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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중간결산 : 통진당 해산과 오늘까지의 보안역사 2014.12.19

통진당 해산과 미결된 연재기사, 그리고 설문조사 중간결과


[보안뉴스 문가용]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이 헌정 사상 헌법 재판에 의해 해산되는 첫 정당이 되었다. 이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범위를 좁혀버린 퇴보라는 소리도 있고 방어적 민주주의에 의한 합법적이고 타당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건 오늘까지 허락된 역사 속에서 만큼은 - 훗날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미지수지만 - 통합진보당이 ‘위험한 당’으로 규정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싫건 좋건 누구에게나 ‘당대’란 승자의 편에서 진행되는 역사일 수밖에 없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전쟁을 생각해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기록부터가 이긴 쪽과 패한 쪽으로 참여자들을 구분하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역사들이 일어난다. 이긴 자들이 땅을 차지하고, 자신들에게 승리를 선사한 신기술과 무기를 팔아 부자가 된다. 당장 패자처럼 보이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후에서야 발굴이 되기 시작하고, ‘공산당’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의 역사는 승자 서유럽 국가들의 그것만큼 인기리에 학습되지 않는다. 그것이 맞건 틀리건, 역사에 의해 평가가 갈리건 그대로 남건, 우리는 승자들이 마련한 당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 재판 결과가 말하는 ‘위험한 당’ 말고 통합진보당의 존재를 ‘여당의 은밀한 아군’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쯤은 우스갯소리 섞인 시각이지만, 통합진보당이 ‘종북이라는 오해를 살 만한’(사람에 따라서는 ‘종북 성향임을 드러내는’) 언급이나 행동을 어리석을 정도로 자주 하기 때문에 여당의 이른바 ‘종북 프레임’이 아직 대중에게 잘 먹히고, 이것이 새누리당의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둘이 물 밑에서 모종의 계약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농담도 있을 정도였다.


아닌 게 아니라 모종의 계약이라는 농담 외에는 어느 정도 실제 현상으로 나타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에 “저 간첩 놈들 싫어서 내가 1번에 투표한다”고 했던 사람 주변에 한둘은 있지 않은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당신 낙선 시키러 TV 토론회에 출연했다’는 발언에 역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주 기자가 열심히 밀고 있지만 성적이 처참한 NBA 시리즈 기사 1편2편에서는 정보보안의 역사가 주요 등장인물에 따라 간략히 묘사되고 있다. 여러 이름이 나왔지만 4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주인공을 딱 하나 꼽자면 ‘전쟁’이다. 2차대전 중 서로 반대 진영의 통신 내용을 가로채려는 시도가 암호화의 발달을 불러왔고, 결국은 유사 ‘해킹’ 행위인 이것을 더 잘 한 미국과 영국이 결국 전쟁에 이겼다. 분명히 ‘해커’들인데 정보보안 역사에서는 영웅으로 기록되고 있고, 이런 행위는 세계대전 후 이어진 냉전을 통해 더 장려되고 발달한다.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해킹은 범죄 행위가 되었다. 미국이 소련과 패권을 다투면서 방어 체제로 들어선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90년대와 2000년대를 정리한 기사가 아직 더 나가야 하는 미완의 연재물이지만 80년대까지의 정보보안 역사는 확실히 승자의 편에서 기술되어 있다. 해킹의 행위는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범죄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딱 그 시점까지의 중간결산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해커와 정보보안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또한 본지에서는 이번 달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보안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더 밝게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19일 현재까지의 중간결과는 ‘더 큰 사고가 필요하다’로 집계된다. 정보보안의 시초가 전쟁과 해커였듯, 여당의 전략에 통진당이 의도치 않은 조력자 역할을 일정 부분 했듯, 지금으로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리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해커의 기묘한 조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질문의 성격상 이는 그들의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스탠스’ 즉 ‘나쁜 행위’ 자체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많은 생각이 드는 중간결과가 아닐 수 없다.


통진당이 없어졌으니 이제 여당의 ‘종북 프레임’ 전략은 힘을 덜 받게 될까? 처참한 성적의 NBA 연재기사는 3편에서 클릭수의 반등을 노릴 수 있을까? 본지 설문조사는 이번 달 말에 가서 전혀 다른 의견을 반영하고 있을까? 우린 정말 해커가 필요할까? 환자와 의사처럼, 해커와 보안은 어쩔 수 없는 공생관계인 걸까? 필요악은, 필요일까 악일까?


끝없는 질문들이 쏟아지지만 누가 과연 이 시점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대부분은 자기가 평소 지지하던 당의 입장에서 결론을 내리고, 자기가 믿어왔던 철학의 기반 위에서 ‘잠정적인’ 중간결과만 내릴 수 있을 뿐, 세대 단위의 시간이 지나 돌아보기 전까지 오늘이란 것은 그저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기회이지 판단의 대상은 좀처럼 되어주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중간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호빗>이 개봉했다. 우리의 세상에서 민주주의가 퇴보를 했든 아니든, 보안 시장이 암울하든 안 하든, 대작 속 중간계의 주인공이 ‘호빗’이라서 다행이다. 그 호빗이 우리 같아서 감사하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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