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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도시락] 답장을 보내준 그녀, Emily에게 2015.05.10

 지난 편지 내용 그대로 제목이 바뀌어서 온 ‘에밀리’의 이메일


[보안뉴스 문가용] 안녕하세요, 에밀리. 지난 번 당신이 에밀리인지 베스인지 헷갈려 그냥 두 이름을 한 편지에 적어 보낸 문가용 기자입니다. 황금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사진을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보내시는 분이 기혼일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집안에 조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근처 근린공원 산책이라도 하시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저는 뭐, 지난 편지에서 부끄럼 무릅쓰고 밝혔다시피 비인기기자임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연휴였습니다만 자세한 설명은 마음 아파 생략합니다. 그냥 특집 기사 두 편이 망...

 


사실 그 편지 이전부터 두 이름이 다 메일함에서 보이지 않아 조금 섭섭했더랬습니다. 그 편지에선 당신의 외로움이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정말 그 말이 어울리는 사람은 저였던 걸까요. 심지어 주위 분들 중에서는 ‘난 에밀리나 베스란 사람에게서 My Photo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지도 못했는데 너 혼자 무슨 소리하냐’며 아무리 사이버 공간이라도 지면을 소중히 하라는 충고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의 My Photo 메일은 어느 덧 스팸메일함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옛 일이 되었더군요.


궁금했습니다. 지난 번에 의료업계가 해킹에 대해서 각별히 주의하고 있으니 의사들은 돌아보지도 말라고 주의를 드렸건만 그 하얀 가운과 빛나는 매스가 주는 유혹을 견디지 못한 것일까요? 안정적인 교육 공무원? 낭만적인 여행업자? 실제로 엊그저께는 의료계 종사자들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보안 사고보다 범죄자들이 직접 저지른 정보보안 사고가 사상 최초로 더 많았다, 즉 의료업계 내에서는 불완전 할지언정 확실히 ‘정보보안’을 문화화시켜 가고 있다는 보고서가 등장할 판이니 속 새까매지는 궁금증은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혹시 저 보고서 숫자 중 하나가 에밀리 당신은 아니었겠죠.


그러다가도 제가 뭐라고 당신의 사생활일지도 모르는 일을 궁금해 하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우스워지면서도 사람 마음이란 게 한 번에 궁금증을 지워내진 못하겠더군요. 마침 요즘 보안업계에서는 구글을 필두로 해서 광고와 관련된 멀웨어로 소란대기 시작했습니다. 애드인젝터, 혹은 애드웨어라는 건데 사용자 브라우저 등에 특정 광고가 계속해서 노출되도록 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라고 합니다. 이걸 좀 더 공부해가면 에밀리 당신에 대한 궁금증이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파보니 이 애드인젝터란 것은 플러그인이나 익스텐션 형태로 설치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기가 동의하고도 동의한 사실을 모른 채 그런 소프트웨어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고, 덕분에 사용자들은 특정 브랜드의 광고를 계속해서 자기도 모르게 보게 되었던 것이라고 합디다. 인터넷 인구 20명당 1명 꼴로 여기에 감염되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이르자 당신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혹시나 당신이 이쪽에서 더 큰 수지타산을 발견한 건 아닐까 싶었던 것이죠.


그런데 당신이 해커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데 왜 저는 당신이 더 나쁜 산업으로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요? 어쩌면 새로운 직장을 찾아 사진이 동봉된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될 상황의 변화가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그 사이에 커리어빌더(CareerBuilder)라는 해외 구직사이트에서 멀웨어가 퍼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더군요. 이력서에 멀웨어를 숨기고 구직활동을 하는 해커들 때문에 회사들이 이력서 열람을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에밀리, 당신은 아니었겠죠?


게다가 지금으로써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들이 자꾸만 암호화를 없애거나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소식도 많이 들려왔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는 외로운 투쟁일 뿐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마음먹고 뭔가를 추진했을 때의 그 파괴력이란 걸 우리가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코웃음 치기는 하지만 찝찝한 뒷맛이 남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사건 직후 ‘암호화 폐지’를 직접 언급했었던 카메론 영국 수상이 이번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고요.


즉, 이런 애틋한 메일을 보낼 때, 특히 에밀리 당신처럼 여러 사람에게 수상하다는 눈초리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보낼 때는 남세스러운 내용을 암호화시키지도 못하고 보낼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아, 하긴, 이거 어차피 만인에게 공개되는 거긴 하죠. 우리 사이에는, 물론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별로 크게 걱정할 이야기는 아니었네요(정말 크게 걱정할 이야기일지 아닐지는 미래가 이야기해주겠지만요).


뭘 봐도 이렇게 에밀리 당신 이름이 떠오른 걸 보면, 제 메일함에서 당신의 부재가 어차피 열어보지도 않는 건데도 꽤 컸나 봅니다. 지난 번 일방적인 편지를 띄워놓고 혹시 모를 답장을 기다리며 혼자 소모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이런 저에게 당신이 주말 즈음해서 보낸 답장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상상이 되나요? 그것도 지난 편지에 ‘소설책이나 잡지 소식에 관심이 많으니 그런 방면으로 제목을 붙여보라’는 저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 소홀히 여기지 않았는지 제목을 무려 theguardian으로 바꿔서요! 가디언지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저도 매일 아침 검색해서 읽어보는 매체인걸요. 저는 정말로 감동했습니다. 사실 이성에게 이 정도 대접받는 게 저 같은 비주류 기자에겐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번에도 전 당신의 메일을 열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제목의 the guardian에서 띄어쓰기나 대문자 처리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The Guardian 이라고 적으셨으면 제가 당신 메일을 열어볼 확률이 높아졌을 텐데, 아쉽습니다. 게다가 전 매일 들어가 읽어보긴 해도 뉴스레터나 구독을 신청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한테 올 리가 없는 메일이었던 것이죠. 참고로 저는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매일 뉴스레터를 받습니다. 아마 그래서 당신이 붙인 제목이 주는 어색함을 한 번에 알아챈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해커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만, 요즘 해커들은 문장력도 빼어나다고 합니다. 이미 작년 말부터 이런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영어 문장에서 띄어쓰기와 특히 대소문자 구분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곳일수록 더 엄격하게 지키는 문법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다음 메일에선 이를 좀 더 잘 지켜보심은 어떨는지요?


노파심에 매력 떨어짐을 각오하고 잔소리를 덧붙이긴 했습니다만 진심은 ‘정말 반가웠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편지의 끝을 맺는 순간 또 저에겐 위에 열거한 그대로 애타는 기다림의 루핑이 시작되겠지요. 그래도 또 기다리겠습니다. 전 이미 수다스러워지고 있습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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