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 에세이] 김장철에 맞춰 보안 담그기 | 2014.12.03 | |
김치를 우회공격 루트로 사용하시는 우리 어머님들 당하고 나서야 당연해지는 우회공격,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 [보안뉴스 문가용] 다음날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하신다는 장모님의 망설임이 전화기로도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 이사 가버린 딸네 집에서부터 새로 발령 난 근무지까지는 거리도 거리지만 교통편도 무척 불편했다. 게다가 전화를 하신 시점은 이미 짧은 겨울 해가 벌써 기울기 시작하는 네다섯 시쯤이었다. 오랜만에 손자 손녀 만나러 서둘러 오신다고 해도 빨라야 일곱 시에나 도착하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일 출근까지 감안하면 사실 집에서 잠깐 아이들이랑 저녁 드시는 게 전부일 수밖에 없는. 두 시간 가까이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오셔야 하는데, 그 여정에 비해 얻는 게 너무나 적을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그러면 지금 빨리 출발하세요. 애들 데리고 주무시면 되잖아요. 내일 출근하시는 길은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볼게요.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요.” 해결책을 제시했다. 거짓은 아니었으나, 여러 물리적 여건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어느 정도 공허한 느낌을 나 스스로도 느꼈다. “그럴까. 그런데 자네 괜찮겠나?” “당연히 좋죠. 어머님이 애들 데리고 주무시면 오랜만에 아내랑 한 이불 덮고 자겠네요.” “그런가...” 그렇게 통화가 계속 이어졌지만 장모님의 말끝에는 계속 말줄임표가 따라붙었다. 결국 생각해보겠네,로 통화가 끝났다. 전화를 끊고 책상으로 돌아오는데, 아차 싶었다. 어머님의 그 고칠 수 없는 성격을 잠깐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처갓집과 가까이 살아야 좋다는 말에 신혼 때부터 장모님과 아주 가까이에 방을 잡고 살았는데, 그때도 장모님은 집에 잘 놀러오지 않으셨다. 심지어 아내가 집에 혼자 있는 때에도 그랬다. 남세스러운 걸 잘 못하시는 성격 때문이었다. 아내가 전화해서 “놀러 갈까?”라고 하면 늘 “그러든지 말든지”라고 답을 하셨지만, 그래서 “알았어, 그럼 다음에 갈게”라고 하면 “그래”라고 끊지 않으시고 “집에 오징어볶음 있다”고 둘러 답을 하시는 분이셨던 것이다. 그냥 놀러 오라는 말을 낯 간지러워하시는 분이 그냥 ‘보고 싶어’ 자식 집에 잠깐 들르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머님은 늘 일을 일부러 만드셔서 우리를 부르거나 우리 집에 오시거나 했다. “자네 좋은가?”라고 물으셨던 게 결국 ‘그냥 가기 민망한데’라는 말씀이셨던 것이다. 이걸 어떻게 풀어드려야 하나 망설이는데, 다시 장모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집에 김치 있나?” 웃음이 났다. 있어도 없어야 했다. “당연히 없죠. 김치 담글 새가 있어야죠, 애들이 어려서.” “지난 주에 동네 아줌마들이랑 김치 좀 담갔는데, 필요한가?” “저야 감사하죠.” 원래 우리 장모님 같은 분들은 부탁이나 사양이나 세 번 이상은 해야 받아들이신다. 이제 두 번 했으니 한 번만 더하면 출발하실 것이다. “자네 김치 안 먹잖아?” 역시나. “저 김치 정말 좋아하는데요? 아직 사위 입맛을 잘 모르시네요.” “알았네. 그럼 지금 김치 가지고 출발함세.” 사실 난 김치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어머님은 정확한 사실을 짚으셨고, 우린 그냥 서로 속고 속이기로 했다. 가까이 살았을 때나 멀리 살 때나 어머님의 목표는 항상 하나, 자식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식 한 번 더 보는 것. 다만 성격이랄까 성향이랄까, 목표로 직접 다가가는 법을 익히지 못하셨다. 한계라면 한계고, 아마 앞으로도 어지간해서는 그대로 가지고 계실 어머님 고유의 특성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늘 금요일 저녁이나 한가로운 주말에는 무슨 국을 끓일까, 무슨 고기를 구울까, 고민을 시작하셨다. 그래야 토요일 아침부터 자식들 얼굴을 보실 수 있으니까. 그러려니 어느 날 갑자기 식구 속에 편입해 능청스럽게 식탁 한 구석 떡하니 자리 잡고 당신 손수 키워 오신 자식들 먹으라고 해놓으신 반찬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먹성 좋은 사위의 입맛까지도 샅샅이 아셔야 했다. 게다가 이 놈이 - 나다 - 다 잘 먹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음식을 가리기 때문에 각종 냉국, 조금이라도 질긴 고기, 살짝 설익은 감자볶음, 단단한 미역 줄기 같은 건 내놓을 수가 없으셨다. 또한 어느 해부턴가 깊은 가을마다 김장은 항상 어머님 댁에서 벌어졌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 김장 전통은 동네 마당 한 가운데서 다 같이 김치를 담그던가 해마다 돌아가면서 집을 정해 김치를 담그는데 어머님은 갑자기 집을 활짝 개방하셨다. 그것도 매년.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도 손수 사다가 커피 알갱이에 소주까지 섞어가며 수육을 만드셨다. 다 잘 먹는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사위 때문에 동네 아주머니들도 덩달아 맛 좋고 비린내 다 빠진 향긋한 수육을 겉절이나 남은 배추에 싸서 드실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매년. 물론 아주머니들 다 돌아가시고 남은 저녁 식탁은 어머님의 진짜 목표인 자식들이 퇴근해 채웠다. 그 한순간의 소원성취를 위해 어머님은 어마어마한 김치들을 담그시고 메뉴를 개발하시고 고기를 삶으셨던 것이다. 그것도 매년. 아무튼 전화를 끊은 어머님은 아직 한창 때이며 몇 가지 음식을 가리긴 하지만 비교적 뭐든지 잘 먹기 때문에 힘도 세고 건강한 사위가 두 손으로 들 때 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고 입에서 컥 소리 날 만큼 무거운 양의 김치를 들고,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두 시간을 타시고 집에 도착하셨다. 일곱 시 반쯤 된 시간이었다고 하시니, 두 번째 통화를 하시기 전에 이미 김치를 싸놓으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김치를 냉장고 안에 다 차곡차곡 넣어서 정리해주시느라 가뜩이나 수지타산 안 맞는 시간 중 30분여를 허비하셨다. 손자와 손녀를 안고 놀아보신 건 겨우 30분 남짓. 나중에 아내에게 물어보니 도착하시기까지 몇 번씩이나 전화를 하셔서 애들 재우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다면서 말이다. 해커들의 우회 공격이 매우 지능적이고 꼼꼼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하필이면 이 김장철에 날아온다. 특히 월가의 M&A를 둘러싼 정보전에 해커들도 참여해 그 전문적이고 복잡하고 예민한 정보를 거뜬히 해석하고 활용하고 심지어 응용해서 차후 주식 시장의 변화까지도 노리고 있다고 한다. 해킹 자체 기술력은 평범한 편인데 문장력이 좋고 경제 상식이 뛰어나고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력이 부족해 목표에 직접 다가가지 못하니 다른 장점을 살려 예술로 보일만큼의 우회 공격을 성공시킨 것이다. 외신을 통해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난 장모님이 뭘 좋아하시더라, 궁금해졌다. 저녁마다 집에 가서 어머님이 가져오신 김치를 쭉쭉 찢으며 해커들처럼 절실하지 않으면 언제나 지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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