 사건은 당시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놨으며, 지금도 이따금 회자되고 있는 사건 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의 납북소식보다 더 주목되는 건 사찰과 검열이 난무했던 당시 시대현실과 북한과의 냉전상황이 작금의 사이버세상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것이다.


“새벽 2시경이였던 거 같아요.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신상옥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전하라는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연락을 받았어요. 당시 저는 한 전자회사 소속으로 홍콩에서 파견 근무 중이었는데 어떻게 제 연락처를 알았는지 연락이 왔더라고요.”


당시 홍콩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의 통역을 맡은 한국전자정보인협회 나경수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당시 국내 공안통치와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다.


“물론 전화를 받고 엮이고 싶지 않아 거절 의사를 밝혔죠. 그랬더니 바로 남산가고 싶냐는 말을 하더군요. 사실 그 시대는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홍콩에서도 한국으로 잡혀가는 모습을 봤었거든요. 당시 사회 분위기가 좀 그랬어요. 하는 수 없이 당시 기자회견장에 가서 통역을 하게 됐죠.”


북한과의 냉전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나 회장은 “신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귀띔하기를 최은희 씨가 납북되기 전 자신이 원래 월북하려고 했다”며 “당시 신 감독이 김종필 前 국무총리와 친분이 있었는데, 김 前 총리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본인에게도 영향이 올까봐 월북 의사가 있었다고 전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엄청난 사건의 밑바탕에는 지금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납치, 사찰 논란, 남북간 냉전 등의 이슈가 한데 뒤엉켜 있음을 알 수 있다.


 ▲ 1990년 신상옥 감독이 만든 영화 ‘마유미’ 스틸컷[자료출처: 네이버]


이러한 남북 간의 대립구도는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마유미(Mayumi: Virgin Terrorist)’는 1978년 납북됐다가 1986년 3월, 8년 만에 탈출한 신 감독의 손을 통해 1990년 탄생했다.

이처럼 과거속 불편한 진실은 현재의 사이버시대와 디졸브되며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의 냉전은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인 사이버전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지난
2003년 1.25대란을 비롯해 2009년 7.7 디도스 공격, 2013년 3.20·6.25 사이버테러 등이 연이어 발생한 것. 또한, 오프라인 상에서의 납치 및 테러가 온라인상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검열이라는 시대의 어두운 이면 또한 30년이 훌쩍 넘은 온라인 시대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불거지고, 경찰이 차량번호자동판독기를 이용해 철도 노동자를 추적하는 사건이 이어지며 각종 검열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다가 당시의 ‘납치’사건은 사이버상에서의 중요 데이터나 파일 납치로 진화(?)하고 있다.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한 공격자는 기업 및 개인의 중요정보를 탈취한 뒤 협박하며 돈을 요구하거나 몸캠 피싱으로 괴롭혀 피해자를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 납치가 점차 지능화·고도화되면서 사이버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역사속 사건은 현 시대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어쩌면 사이버상의 현재 모습은 미래에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지 모르겠다.
[김경애 기자(boan3@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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