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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의 프라이버시와 익명 활동 2006.12.07

익명활동시 신뢰 쌓는 노력이 진정한 ‘사이버 윤리’ 만든다


           <김연수_IT 칼럼니스트>

한국이나 미국이나 블로그 열풍이다.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단 몇 마디에 정감을 나눈다. 그렇게 늘 활짝 열어 놓은 블로그에는 미지의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새벽 다 잠든 시간에 오는 이가 있고 늦은 오후에 잠깐 들러 얼른 안부 글만 남기고 사라지는 이도 있다.


블로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직업과 특기는 가지각색이다. 최근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의 민감한 내용도 서슴없이 노출하는 블로거들이 늘고 있다. 가족의 행복한 앨범으로 활용하는 이,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이, 플래시 영화를 보여주는 이, 학교 친구나 연인끼리 찍은 사진을 자랑하거나 여행중에 찍은 사진을 선별해 보여주는 이, 관심분야에 전문가 같은 의견과 비평을 개진하는 이 등 실로 다양하다.


블로그는 그야말로 ‘프라이버시의 집결체’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프라이버시를 공개할수록 사람들의 공감을 더 많이 형성하게 된다. 누군가의 프라이버시를 엿보고자 한다면 그 흔적을 찾아가기도 쉽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접속하면 그 블로그에 방문자로서 이름이나 별명 같은 칭호가 남는다. 그렇게 프로그래밍 돼 있을 뿐이다.


물론, 다녀간 흔적을 지울 수도 있다. 어쨌든 남겨진 흔적을 따라 마우스 한 클릭으로 ‘그’를 찾아가 보면 얼굴이 없을 때가 다반사다. 이름도 별명뿐이다. 이는 프로필에 자신의 신분공개를 감춘 기능을 선택해 두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기를 감추고, 주변의 아는 사람들의 편견을 벗어나 해보고 싶은, 말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내지를 수 있는 자유! 그게 바로 블로그의 참맛이다.


나 역시도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한다.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아오는 내 블로그(http://blog.naver.com/neoprivacy)에서만도 별의별 사람을 만난다.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은 이웃들이라지만, 내 일말의 거짓도 그들은 예리한 눈으로 다 간파한다. 나는 그들 앞에서 때로는 바보같이 굴어도 부끄럽지 않다. 성숙한 눈으로 봐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편하게 내 이웃들과 감정의 교류를 나눈다.


나는 내 블로그에서 감동하고 때로 발가벗고, 화도 내고, 혼자 웃다 뒤로 자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내게 뭐라 하는 이가 없다. 개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한마디 답글을 달면서도 배려하는 마음씨 그것이 진솔한 프라이버시의 존중이며, 어쩌면 바로 인터넷에 필요한 ‘사이버 윤리’인지 모르겠다. 거창하게 도덕적 명언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마음씨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들고, 몸에 배면 족하다.


하지만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갖는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고민은 내 얼굴과 실명을 표시할까 말까다. 인터넷에서 사람마다 그 얼굴과 이름을 드러낸다는 것은, 일면 용기다. 그렇다면 그 용기를 가상하게 여기고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모두가 자기의 이름과 사진을 걸고 블로그 주체임을 표시하라고 강제해야 할까. 대답은 “No”다. 실명제가 인터넷을 정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굳이 ‘자신’을 드러낸다고 해서 정보화역기능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눈에 띄는 효과는 있겠지만 오히려 정보화역기능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 판단된다.


‘자신’을 감추고 하는 말과 행동에서 신뢰를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을 보여주고 하는 말과 행동 역시 크게 믿을 만하지 못하다. 얼굴을 감추고 행동하는 사기꾼보다, 다 보여주고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표정으로 거짓을 행하는 사기꾼이 더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익명의 활동에서 신뢰를 쌓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필자는 워싱턴대 로스쿨에에서 지적재산과 정보기술 법률을 전공하며 IT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중앙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도 겸하고 있다. e비즈니스와 법 관련 다수의 논문 및 저서를 집필한 바 있는 그는 정보통신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및 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서 근무한 바 있다.

본 고에 대한 의견은 그의 이메일 neo@neoprivacy.com으로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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