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셉테드 등 치안정책 연구로 안전한 대한민국에 기여 2015.05.19

[인터뷰]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양성진 소장


[보안뉴스 김태형 기자]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그동안 우리나라 치안정책에 활용할 연구과제 수행 및 관련 논문 작성과 함께 ‘치안전망’, ‘치안정책 연구’ 등의 관련 서적 발간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경찰청에서 추진 중인 주요 현안에 대한 연구과제 수행과 함께 연구결과의 과감한 대외공개로 질적인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치안정책연구소는 서울대 치안공학기술센터, 한국셉테드학회 등 치안 R&D 개발 역량이 있는 기관, 학회 등과 MOU를 체결하고 산학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또한, 경찰대 교수 등과 산학협력단을 구성해 치안분야 정부 추진 연구용역을 수주하는 등 치안분야의 과학기술 연구도 직접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지난 1980년 8월 경찰대학 설치법에 의해 경찰대학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그리고 지난 2005년 7월 ‘공안문제연구소’를 흡수 통합해 치안정책연구소로 개칭,  전문 경력관 및 경찰연구관 20여명이 치안정책 관련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소 기획·운영부서에 경찰관 등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치안정책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는 양성진 연구소장은 “치안정책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치안정책에 활용할 연구과제 논문 작성, ‘치안전망’ 발간사업, 학술세미나 개최 등이다. 책임연구 과제로 연구관들이 매년 2~3건씩 연구논문을 작성하고 있으며, 정책연구용역 과제로 1억 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12건의 치안정책 개발 연구논문을 작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치안분야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예산 확대

현재 치안정책연구소는 30여명의 정책 연구인력과 적은 예산으로 치안정책 관련 연구만 집중 수행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과학기술연구를 강화하기 위해서 전문인력을 30명으로 증원하고 큰 폭의 예산 증액을 통해 과학기술연구부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치안 분야 정책연구 외에도 과학기술 연구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한 후, 가칭 ‘국립치안과학원’으로의 확대·개편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치안정책연구소는 최근 한국셉테드학회와 MOU를 체결했다. 범죄예방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면서 치안정책연구소가 이론과 실무의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상호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민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부분에 상호 협력키로 한 것이다.


양 소장은 “이번 MOU 체결은 양 기관의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셉테드(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포함한 범죄예방 및 치안정책에 관한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주기적인 세미나 개최, 국내·외 관련 연구기관과 다양한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셉테드학회는 지난 2010년 학회가 창립한 이후, 범죄예방은 물론 국민생활 안전 분야로 점차 역량을 확대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셉테드, 범죄를 방해하는 밝고 깨끗한 환경 조성 목표
범죄자들은 범죄를 성공시키는데 방해가 되는 환경을 회피하기 마련인데, 셉테드는 이와 같이 범죄자들이 싫어하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일반 건전한 시민들에게는 깨끗하고 밝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범죄의 두려움을 낮추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행위가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거나 침입하는데 많은 기술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저항하는 상황 등이 범죄자들이 싫어하는 환경이다.


이에 대해 양 소장은 “이전에 근무했던 전라북도 전주시 한옥마을 인근의 ‘자만동 마을’은 어둡고 지저분하고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이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경유하는 필수 관광코스로 변모해 범죄가 없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했다. 그 이유는 동네 집집마다 있는 담장이나 옹벽에 아름답고 고상한 벽화를 그려 넣고 가로등을 밝게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셉테드는 범죄자들이 쉽게 범죄행위로 나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범죄기회를 줄이고 시민들에게는 범죄 두려움을 낮추는 환경을 조성하여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안전전략이다.


