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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위·변조지폐 대응현실 2007.03.12

사례로 풀어보는 위폐감별이야기


‘뛰는 수사기관에 나는 위폐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필자는 이 속담이 지금의 위·변조지폐에 대항하는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성능 좋고 값싼 컬러프린터의 등장은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지폐의 컬러복사를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물며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위폐범들에 의해 제작된 위·변조지폐는 그 정교함에 있어 진폐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한다. 


美 FBI 내 위·변조지폐 전담부서 마련


세계적으로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는 위·변조지폐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세계 경제대국인 미국, 더구나 가장 많은 위폐범들의 타깃이 되고 있는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이런 부분에 고민을 해왔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위·변조지폐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은 美 정부에게는 골치 아픈 숙제와도 같이 괴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를 회피할 수는 없는 법. 이들은 위·변조지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면서 광범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우선 미국인들이 위폐를 제작하다 적발될 경우 엄청나게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형량을 무겁게 조정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형량이 무거워짐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같이 호기심으로 지폐를 컬러프린터로 복사, 유통시키는 등의 우발적인 위·변조지폐 범죄발생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사실상 위·변조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범죄행위를 저지르기 때문에 형량을 무겁게 하는 방법만으로 이들의 범죄발생률을 낮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된 방법이 FBI 내에 위·변조지폐 전담부서를 개설해 과학적인 수사가 가능토록 한 것이다. 위폐범들의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없다면, 범죄가 발생한 후 철저하면서도 과학적인 방법의 수사를 통해 마지막까지 위폐범들을 체포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방법은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위폐범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실상 전문가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의 실력을 겸비한 위폐범들은 조직화된 범죄집단 내에서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위·변조지폐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경찰에 의해 발각되는 사람들은 위·변조지폐를 직접 제작하는 전문가들보다는 주로 이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이들의 색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과학적인 장비와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과거 위·변조지폐를 제작했던 전문가가 전담부서에 포함돼 범죄자들의 경로를 철저히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흡사 해킹범죄자를 채용하는 컴퓨터 보안업체의 모습과도 같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이 미국 연방정부를 통해 지원되자 비로소 이들의 달러화 위·변조 제작이 주춤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미국의 노력은 결국 달러화가 위폐범들에게는 가장 맛있는 먹잇감(?)임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물론, 달러화 자제의 위·변조방지 기술도 훌륭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미국은 자국의 지폐인 달러화를 철저하게 지켜나가고 있으며, 이것이 바탕이 돼 세계경제대국의 위상을 맘껏 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문성 결여에 수사기관 부재까지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미국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의 현실은 ‘허술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일단 외형적으로 위·변조지폐와 관련된 범죄 사건을 전담으로 맡아 조사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러한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들의 지식 또한 일반인들과 비교해 크게 뛰어나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의 사정이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 국내 화폐가 위·변조지폐를 제작하는 전문조직들의 타깃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실 위·변조지폐범들에게 있어 한국의 화폐는 그동안 매력적인 화폐가 아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의 이런 생각은 2002월드컵을 거치면서 완전히 뒤바뀐 듯 보인다. 2002월드컵 당시 많은 나라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한국 화폐로 환전을 시도하면서 한국 화폐의 값어치가 껑충 뛰어오르는 계기가 됐으며, 최근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경제성장률도 화폐의 가치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02월드컵이 끝난 후 위·변조지폐 사건 발생률이 50% 이상 급증했다는 것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국내도 더 이상 위·변조지폐 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사관들의 관련지식은 월드컵 전과 다를 바 없이 그대로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 수사관 양성, 이제는 더 이상 미루면 안돼


현재 국내에서의 위·변조지폐의 발견은 철저히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즉, 한참 유통되던 위·변조지폐가 눈썰미 있는 한 사람에 의해 발각돼 수사기관에 신고되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수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사마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자가 과거 신고자를 몇 번 만나본 바에 의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다시는 위·변조 지폐를 보더라도 신고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우선 수사관들이 신고자를 다루는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것에 기인한다. 수사관들이 신고자들을 마치 교통사고 피해자 다루듯하고, 수사기관에 여러 번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신고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은 전적으로 신고에 의해 수사가 이루어지는 국내 위·변조지폐 수사 특성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위·변조지폐로 인한 피해를 전적으로 피해자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도 신고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1만원의 거스름돈으로 5천원권의 위조지폐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 그 5천원이라는 액수에 대한 피해는 모두 피해자 부담으로 다가와 신고를 꺼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기 싫어서라도 위·변조지폐를 신고하지 않고 그대로 유통해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교한 위·변조지폐는 수사관들이 직접 필자에게 찾아와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사관들이 판별할 수 있는 수준의 위·변조지폐는 눈썰미 있는 일반인들도 확인이 가능한 조잡한 위·변조지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을 비롯한 관련 정부기관은 위·변조지폐와 관련된 수사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수사관들을 양성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각국의 수사관들이 위·변조지폐에 대한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USSA라는 교육기관을 개방해 놓은 상태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자 밑에 뛰는 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수사관의 양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글: 서태석 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부 외국화폐감식전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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