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만우절] 쩐의 전쟁이거나 쉐도우 복싱이거나 2015.04.01

만우절 같은 현실 : 우리가 벌고 쓰는 건 정말 돈일까?

정보가 화폐인 시대,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보안뉴스 문가용] 옛날 옛적, 직접 물건을 주고받던 사람들은 그런 무역 방식이 굉장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두가 똑같이 좋아하는 금으로 그것을 대신 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이 금을 주고받는 것도 불편해졌다. 이 과정 중에서 누군가 기가 막힌 돈벌이를 생각해냈다. 당신의 소중한 금을 내 금고에 보관해주고 대신 그 금만큼의 가치가 있는 증서를 써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편리를 쫓아 남의 금고에 내 금을 맡긴 사람들은 종이를 들고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진짜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이 ‘가치’라는 무형의 개념과 맞바꿀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가치’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초기 형태의 시장에서는 물건을 가진 주인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가치가 올라갔다. 너도 나도 가치를 올리자 종이 증서에 적혀있는 가치와 실제 가치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이 종이 증서의 실제 가치는 0에 가까워졌다. 어제 1개 증서 가치를 가졌던 콩나물이 오늘은 10개 증서를 내야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분명히 내가 소유주로 되어있는 금은 접근도 쉽지 않은 저 멀리 금고 안 어디에 안전하게 변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내 손에 들려있는 증서는 점점 종잇조각이 되어갔다. 그러니 더 많은 종이 증서가 필요했다.


이렇게 종이돈이 늘어나자 금을 맡아준 이는 한 번 더 머리를 굴린다. 만우절도 아닌데, 자기가 보관하고 있는 금보다 더 많은 증서를 - 즉, 거짓말을 - 찍어내서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즉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생성된 빚을 사람들에게 판 것이다. 공기를 판 수준. 이건 뭐 한강물을 팔았다고 하는 봉이 김선달은 명함도 못 내밀겠다. 처음엔 오히려 ‘내 금고에 당신 금이 있으니 내가 당신에게 빚졌소’라는 의미의 증서를 발급해 주었는데, 어느 새 ‘내 금고에 있는 금의 가치를 당신이 빚졌소’라고 전세역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금을 되찾아가려하지 않는 한, 공기를 파는 것과 다름없는 이 빚 장사는 굉장히 쏠쏠한 이윤을 남겨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은행의 시초다. 빚의 생성이 주요 돈벌이가 된 은행이기 때문에, 아주 단순하게 말해 사용자가 진 빚은 그대로 은행의 이득이 된다. ‘빚’에 화폐가치가 부여되었고, 그 빚이란 것은 누군가 종이로 인쇄하기만 해도 생성되는 ‘가상의 것’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요즘 사회를 보라, 빚 없는 사람이 어디 한 명이라도 있는지. ‘신용’카드로 점심을 사먹고, ‘빚’으로 얻은 집으로 퇴근해, ‘할부’로 산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먹고, 계좌이체라는 가상의 거래로 구입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우리는 이제 이 가상의 가치로부터 출발한 빚의 굴레에 있어야만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지폐 혹은 화폐라는 건, 더 나아가 돈이라는 건 언제부턴가 ‘가상’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 계좌에 있는 돈이 정말로 내가 벌어서 은행에 직접 넣어둔 그 돈이며, 내 전용공간에서 누구도 건들이지 못하도록 설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그저 액수 정보가 저장된 카드나 통장만 가지고 있을 뿐 그 돈을 직접 사용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다. 전 국민이 갑자기 재산을 전부 현금화 한다고 했을 때 은행은 그걸 고스란히 돌려줄 수 없을 것이다. 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버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정보’라는 무형의 것으로 화폐가치가 옮겨가기도 어렵지 않았다. 사이버 시대에 떠오르는 질문들, “왜들 그렇게 해킹을 하는 걸까?”, “개인정보는 왜 보호해야 하며, 유출된 정보 자체는 제 자리에 남아있고 복사되어 옮겨질 뿐인데 왜 탈취나 도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걸까?”의 모든 가능한 답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한 가지 현상으로 모아지는데 그건 바로 ‘정보가 지금 시대의 화폐’라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정보’라는 범주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화폐가치는 겉옷을 계속해서 갈아입고 있다. 초창기 해커들이 노리던 것은 기업의 기밀이나 은행 계좌 관련 정보였다. 그것이 개인정보로 옮겨가면서 해커들의 암시장에서는 개인정보가 수도 없이 거래되기 시작됐다. 그 표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 타깃(Target)이 털리고, 네이만 마커스(Neiman Marcus)가 뚫리고, 각종 카지노, 레스토랑, POS 사용 업체들이 무릎을 꿇었다. 이들 하나하나에게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들이 유통하고 있던 그 시대의 화폐인 ‘개인정보’가 이곳에 널려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개인정보가 가지고 있던 화폐가치가 의료정보로 옮겨가고 있다. 의료정보는 하룻밤 사이에 키를 10센티 늘이고 줄일 수 있지 않는 한, 피의 종류를 잉크 카트리지처럼 갈아 끼울 수 있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 정보이며, 개인정보와 가족력, 가족정보까지 덤으로 딸려 온다. 그 화폐가치의 흐름에 따라 무슨 일이 사회표면에 일어났는가? 앤섬(Anthem)이 뚫리고 연달아 프리메라 블루 크로스(Premera Blue Cross)가 당했다. 마치 메뚜기 때처럼 화폐가치가 지나가는 자리가 초토화되고 있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게 돈이라고 하는 말의 속뜻은 그 시대의 진짜 화폐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화 <강남>은 땅이 그 시대의 화폐였고 그래서 그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다툼들이 일어났음을 그리고 있다. 기업기밀에 화폐가치가 옮겨가자 각 정부들은 사이버전을 불사하고 서로를 염탐했다. 개인정보가 화폐였던 시대에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하거나 그 가까이로 몰렸다. 의료정보 화폐시대인 현재, 두 큰 기업이 이미 수사 중에 놓여있다. 우리가 벌고 있는 게 정말 돈은 맞는 걸까? 돈이라고 생각되는 혹은 이미 가치가 떨어진 구시대의 화석은 아닐까? 다음 화폐는 무엇이 될까? 그 정보를 파악한다 한들,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