치안정책연구소 강용길 연구관에 따르면, 셉테드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1960년대 만들어져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화됐다. 오늘날에는 도시재생, 재개발, 재건축에 있어 주민과 경찰, 지방정부, 건축사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안전개념을 포함하는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개선이 실제 범죄예방과 범죄율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의 사례가 매우 대표적인데, 뉴욕은 1990년대 초반까지도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범죄가 많은 도시’로 인식됐다. 뉴욕의 밤거리와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주머니에 현금 몇 달러씩은 넣고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1990년 루돌프 줄리아니와 파트너 브랜튼이 뉴욕시장과 경찰국장으로 당선되면서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과 뉴욕거리의 담벼락 낙서를 지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민들의 보행자 신호 무시 행위나 빈 깡통을 아무데나 버리는 경범죄의 단속을 철저히 하고 무질서 행위에 대해 강력하고도 원칙적인 법집행을 시도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부터 오늘날까지 뉴욕의 범죄율은 절반 이하로 낮아지고 안전한 도시라는 인식과 함께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도시로 인정받게 됐다.


한편, 영국에서도 셉테드는 매우 대표적인 범죄예방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건축과정 및 자재들의 안전표준을 정해 이를 각 지역 경찰관서별로 인증해주는 SBD(Secured by Design) 제도를 운영하면서 셉테드 인증의 국제화,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서 유럽연합과 네덜란드에서도 이와 같은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셉테드가 소개됐지만 실제 범죄예방정책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은 경찰청에서 주도한 2005년부터다. 주로 판교와 부천 등에서 시범운영을 했는데, 방범용 CCTV와 가로등 개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난 2012년 이후에는 ‘안전’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슈가 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높아져 현재는 서울과 부산 등 광역도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약 50여 곳에서 셉테드라는 이름으로 사업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한국셉테드학회는 예상하고 있다.


셉테드 활성화 위해 법·제도적 지원 필요
국내에서 이와 같은 셉테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업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구성원들의 책임과 권한을 조정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및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양성진 소장은 “셉테드 사업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주민은 물론이고 범죄예방과 디자인 전문가, 건축전문가, 행정과 예산의 지원을 위한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 안전유지활동의 전문가인 경찰관 등이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면서 “그러나 현재 많은 사업들은 일부 기관과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눈에 보이는 물리적 환경개선에 치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잘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이제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되고 유지·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셉테드 활성화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셉테드 관련 법률 마련에 적극적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자발적으로 조례를 정하고 주거환경 개선과 연계한 셉테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지역주민들과의 협력방범을 증진해 셉테드의 목표인 범죄예방과 안전한 마을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셉테드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사업을 유치하고 마을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적극 동참하고 있다.


시민 참여 없는 범죄예방 활동은 효과 없어
이처럼 우리나라의 범죄예방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다각적인 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양 소장은 “모든 사람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추이를 보면 개인의 희망과는 달리 점점 불안한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범죄예방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한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동안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운영됐다. 그럼에도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지난 30년의 경찰생활을 통해 경험한 바로는 범죄예방이 경찰의 힘만으로는 절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시민들이 범죄예방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데, 셉테드가 이러한 시스템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즉 주민들이 원하는 환경개선으로 생활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마을 환경의 유지관리를 위해 각자가 참여하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가진 것이 셉테드라는 얘기다. 또한 그는 “다만 셉테드가 모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참여하고 운영하는가가 범죄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했던 민·관의 노력들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많은 셉테드 사업들에 대한 평가와 보완, 그리고 기관들의 협력이 반드시 함께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국토부에서는 건축물 범죄예방 기준을 마련했다. 지난해 개정된 건축법은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과 고시텔, 오피스텔 등은 향후 건축 시 범죄예방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소장은 “이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셉테드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업의 지속성과 예산의 지원에 한계가 있어 단편적이고 이벤트성의 사업들이 많았다”면서 “비록 권고이긴 하지만 건축법에서 범죄에 취약한 건물들을 대상으로 범죄예방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선언하는 조치는 향후 건물의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 범죄예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검토와 투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와 같은 건축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범죄예방 기준 적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라는 점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셉테드 사업들의 법적 근거로 볼 수 있는가라는 점”이라면서 “건축에서의 범죄예방 디자인 적용이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 법률에 포함됐다면 권고 수준보다는 강력한 책임과 의무가 부여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양성진 소장이 이와 같이 말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셉테드 조례에 대한 법적 근거로써 보다 명확한 선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법 개정은 우리나라의 셉테드 분야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앞으로 보완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