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도시락] 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 2015.08.22 | |
러시아 사이버전 전문가들은 고작 록 밴드 감시에 혈안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 불법 해킹으로 맞불 [보안뉴스 문가용] 9월로 접어드는 길목이 매미들에겐 아득히 긴가보다. 까마득한 사막을 가로지르다 스러진 생명처럼 누렇게 마른 매미의 껍질들이 나무들에 붙은 채 바로 얼마 전까지 뜨거웠던 볕의 기억을 형상화하고 있다. 가히 시간의 묘비. 곧 그 나무들에서 비슷한 색깔의 나뭇잎들이 매미를 따라 떨어지리라. 지난 수천의 가을이 그러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반정부 메시지를 담은 가사를 주로 노래하는 자국의 밴드인 푸시 라이엇(Pussy Riot)을 무려 적국의 정보기관을 침투하고 농락하는 사이버전 부대인 폰 스톰(Pawn Storm)이 감시했단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집 전체에 불을 놓은 것처럼 과하고, 재능과 자원이 아깝다. 먼 나라의 소식에, 숱한 대중가요와 글들이 침묵하고 지워져야 했던 내 나라의 기억이 따갑고 쓰라립다. 가히 소리의 묘비. 강제로 사람의 입을 닫았던 수천의 권력이 역사 속에 사라졌다가도 반복해 떠올랐듯, 인터넷이란 공간도 곧 침묵이 장악하게 될까. 내가 너를 존중하고, 네가 나를 존중하는 평화의 시대로 가는 길목이 사람들에겐 아득히 긴가보다. 정복의 인간이지만 까마득한 태평양을 맨몸으로 가로지르려는 시도가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란 그저 인간의 능력 바깥에 존재하는 이상인 지도 모른다. 내가 믿는 신과 네가 믿는 신이 다르다고 IS는 80살 넘은 노인의 목을 베고, 내가 꿈꾸는 나라와 네가 다스리는 꼴 사이에 간극이 크다고 시장에서, 사원에서, 박물관에서 폭탄이 터지고 살점이 날아다닌다. 가히 평화의 묘비. 혹은 이상의 묘비. 하지만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 또 악수의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총구를 내밀 것이다. 지난 수천 년 우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기조가 담긴 서비스가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이란 이름으로 온라인에선 버젓이 합법적으로 제공되고 있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임팩트 팀(Impact Team)이란 이름 아래 이 서비스를 무력으로 폭파시키려 하고 있다. 과학의 시대에 종교가 제 눈에 우스워 보인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신을 비웃고, 그것에 대해 종교에 귀속되어 있다고 자처하는 일부가 방글라데시에서 기어이 피를 보았다. 나쁜 것을 나쁜 것으로 대응하기가 쉬워진 시대, 높아져가는 자유의 가치가 부추기는 건 왜 폭력성이기만 한 건지. 가히 선(善)의 묘비. 지금 사이버 공간이라는 곳은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인간 역사의 궤적을 지금처럼 그대로 답습하게 될까. 공포, 흥분, 상상의 소재였던 ‘인공지능’이 딥 러닝(Deep Learning),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새 이름으로 하나씩 그 모양새를 갖춰가는 길목에 선 우리는 가을과 겨울이 마냥 미지의 계절이기만 한 매미가 되는 듯 하다.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와 같은 인물들이 인공지능의 발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하나 같이 경고하고 있다. 그뿐인가. 익명성이냐 안전이냐, 신용카드가 비트코인으로 대체되느냐 마느냐, 버그바운티는 그 본질상 남의 치부를 들춰내는 비윤리적인 제도냐 보안의 좋은 친구냐, 우리의 정리되지 않은 울음에 정보보안 세상은 아직도 한창 여름이다. 가히 앎의 묘비. 누가 껍질을 남기고, 누가 유충을 남길 것인가. 아니, 우린 껍질과 유충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가을이 오는 건 아무도 막을 수가 없는데.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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