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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도시락] IS 몰아낸 이라크의 속 앓이 2015.03.16

IS의 격퇴 소식에 세상이 반가워했지만 이라크 속 앓이는 여전

상징성만으로 위협적인 핵, 그리고 해킹전 능력

보안, 장기적인 계획 없는 단발성 해결책만 쌓이는 현상 우려해야


[보안뉴스 문가용] 티크리트 도심 중앙을 이라크군이 점령했다. 사담 후세인의 나라, 중동 어디에서 석유를 캐서 먹고 사는 먼 나라의 이 승전보는 IS라는 현대 최고의 ‘악의 축’을 상대로 했기 때문에 각종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더불어 이라크 국기를 꼽고 만세를 부르는 이라크 군의 이미지들도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그렇게 속이 편하지만은 않다.

 


보이지 않는 것의 중대함

이라크는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석유 수출에 의지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95%까지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석유 시장 상황은 어떤가? 평소 ‘유가’라는 것에 대한 뉴스에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면 당장 주유소에 가서 탱크를 채워보라. 마침 봄이다, 기름 값도 싸다, 차 타고 놀러가기 참 좋은 때라는 수근거림, 기자 주위에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의 놀러가기 좋은 봄은 이라크에게 때 아닌 춥고 긴 겨울이 되었다. 쉽게 말해 국고가 한 순간에 반 토막이 났다고 보면 된다. ‘전쟁’을 벌일 자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전쟁은 굉장히 비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에 티크리트를 공격하게 된 것은 졸지에 수입이 확 줄어든 이라크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어려운 때에 이라크는 티크리트 수복을 결심하게 된 것일까?


티크리트가 행정 도시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담 후세인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에 의하면, 이라크는 현실의 사정보다 사담 후세인이란 인물의 상징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때론 보이지 않는 게 보이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그뿐인가. 인도의 영향권 아래서 벗어나고자 요즘 애쓰고 있는 파키스탄은 뜬금없이 핵 미사일 실험에 성공해버렸다. 주말 동안에는 전투 드론 실험도 마쳤다고 한다. 그거 하나로 파키스탄이 가진 영향력의 범위가 국경을 훌쩍 넘어가 중국 일부에까지도 닿아버렸다. 사실 쏘지도 못하는 핵 미사일이지만, 상징처럼 가지고 있기만 해도 그 어떤 것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현대의 국가 관계다.


사이버전과 핵 경쟁의 닮은 점

이코노미스트는 “이전에는 강대국들만의 전유물이었던 핵을 피라미 같은 국가들도 갖게 되었다”며 “(냉전시대 양 진영의) 현상 유지를 위한 핵 보유가 아니라 (북한, 파키스탄, 이란처럼) 현상 파괴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고 현대의 이런 새로운 핵 경쟁을 진단했다. 파괴의 속성을 담보로 난관 등을 타개해가고자 하는 등, 그동안 감춰오려고 노력이라고 했던 파괴의 본질이 더 가시화되어가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어져가는 사이버전이 새롭게 열린 핵 경쟁 구도와 닮은 것은 1) 전통의 국경을 무시하고 일어나고 있으며 2) 핵이든 해킹이든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협이 되며 3) 국제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에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4) 점점 파괴라는 그 근본 속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평화를 사랑하는 것 같고 소수자를 위하고 경계를 허물어 화합하자는 데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동일한 것 같은데,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가는 것 같고 더 좋은 때가 곧 도래할 것만 같은데 우리가 실제로 하는 짓은 서로의 웃는 낯 뒤로 무기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누가 전쟁을 일으키는가 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증거로 군수 산업은 계속해서 돈을 벌고 있다.


의학과 보안, 아무리 발전해도 없어지지 않을 분야

점점 더 강력한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으며 보안에 대한 투자와 인식 역시 높아져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보안 업계는 산업의 종말을 전혀 겁내하고 있지 않다. 계속 보안을 강화하다보면 언젠가 모두가 안전해지고, 그러다보면 보안 산업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 라는 걱정을 누구도 진지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꼭 어디선가 새로운 해킹 기술을 가지고 등장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자기의 직업을 스스로 위험에 빠트리는 직업군”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한 번도 위험에 빠져본 적이 없다. 좀 천하게 여겨진 때가 있긴 했지만 그런 때에도 지도자들은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항상 주치의 비슷한 걸 가까운 곳에 두었다. 병이 없는 세상은 환상이며 이상향에 불과하다는 인간의 슬픈 자각은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존경받고 중요하게 생각되는지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점점 보안이 중요해지고 각계각층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분명 다른 한 편에서는 ‘보안 사고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설문조사도 존재한다. 어쩌면 의사의 경우처럼, 우리는 ‘완벽한 보안’이란 결코 실재할 수 없는 이상향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버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 과정으로 가고 있거나.


그러면 의학계나 보안계나 결국 언제 깨질지 모르는 임시방편을 마련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연구를 하고 솔루션을 내놓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다고 본다. 병 없는 세상, 해킹 없는 세상이 누군가의 진지한 미래 계획 속에 있지 않는 한.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화합과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유달리 높은 것 역시 애처롭게 들린다.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을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다가오는 주, 그리고 그 다음 주에도 계속해서 IS를 이기려면 결국 기름값이 올라가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시장을 활성화 살 수 있는 무언가 다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런 계획 없는 이번 주의 승전보는 다음에 있을 전쟁 소식을 기대하지 못하게 하는 일시적인 기쁨 혹인 불안 섞인 승리감만을 준다.


보안이 자꾸만 지금 당장의 것만을 고치기 위한 땜질(패치의 원뜻이 옷을 깁기 위한 땜질이다)만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보면 우린 이라크처럼 승리 아닌 승리만을 가져오고, 거기에 도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보안이 가져갈 수 있는 장기 계획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패치도 없고 해킹도 없는 세상이 이상향이라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꾸어야 하는가?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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