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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신간 ‘서양화가 인물사전’과 보안 2015.05.08

서점가에 부는 ‘얕음’의 열풍 : 깊이로 안내하는 창
정착되지 않은 보안업계, 어쩌면 가장 역동적인 세상 경치

[보안뉴스 문가용] 최근 서점가에 ‘얕은 지식’이 휩쓸고 지나간 모양이다. ‘서양화가 인물사전’이라는 책 역시 굳이 따지자면 그런 출판계 유행을 타고 나온 책이다. 100여명의 화가가 많아야 2페이지에 걸쳐 짤막하게 소개되고, 대표작도 딱 하나씩만 나온다. 그림 좀 안다면 한 손으로 휘어잡고 휘리릭 빠르게 넘겨봐도 될 정도의 깊이와 분량, 기자 역시 출근길에 슬쩍 훑어보고 덮으려고 했는데, 그런데, 오늘 근무시간의 반을 후앙 미로라는 화가를 찾으며 보냈다. 이 책에 실린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 ‘꽂혔기’ 때문이다.



봄이 오고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고 주위 사람들 입에서 한화니 기아니 롯데니 하는 이야기가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없던 관심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봄철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런 질문들이 오간다. “야구에 입문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물론 선수로서 입문하고 싶다는 건 아닐 게다. 거의 1년이라는 시간과 거의 한국 전역이라는 공간을 차지하는 이 인기 높은 문화 속에 제대로 한 번 젖어보고 싶다는 건데, 야구 어떻게 즐기냐는 거다.


답들은 다양하다. 규칙을 익히라거나 직접 동호회 같은 데 들어가서 해보라거나 좋아하는 게 억지로 되냐고 반문하거나. 그런데 기자 개인에게 가장 그럴싸하게 들렸던 답은 ‘아무 한 팀을 골라서 그 팀의 팬처럼 굴어보라’였다. 그 팀의 경기만 골라보면서 그 팀의 선수들을 알아가고, 그 선수들이 뭉쳐낸 색깔이 무엇이고, 다른 팀에 비해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다 보면 저절로 애착이 생기고 그게 발전해 야구 자체 혹은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한다는 거였다.


아마 한때 미술을 좀 잘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그림 좀 아는 친구와 서점을 돌아다닌 기억 때문이었으리라. 그때 기자는 주저 없이 미술사 쪽으로 책을 뒤지고 들어갔는데 친구는 작품집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었다. 전체 맥락을 알아야 작품 의미가 와 닿지 않느냐는 질문에 녀석은 “원래 미술은 좋아하는 그림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야”라고 했었다.


요즘 유행하는 ‘얕고 넓은’ 류의 책들이 가진 의미는 전체 맥락을 한 눈에 들어오게 하는 것에도 있겠지만, 어찌됐던 책은 책이고 그래서 분량은 최소 10페이지 이상일 테고, 그러니 한 눈에 들어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친다면, 오히려 다양한 ‘시작점’ 즉 기자의 친구가 말했던 그 그림 하나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누군가는 마네에, 누군가는 밀레에, 누군가는 달리에, 누군가는 워홀로부터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마치 등 떠밀어 이리 저리로 자식들 떠나보내는 부모님들처럼.


평생 자식으로만 살다 부모가 되어보니 제일 먼저 이해가 가는 건 부모의 등쌀이었다. 아이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건 단지 나중에 살아가는 데에 있어 든든한 생존무기 하나 장착하라는 걸 넘어, 살아간다는 게 사실은 즐거운 거라며 여러 풍경이 담겨 있는 얕디 얕은 창을 열어준 것이었다. 그것이 국영수에 국한되어 있으니 학원가기 싫다는 잔혹 동시가 10세 꼬마의 손에서 탄생된 것이긴 하겠지만 대게 창문을 열려는 부모의 손은 아마 문어발처럼 넘실대고 싶을 것이다.


보안 기자로 일하며 가장 즐거웠던 건 보안이라는 것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문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높으신 분들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나랏일 이야기도 있고, 그걸 또 참견하는 다른 나라의 사정도 있으며, 당하고 또 당해도 느긋한 삶을 사는 도인 같은 사람도 있고 대문에 피어싱하듯 온갖 잠금장치를 설치해도 직성이 안 풀리는 꼼꼼이도 있다. 이 계통에서 유명하다는 이가 단순 피싱 공격에 500만원을 송금했다는 소문도 있고, 수도원 생활하듯 유명 포털 한 군데 외에는 그 어떤 계정도 만들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다.


제작사가 제대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거라던 제로데이 취약점은 자연재해 수준의 불가항력의 영역으로 넘어갔고, 굵직한 사건에 따라 사람들은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가 금방 또 사후처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 와중에 기본으로 돌아가자 주구장창 외치는 이도 있으며 정부는 이런 저런 상황의 구원이 될 ‘정책’이라는 안전선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은 그물코가 너무 숭숭해 흘려버리는 것들이 더 많다. 민과 관이 얽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한 운명 공동체가 되고 있으며 모바일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이제 대중까지도 자연스럽게 이 난리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위기에서는 인간의 본연이 드러나는 법, 보안 업계를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인간 그 자체가 드러난다. 창 치고도 참 역동적인 창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여느 때처럼 보안을 통해 낄낄대며 세상을 관찰하다가 부모님이 열어주시려던 창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자식은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 하시던 건 무슨 의미였을까. 뭔지도, 의도도 모른 채, 그래서 감사한 마음 가질 새 없이 열고 열고 또 열어 지금 이 보안이라는 창에 도착한 건 확실히 그분들의 의도가 아니었을 테지. 나 역시 내 자식들에게 열어 줄 얕은 창들에서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 건지 사실은 모르고 있고 말이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생길 무수한 뉴스들이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창을 제공할지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화가들 대부분은 부모나 스승이라는 강한 영향력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팔레트를 완성하고 삶을 마쳤다. 부모가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 결국 사람은 자기만의 창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부모가 열어준 창에 비친 풍경보다 창을 열어주었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단지 그뿐만이 아닐까.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보안의 정책 담당자나, 기술 개발자나, 말 많은 기자나 할 것 없이 말이다. 너무 한 번에 이루려는, 너무 예상 그대로의 결실만을 얻으려는 자식의 조바심을 오늘은 좀 내려놔본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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