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2사태 곱씹기: 남성용 피임약, 소니와 원전 공격 | 2014.12.12 | ||
12.12와 부러진 이빨, 첫 남성용 피임약, 소니 픽처스와 한국 원전 보이지 않는 적의 대처법은 정직한 공동전선 구축 [보안뉴스 문가용] 한번은 밥을 급하게 먹다가 반찬을 혀 위에 내려놓은 젓가락이 미처 입을 빠져나가기 전에 우지끈 이빨을 맞물리면서 앞니가 조각난 적이 있다. 그래서 평평하던 앞니 밑부분 일부가 뚝 부러져 나갔다. 굉장히 아프고 시린 느낌이 나긴 했지만, 대부분의 이빨 본체는 그대로 잇몸에 붙어 있었던지라 며칠 밥을 굶을 수밖에 없었다던가 하는 기자에겐 굉장히 희귀한 다이어트 효과 같은 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생업과 밀접하게 연관 있는 타자가 조금씩 힘들어졌다.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있는데, 하필이면 조각나 떨어져나간 앞니의 그 자리가 손톱을 뜯어낼 때 주로 사용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손톱 뜯는 버릇이 이빨 조각처럼 뚝 하고 분질러져 나갈리는 없고, 그래서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부분에 손톱을 가져다 댄 것이었는데, 힘과 길이 조절 감각이 낯설어진 탓에 손톱이 대량으로 잘려 나간 것이었다. 지난 12월 6일에는 남성용 피임약이 개발된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임상 실험 결과는 100%에 가까웠다. 임신이 그러하듯 피임 역시 온전히 여성의 몫이었는데, 이제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부담감을 남자도 같이 져야 한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인류의 진보’라고 환호성을 키보드 위로 질러댔다. 콘돔이 처음 개발된 직후 오히려 임신이 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침묵하는 듯 보였다. 이 약의 개발이 완료되고 시판되기 시작하면, 정말 인류는 진보할까. 두고 봐야 알겠지만 오히려 에이즈가 창궐할 거라는 몇몇 의견에 더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류의 진보는 모든 원인에 대한 결과까지 만들어낼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고, 약 하나로 갑자기 그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기자는 피임을 여자의 몫으로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피임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35년 전 오늘, 12월 12일은 그 자체로도 쿠데타 사건이었지만 그 이듬해인 1980년 5월 17일에 일어날 진짜 쿠데타를 위한 전조였다. 그날 있었던 군부대의 무력 충돌이 훗날의 5.18 대학살로까지 이어질 것은 아마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도 짐작 못하지 않았을까. 작은 이빨 조각 하나가 기자의 생계를 위협했듯 그때의 그 총격전이 그로부터 13년 가까이 이어질 군부정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라는 걸 누가 알 수 있었을까. 2주전에 대대적으로 터진 소니 픽처스 사건이 엉뚱하게 한국의 발전소 등 국가 주요시설물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험 중인 남성용 피임약이 시판될 시의 결과가 확실하게 드러난 게 아니듯, 이번 발전소 사이버테러 사건의 배후 세력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 확보된 건 아니지만 소니 픽처스 때와 같이 ‘시스템 파괴형’ 멀웨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 피싱 등 최초 공격 방법이 비슷하다는 점, 남한과 소니 픽처스를 동시에 적으로 삼을만한 세력이 겹친다는 점 등 북한을 가리키는 정황 증거는 쌓여만 가고 있다. 설사 그것이 북한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새로운 공격 유형’으로 분류된 시스템 파괴형 멀웨어가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두 군데에서 발견됐다는 건, 그런 종류의 멀웨어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거나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역시 또 하나의 ‘5.17’ 혹은 ‘5.18’을 위한 초석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시대에 맞게 이런 사건의 무대가 벌써 ‘글로벌’이다. 다음은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류 최초의 남성용 피임약의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처럼. 날이 날이라 그런지 소니 픽처스에 신경을 곤두세우다가 곧바로 한국의 발전소에 대한 긴급 정보가 날아드는 것이 절망스럽게 느껴진다. 역사의 쳇바퀴 속에서 우린 무력하다.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건 역사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 하나뿐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오늘따라 명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35년 전의 12.12와 비슷하다. 사람의 생명에 어찌 비중을 매길 수 있을까마는 5.18의 인명피해 규모와 12.12의 인명피해 규모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눈 뜨고 사이버 5.18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 뭘 어디서부터 막아야 할 것인가. 일단 모든 관련 기관, 조직, 업체의 ‘정직’을 요청한다. 책임만 회피하면 되는 한국 사회에 물든 우리에겐 사건이 생겼을 때 덮고 숨기고 규모를 축소해 알리는 게 급선무처럼 굳어졌다. 정확한 피해규모와 경로, 그 밖의 모든 정보가 있는 그대로 모두에게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렇게 공격의 루트를 하나라도 더 파악해야 하고, 그에 따른 방어법을 공유해야 한다. 한 번의 전투가 아니라 전체 전쟁을 위한 각개전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 배후 세력을 정확히 파악해 한 번에 박멸할 수 없다면 그들의 공격 성공률을 최대한 하나하나 줄여나가야 한다. 무력해보이더라도,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깨끗하고 온전히 해나갈 때 우리에겐 우리가 예상치 못한 다른 결과를 선물처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대한 침착하게 일희일비 하지 말 것 또한 부탁한다. 어차피 결과란 건 한 번도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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