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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귀가, 그린택시가 지켜준다 2006.12.19

 RFID 장착 택시…집적된 운행정보 이용해 기사 제제 등 부작용 우려

 

상황 #1.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속도 울렁거리고…. 지금 몇시지? 아니, 그보다 어제 어떻게 집에 들어왔지?


고양이 세수만 겨우 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핸드폰이 없다. 또 어디에 흘린거야? 갑자기 어제 밤  택시요금 대신 핸드폰을 기사에게 준 게 생각났다. 으윽~ 바꾼지 한 달도 안된 최신형 핸드폰인데….

 

헐레벌떡 출근해 자리에 앉자마자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다. 핸드폰 배터리도 방전됐나보다. 한숨을 푹 쉬고 있는데, 옆 자리의 김 대리가 말을 건넨다.


“땅 꺼지겠다.”


“핸드폰을 택시요금이라고 기사에게 준 것 같아.”


“전화해 봐.”


“배터리 방전됐어.”


“택시회사에 전화하라고. 어제 탄 택시가 그린택시라면서 차량번호와 택시회사 전화번호 보내줬잖아.”


상황 #2.

새벽 2시. 막내딸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 녀석, 오기만 해봐라.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오냐오냐 봐줬더니 신입사원 환영회다, 송년회다 하면서 매일 새벽에 들어오니. 요즘처럼 위험한 세상에 여자 혼자 밤늦게 돌아다니다 무슨 일 나면 어쩌려고….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막내딸이 탄 택시의 차량번호와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내딸 녀석은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겠다.


지금 택시를 탔으니 15분 후면 도착하겠지. 집 앞에 나가봐야 겠다.


나홀로 택시이용객, 택시에 물품 놓고 내렸을 때 유용

 


서울시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365일 안심서비스(이하 그린택시)’를 이용한 상황을 가상으로 그려 본 것이다.


그린택시는 모바일 서비스플랫폼 개발업체인 (주)지오텔(대표이사 이종민·www.geotel.co.kr)가 개발하고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통해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 1년간 기술 개발과 시험운영을 마친 후 10월 31일 서울시와 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사업시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 이달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그린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는 택시 전면과 뒷좌석 유리문에 녹색스티커가 부착돼 있으며, 이 스티커에는 차량 고유번호가 표시돼 있다.


그린택시 서비스는 이용자가 휴대폰에 ‘**36524’(365일 24시간 안심한다는 뜻)를 누른 후 무선인터넷에 연결해 녹색스티커에 표시된 차량고유번호를 입력하면 차량정보가 가족이나 친구의 휴대폰으로 단문 메시지(SMS)가 전송된다.


녹색스티커에는 RFID 칩이 삽입돼 있어 내년부터는 고유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RFID 인식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택시정보를 조회하고 저장, 전송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밤늦게 택시를 타고 홀로 귀가하는 여성이나 청소년에게 특히 유용하며, 택시에서 물품을 잃어버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비스 이용료는 차량정보 조회 무료이며, 조회한 차량정보를 저장하면 건당 30원, 전송하면 50원, 휴대폰 위치정보 전송은 70원, 15분 간격으로 3회 전송하면 150원이다.


택시기사 임금삭감 등 제제조치로 악용될 가능성도


그린택시는 승객의 안전한 택시이용을 보증하면서 택시이용을 활성화 시킨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택시의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돼 기사의 인권침해 가능성도 안고 있다.


특히, 이 제도가 악용된다면 택시회사가 소속 기사의  임금 삭감이나 근로조건 악화 등 제제조치로 사용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택시 기사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하고 있으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고 있다는 부담감으로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취객이 실수로 차량번호를 잘못 입력해 엉뚱한 운전자가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다산인권센터의 박김형준 상임활동가는 “침체된 택시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해당 제도가 개인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이에 대해 기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실행해야 하지만, 이와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성급히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는 “RFID 칩으로 운전사의 이동현황을 일일이 모니터링 해 집적된 데이터가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는 없는지 먼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택시기사가 하루 종일 누군가로부터 감시받고 있다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부작용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그린택시 강제성 없지만, 고객 호응 받으면 대세될 것”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차량번호와 소속회사, 전화번호에 한하기 때문에 기사 개인의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으며, 해당 서비스는 권고사항이므로 참여를 원하는 택시사업자만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실시하는 택시에 대해 서울시가 우수 택시업체 선정을 위한 정기서비스 평가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어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는 택시회사나 개인택시 사업자가 사실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사들이 실시간 감시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라며, “이 서비스는 택시회사나 기사가 먼저 ‘내 정보를 고객에게 줄테니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해 달라’는 의미”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서비스가 강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하지 않으면 안해도 된다”며, “그러나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실시하는 택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택시회사들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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