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명부 유출, 진상조사 나섰지만 | 2006.12.25 | ||||||
보안 마인드 부족한 행정편의주의적 대책은 미봉책 불과 전국 1,000여개 초등학교가 학교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사설업체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각 시·도 교육청에 사실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교육부는 유료 학습사이트 E를 운영하는 Y사에서 학교홈페이지 구축사업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학교측으로부터 학생들의 반·번호·이름·성별 등 신상정보를 넘겨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도 교육청에 해당 학교에 대한 조치와 향후 이와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의 지침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육부의 지침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학교측에서는 학생들의 이름과 반·번호를 제공해 준 것만으로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박도 나오고 있어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 부족으로 이와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이 해당학교에 대한 진상조사를 마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 후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달 31일 까지 교육부에 보고토록 했다”며, “이달 초 각 시·도교육청의 정보보호 책임관을 불러 지침을 시달하고 지도·감독하도록 했으며, 대학정보화 관련 책임자들도 국가정보원으로 불러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들을 계속 지도하고 있으며, 자체 지침도 마련해 두고 있다”며, “하지만 사회 전반에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해 이같은 문제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병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보통신부장은 “일선학교 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정보관리 담당자들의 보안의식도 부족하다”며, “관료들이 행정편의적인 일처리에만 집중하다보니 보안단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에 다니면 자동으로 회원가입? 이병록 부장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가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데, 교육부를 비롯한 일선 학교들은 ‘업적’ 만들어내기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사설업체에게 넘겨준 것은 이병록 부장이 지적한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들이 학교 홈페이지를 경쟁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학교 현장에는 제작은 물론이고, 관리·운영하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 그래서 학교들은 홈페이지를 제작·관리·운영하는 사설업체에게 맡기게 됐다. 그러나 홈페이지 제작과 관리·운영에는 연간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므로 빠듯한 학교 살림으로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Y사는 이 점에 착안해 지난 2002년부터 학교홈페이지를 공짜로 만들고 관리해주는 대신, 학교로부터 학생과 교사명부를 넘겨받는 조건을 제시했다. Y사는 학교로부터 받은 명부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아이디를 자동으로 만들어 자사가 운영하는 학습사이트 E에 회원가입을 시켰다. 학교측에서는 E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무료회원으로 가입된 것이라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대한 정확한 설명도 없었으며, 학생과 학부모가 가입한 것이 아니라 사설업체가 임의로 가입시켰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게다가 동의를 받지 않은 학교도 많고, 동의를 받았다 해도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일괄동의 형식을 취하기도 해 사실상 학생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사이트의 회원이 된 것이다. 이는 명백한 정보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또한, 학교에서 이 사이트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라는 학교장 명의로 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기도 한 사실도 있다. 사설업체에서 만든 사이트 홍보물과 함께 발송된 가정통신문에는 “가입이 어렵거나 불편한 경우에는 학급에 비치된 신청서를 교부받아 담임선생님께 제출하라”고 돼 있었다. 학생 중 누가 유료회원으로 가입을 했는지 안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이쯤 되면 학교인지, 사설업체 영업소인지 분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업체가 제공한 서버를 이용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담임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학교 사이트에 회원으로 등록하면 자동으로 E 사이트의 준회원으로 등록이 된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E 사이트의 배너광고는 물론이고, 학급 홈페이지와 쪽지, 전자메일, 마이페이지, 인터넷 특기적성교육 등 10여개 이상 항목이 E 사이트에 링크돼 있다. 이 때문에 학교 홈페이지가 아니라 차라리 사설업체 광고 사이트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단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E사이트의 회원이 되고, 학교 사이트의 공공성을 믿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E 사이트에 접속하한 것이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와 사설업체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눈길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Y사로부터 학교 홈페이지를 만든 학교는 전국에 1,2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교육부는 해당 보도가 나간 뒤 일부 학교가 회원에서 탈퇴해 12월 현재 844개의 학교가 이런 사례로 남아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른다 해도 1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E사이트에 자동 가입돼 있으며, 지난 2002년부터 Y사의 영업이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회원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모 인터넷 신문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이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윤근혁 교사는 “가정통신문으로 학부모의 동의를 얻었다 해도 사설업체가 임의로 학생들을 회원가입 시킨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업적·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가 가장 심각한 문제
▲보안에 대한 의식 없이 학교 현장에 업적·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로 정보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학생을 ‘무방비상태’로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높다. 학교 홈페이지라고 하면 교과과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일선학교에서는 홈페이지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병록 부장은 “학교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급식메뉴 뿐”이라며, “학교 홈페이지를 만든다 해도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하지만 학교는 ‘일단 만들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문제가 그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음에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모 보험회사와 아이들의 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MOU를 체결하려다 무산된 적 있었다. 이 사업은 학생들에게 전자카드를 교부하면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 독서실 등에서 카드를 체크하면 부모에게 학생들의 출입에 대한 정보를 학부모에게 핸드폰 단문메시지로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최근 일부 이동통신사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이 시스템을 시 교육청이 관내 모든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도록 초등학교 교장단 협의회를 통해 강력히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시 교육청이 위치추적서비스를 주도하면서 학생들의 위치를 일일이 감시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반발이 일어 무산된 바 있다. 김병록 부장은 “시스템이 완벽한 보안체계를 갖췄는지 논의하는 것은 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행정관료의 보안마인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적주의’나 ‘행정편의주의’로 무조건 정보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앞으로 정보화가 진행되면 대규모 정보를 집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며, “학교와 교육부의 보안 마인드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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