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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안이야기⑭] 보안조직과 노조와의 관계 2015.01.02

보안 업무의 가장 밀접한 비즈니스 파트너는 노동조합

 

[보안뉴스= 백봉원 ASIS International Korea Seoul 사무총장] 얼마 전 대기업 S사에서 독립해 분리된 모 회사에 근무하던 보안(Security) 책임자로부터 많은 고민이 담긴 질의를 받은 적이 있다.

전 근무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이 없어서 정책수립, 업무 추진 등이 결정되면 업무 진행이 수월했었는데, 회사가 매각되어 다른 회사로 바뀐 후,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모든 일에 대해 사사건건 갈등이 야기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사실 보안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밀접한 비즈니스 파트너는 회사 내의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조직에서 직원들을 리스크로부터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보안과 업무적으로 자주 부딪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임직원들의 안전과 관련한 공통적 업무 특성상 서로 이해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협조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회사의 리스크 관리라는 차원에서 회사 내의 질서와 사규 등을 준수하게 하는 보안의 특성과 업무 역할에 따라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때로는 출입통제 시스템(ACS: Access Control System), CCTV 등 외곽보안 시스템(Perimeter Security Infrastructure)을 보강 설치하는 일에 근태와 연결하는 시스템을 채택했을 경우  행동의 제약을 받기 싫어하는 특성을 가진 노조 간부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안 시스템은 인사 시스템이 아니므로 본래의 목적인 회사 자산 보호를 위한 활동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경제적, 정책적인 측면을 고려해 굳이 추진하고자 한다면 노조와 협의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들을 리스크로부터 보호한다는 관점과 사고예방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만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많은 대화와 협조를 구하고 업무를 진행시키는 관점이 요구되는 것이다.


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경우, 한 사업장에서 CCTV를 설치하는 과정에 있어서 꾸준한 설득과 사전 협의로 문제되는 부분을 재조정하면서 설치를 했고 조합원의 불만을 오히려 노동조합이 설득하는 역할을 함으로서 프로젝트가 잘 진행됐던 사례가 있었다. 반면, 어떤 사업장은 협의 없이 강행 추진했다가 노조에서 반대를 하면서 설치장비를 떼어냈다가 결국 1년 뒤에 재설치하는 소모적인 손실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안업무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사업장 출입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노조의 소극적인 태도를 결국 설득하지 못해 사업장 내 출입통제 시스템(ACS)을 완성시키지 못했던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그 동안의 관습과 의식을 바꾸는데 한계에 봉착해 실행으로는 옮기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격이었다고 할까?

 

참고 차원에서 보안 실무를 하면서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좋은 사례와 좋지 않았던 나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보안조직을 구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A공장의 노동조합지부로부터 식당 운영의 비리 문제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평소보다 식사가 부실해진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한 A공장 노동조합에서 식당의 쌀 재고량을 불시에 점검하고 쌀 수십 포대가 부족한 것을 발견했던 것. 이에 식당운영에 있어서 부정행위가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제시하며 조사를 요청한 사건이다.

조사결과, 고의적으로 식수인원을 부풀려 과다 구매를 하고 물품구매 요구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그리고 발주서 보다 부족한 쌀을 납품했음에도 묵인한 점 등이 문제로 발견됐다. 이런 조작을 통해 확보된 비자금 일부는 업체 관련자와 회사관리자들이 횡령했고 일부는 비정상적인 자금으로 사용됐다.


이 사건은 영양사, 식당관리자의 주도로 비자금 확보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정황이나 피조사자의 진술을 확인했을 때 총책임자의 개입 없이는 발생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결국 당사자들은 형사고발되어 처벌은 물론, 관련자 전원이 회사 사규에 의해 조치됐고 해당 업체도 교체됐다. 또한 당시 조사를 진행하면서 ‘과연 과거에는 이러한 유사 사건이 없었을까?’ ‘비단 이 사업장뿐만 아니라 타 사업장은 문제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타 사업장까지의 조사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 이후에 회사 전체의 부식자재와 관련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교육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진행됐으며, 사건 이후에 노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설명회가 끝나고 소위 극 강성이라고 분류됐던 A공장 노동조합 간부 몇 명이 다가와서는 ‘수고하셨고, 고맙다’라는 말을 건넸고 지켜보던 그 공장의 노사담당 직원이 ‘저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을 때 노동조합에서도 조사결과에 만족하고 있음을 느꼈고 왠지 모를 뿌듯함도 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흐뭇했던 일은 설명회가 끝나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전보다 풍성해진 식사를 두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웃음 띤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때로는 노동조합과 오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한다. 특히, 노동조합 집행부가 교체되어 새로운 집행부로 들어선 직후에는 분위기를 잡겠다는 목적으로 의외의 반응들도 나타나곤 했다. 또한, 많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선진화된 노사관(勞使觀)을 가지고 있었지만, 간혹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의 간부도 있었다.


하루는 노동조합 한 고위급 간부가 보안 사무실을 방문해 모 임원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그 임원은 욕설이 섞인 강한 항의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무척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보다 못한 직원이 말리면서 고성이 오고 가는 다툼이 발생했다.

타사 차량을 출입시켰다는 명분이었지만 사실은 그 노동조합 간부가 회사에 불법 좌회전으로 출입하면서 뒤쫒아온 경찰에게 스티커를 발급받으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경찰을 출입시켰다는 항의 차원이었다.

직원과 고성으로 욕설을 주고받다가 분에 못 이긴 그 간부는 결국 노동조합 집행부 간부 50여명을 대동하고 사무실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인 후, 사무실로 몰려와서 집기들을 부수며 자리를 피신한 임원을 데려오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필자에게도 ‘사무실에 노조 간부들이 몰려오니 피하라’는 건의도 있었지만 내 사무실을 놔두고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책상 및 의자가 파손되고 컴퓨터 모니터 여러 대가 파손됐으나 다행히 직원들이 다치는 일은 없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위원장의 약간의 배려(?)가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결국 해당 노동조합 간부에게 사과하라는 경영진의 지침을 받고서 당시에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 몰랐으나 상황정리 차원에서 그리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사내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행위조차 임금협상, 단체협상이라는 명목 아래 벗어난 원칙과 규율을 묵인하는 방침에는 ‘회사에서 비싼 투자를 하면서 양성한 노사관계관리사’인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 원칙과 규율을 무시하고 대인관계로 풀어가는 노사관리 방식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원칙을 벗어난 노사관계 형태는 정당하지 못한 불법적인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후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알게 됐다.

보안 사무실 폭력사건 이후에도 소위 ‘타격’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집행부에서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임금협상, 단체협상 등 큰 행사를 앞두고 타깃을 정해 어느 한 조직을 방문해 비슷한 행태를 취하는 것이 추후에도 계속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 중 ‘특정 정당을 회사에 출입시켜 달라’는 요구도 ‘회사가 정치인 양성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항의 방문해 기물을 부수는 등의 폭력이 또 발생했고 회사의 적당한 묵인(?) 하에 선거운동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회사 한 가운데에서 특정 정당 선거운동원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적 활동은 좋지 않은 하나의 관행으로 남게 됐다.

[글 _ 백 봉 원 ASIS International Korea Seoul 사무총장

(메일: jhpaik100@daum.net / 카페 : http://cafe.naver.com/security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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