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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저먼윙즈 추락 사건과 결혼 2015.04.22

1명의 자살극에 휘말려 들어간 무고한 149명

자동화의 물결에도 꼿꼿한 Human Factor


[보안뉴스 문가용] 2015년 3월 24일, 독일의 저가항공사인 저먼윙즈의 에어버스 A320-211 기기가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뒤셀도르프로 가던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락 지점은 프랑스 니스에서 100km 정도 북서쪽으로 떨어진 곳으로 항공 교통 관제소와 정기 신호를 주고받은 직후, 정상 고도에 다다른 다음이었다.


사고가 난 직후 프랑스 당국은 급히 헬리콥터 등 구조 작업을 서둘렀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아연실색했다. 비행기가 어찌나 세게 지면과 충돌했던지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있던 것이었다. 가장 큰 조각이 겨우 자동차 크기였을 뿐이라고 훗날 구조대원들은 매체에 전달했다. 비행기의 잔해는 200km2 반경 내에 온통 흩뿌려져 있었고, 144명의 승객과 여섯 명의 조종사 및 승무원들 모두 사망했다.


마지막 녹음 내용

공식 수사가 시작된 3월 25일의 바로 다음 날인 26일 범인으로 당시 부조종사였던 안드레스 루비츠(Andreas Lubitz)가 지목됐다. 수사팀이 CVR을 분석한 결과 안드레스 루비츠가 비행기를 하강시키기 전 기장이 조종실 바깥으로 나간 틈을 타 문을 잠군 것이 드러나면서였다. 물론 아무리 문을 잠근다 해도 기장이 잠긴 문을 열지 못할 리는 없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녹음기에 기록된 내용을 들어보면 안드레스 루비츠가 잠금장치에도 손을 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조정실 문의 잠금장치는 안에서부터 얼마든지 비활성화시키는 게 가능하다.


정상적으로 문을 여는 것에 실패한 기장은 인터콤을 통해서, 또 직접 문을 두들기며 열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문을 부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런 모든 소란에 더해 루비츠의 아주 평온한 숨소리까지 CVR에 전부 녹음되어 있었다고 수사관들은 밝혔다. 마지막 순간 승객들의 비명까지도.


도대체 왜 그랬을까?

마침 세계는 IS를 비롯한 테러소식에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고 있던 때였다.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온 생각은 당연하게도 ‘혹시 테러범?’이었다. 그러나 그의 거처와 컴퓨터를 뒤져봐도 그 어떤 종교와의 연관성은 찾기 힘들었다. 심지어 유언장 비슷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3월 27일, 뒤셀도르프의 수사관들이 안드레스 루비츠가 일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라고 적힌 진단서를 발견했다. 즉 사고 당일인 24일은 안드레스 루비츠가 출근하지 않아야 하는 날이었다. 안드레스는 뭔가 의료 문제가 있어서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때에 그 사실을 숨기고 부득이 조종석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사는 안드레스 루비츠의 ‘의도’가 아니라 ‘상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소득이 없지 않았다. 3월 30일에 그가 자살 충동 및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견서 한 장으로 사건을 종결짓기에는 불충분했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 그의 범죄동기를 설명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그러다 4월 2일 두 번째 기내 블랙박스가 발견되었다. 분석 결과 원인이야 어찌됐던 안드레스 루비츠가 의도적으로 비행기를 추락시켰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일부러 비행기를 하강시켰을뿐 아니라 속도를 높인 것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가 오토파일럿에 맞춘 값은 고도가 30미터, 속도가 700km/h였다. 추가로 자살 방법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비극 뒤에 일어난 변화들과 Human Factor

항공사들이 바빠졌다. 비행수칙과 매뉴얼을 검토하고 조종실 문에 대한 잠금장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호주,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필리핀의 항공협회들은 대형 여행기에서는 항시 두 명 이상의 비행 조정 가능한 인물이 조종실에 있도록 하는 정책에 동의했다. 이미 이런 정책 하에 비행을 해왔던 미국과 유럽 몇몇 항공사들은 타 항공사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계 전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술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동화가 정말로 비행술의 정답일까?”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주류 시사지에서 일제히 이 점에 대한 글을 싣기 시작했다. 슬레이트지는 “자동화 때문에 파일럿들의 생각이 흐리멍덩해지고 있”는 점을,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일럿들의 자동화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을, 뉴요커는 “오토파일럿의 위험”을 지적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조종사들 스스로 느끼기에 “이제 조종사란 그저 조종 패널을 조작하는 또 다른 부품일 뿐”이라며 “예전에는 조종사라는 직업이 주는 자부심이나 직업 만족도가 높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동화 때문에 오히려 비워져 가는 심리적 요인들이 더 위험한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기계 및 자동화 의존도의 맹점은 정보보안 업계에서도 최근 계속해서 지적받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일례로 구글이라는 대단한 회사를 등에 업고도 안드로이드의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자꾸만 멀웨어와 바이러스가 퍼지자 구글은 기술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앱의 심사과정에 인간적인 요소, 즉 human factor를 더 개입시키겠다는 발표를 했다. 심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도입하고 실패하는 걸 반복하다가 사람을 더 고용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오프라인 해킹을 해보는 실험도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며 하는 해킹이 아니라 직접 사무실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중요 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빼내고 사진을 찍어오는 실험이었다. 결과가 어땠을까? 성공률이 굉장히 높았다. 해커는 그저 복사기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되었고, 뒤에서 대놓고 모니터 사진을 찍으면 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결혼?

터키시 에어라인(Turkish Airline)의 CEO인 테멜 코틸(Temel Kotil)은 4월 16일 새로 입사한 조종사들에게 흔치 않은(unusual) 권면을 했다. “저먼윙스의 안드레스 루비츠 부기장처럼 조종사들이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결혼을 권장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비행기 조종(에 있어서 안전)이라는 것은 결국 조종사의 ‘라이프스타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을 강조했다고 데일리뉴스는 보도했다.


보안 회사인 레이시온(Raytheon)의 수석 책임자인 다니엘 벨레즈(Daniel Velez) 역시 “정보에 초점을 맞춘 정보보안은 한 물 갔으며 사람의 행동 패턴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며 “이는 개개인의 감시와 통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트렌드와 유행, 변해가는 양식부터 한 개인을 구성하는 습성과 성향까지도 이해해가는 입체적인 접근을 말한다”고 해외 매체에 기고한 바 있다. 물리보안 시장이고 정보보안 시장이고, 안전을 꾀하는 행위가 뿌리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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