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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도시락] My Photo를 자꾸만 보내는 그녀에게 2015.04.19

 따사로운 봄날에 문득 떠오른 한 여인의 이름

얼마나 외로웠으면 이런 대규모 사진 배포를 자발적으로 할까


[보안뉴스 문가용] 안녕하세요, 에밀리. 아, 요즘은 베스(Beth)로 개명을 했더군요.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라고 합니다. 늘 독자 메일에 목마른 저에게 소중한 개인정보까지 공개하시는 성원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물론 저는 정보보안 업계의 기자답게 놀라운 이성과 자제력을 발휘하여 당신의 소중한 초상권 혹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기고 글이나 응원의 메시지, 혹은 욕도 좋습니다, 아무튼 전달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첨부파일은 빼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당신께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알아보니 상당히 많은 분들에게 메일을 보내시던데, 저희 사무실 앞 벌써 지는 벚꽃이 당신의 어마어마한 외로움을 가슴 아프게 전달하더군요. 그저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과연 당신의 외로움이 해결되었을까 하는 오지랖을 떨고 싶었던 것입니다.


에밀리 혹은 베스.

저는 사실 당신이 사진을 담은 구애 메일을 아직도 보내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그 메일 제목이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열지 마’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먼저 My Photo라는 말 자체가 영어권에서는 애매하기로 아주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내 얼굴이 나온 사진도 My Photo, 내가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My Photo, 내가 소유한 카메라로 누군가가 찍은 사진도 My Photo이기 때문입니다. 즉 에밀리, 당신의 메일 제목만으로는 어디에 기대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는 겁니까? 아니면 당신의 눈을 홀린 천국과 같은 풍경들일까요? 아니면 당신 카메라의 어메이징한 화소인가요?


요즘 해커들은 - 아, 오해 마세요, 당신이 해커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 메일 제목을 아주 공들여 짓는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시를 짓거나 돈을 부르는 광고 카피를 만들라는 게 아닙니다. 열어보고 싶어 하는 저 같은 사람의 마음을 잘 찌르고 들어간다는 거지요. 경제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최신 경제 소식에 관한 걸 경제학자처럼 이야기하고, 요즘 핫이슈인 의료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의사처럼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잘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내가 공략해야 할 목표물을 철저히 파헤친다는 건 한번 생각해볼 만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참고로 전 소설책이나 잡지 소식에 관심이 많으니, 노려 보오.


또 하나 필요한 건 대상을 잘 고르라는 겁니다. 올해 초부터는 의료업계 사람들이 굉장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두 번이나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당신의 사진을 열어보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의사에게 끌리는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이쪽은 당분간 희망을 버리는 게 오히려 속이 편할 겁니다. 비슷한 이유로는 공공산업과 교육계가 있습니다. 공무원, 선생님들도 일단은 버리세요. 대신 여행업계가 뜨겁다고 하고, 아직 이쪽 계통 사람들은 주의를 상대적으로 덜 한다고 하니 이쪽은 어떨까요.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 버라이즌에서 보고서가 나왔는데 해킹 사건으로 도난당한 정보 한 건당 피해액이 200달러가 아니라 85센트라고 했거든요. 정보 한 건 정도 내줘도 별 손해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기라도 하면 지금도 가뜩이나 부주의하고 무신경한 사용자들의 그나마 실낱같은 조심성이 초봄 벚꽃처럼 훨훨 날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스한 봄날, 차라도 한잔 하면서 여유를 가져보세요. 이런 건 이상하게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니까요. 아마 당신의 메일을 열어볼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아, 물론 자꾸 강조하지만 당신이 해커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좋은 소식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루바라는 회사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아 글쎄, 당신의 이메일을 열어볼 확률이 제일 높은 사람들이 어리거나 연봉이 높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까 의사도 안 된다, 공무원도 안 된다, 선생님도 안 된다라고 당신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에 대해 무슨 상견례 자리에 나온 뺑덕어멈처럼 매정한 선을 그었는데, 이 소식이 당신 마음에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리거나 연봉이 높거나, 혹은 둘 다거나. 금상첨화를 꿈꿔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에밀리 혹은 베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 주 피싱 메일을 받은 해커가, 피싱 메일의 근원지를 찾아 그 해커에게 보복성 피싱 메일을 보낸 사건이 발생했거든요. 즉 해커들끼리 해킹 싸움을 벌인 겁니다. 아직도 진행 중이고, 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우리는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의 소중한 사진이 담긴 이메일을 누군가 피싱 메일이라고 오해해서 외로운 당신을 공격이라도 할까 불안해 근무시간에 사무실에서 선배들 몰래 졸다가 벌떡 깰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혹여 이 참견이 불편했다면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하도 독자 메일이 없는 비인기 기자라서 저야 말로 외로움이 쌓였나 봅니다. 어느 날 제 스팸메일함에 있는 당신 메일의 제목이 조금 바뀌었다면, 그래도 열어보진 않겠지만, 전 아마 흐뭇할 것 같습니다. 에밀리, 혹은 베스, 다음엔 어떤 이름으로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꼭 만나 뵙길 바랍니다. 묻고 싶은 게 많습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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