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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짝퉁녀’의 외침 “짝퉁은 저렴한 명품?” 2006.12.30

원가 1만원 짜리 가방이 상표 달면 100만원으로 변신


지난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에게 ‘짝퉁(가짜)’ 명품시계를 선물했다가 크게 싸운 후 연락이 끊겼다. 아무래도 올해 재야의 종 타종은 집에서 가족들과 TV로 봐야 할 것 같다.


무슨 남자가 명품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짝퉁이라도 정교하게 만든건 정품과 거의 똑같은데…. 그는 자세히 보면 티가 난다고 하지만, 그의 손목을 그렇게 세심하게 볼 사람이 나 말고 또 누가 있단 말이람?


한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실버타운에서 근무하는 어떤 의사의 말인데, “제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라도 명품을 철마다, 때마다 살 수 있어? 신상품 나오자마자 수 백만원짜리 명품을 살 수 있냐고. 아마 못 살 걸. 그런데 난 살 수 있단 말이지. 이태원에 가면 명품의 10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널려있거든.”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100만원이 넘는 명품가방의 원가가 1만원도 안된다고 한다. 제품 가격의 99%가 ‘이름 값’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걸 들고 계산대 앞에 서는 것은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한 나에게 미안한 일이다. 한 달 월급의 반을 해외 유명 브랜드 이름값으로 내느니 차라리 우리나라 짝퉁업계를 살리는데 힘을 쏟겠다.


친구들 중에서는 짝퉁을 사느니 저렴한 다른 상품을 사겠다고 핀잔을 주는 이들도 있지만, 몸에 명품 하나 지니고 있는 것과 완벽한 ‘보세패션’으로 다니는게 얼마나 다른 취급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백화점에 갔을 때 명품 가방 하나 들고 있으면 이것저것 고르면서 죄다 헤집어 놓아도 누구도 뭐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게 꾸미고 가도 명품 하나 안 들고 가면 종업원이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진열한 것 흩트리지 말고 안 살거면 빨리 가’라는 눈치를 마구 퍼붓는다.


얼마 전 같은 원단과 같은 디자인의 옷을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비교해보는 TV 시사프로그램이 방영된 적 있다. 요즘 유행하는 털코트인데 백화점에서는 500만원 아웃렛에서는 70만원, 시장에서는 15만원에 판매한다고 한다.


이 세가지 코트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가격표와 상표를 떼고 전시해 놓고 사람들에게 가격을 매겨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백화점에서 산 코트에 가장 싼 가격이, 시장에서 산 코트에 가장 비싼 가격이 매겨졌다.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코트를 시장제품이라고 평가하면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매겼다. 인터뷰에 응한 한 사람은 자신이 원단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하면서 백화점 코트를 보고 “시장에서 파는 제품이다. 디자인도 촌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이야기가 좀 새긴 했는데, 아무튼 명품이 비싼 이유는 원 재료가 좋아서도 아니고, 디자인이 예뻐서도 아니다. 단지 명품상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명품 좋아하는 친구들도 짝퉁과 진품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심지어 명품 전문가라고 하는 여성지 기자들도 모른다. 나는 벌써 여러 차례 여성잡지와 신문의 ‘Street Fashion’ 코너에 오른 적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사진기자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옷 잘 입는다고 칭찬해준다. 짝퉁이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는 짝퉁을 ‘저렴한 명품’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디자인, 비슷한 품질로 명품과 같은 품위를 누릴 수 있다면 굳이 비싼 명품을 살 필요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컴퓨터를 켰다. 남자친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머리끝 부터 발끝 까지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명품이 될까? 사람의 본질이 명품이 되지 않으면 겉멋만 든 ‘짝퉁’이 되겠지. 네가 만일 문구점에서 파는 1만원 짜리 시계를 사서 정성껏 포장해줬다면 나는 진심으로 고맙게 받았을거야. 하지만 네가 준 선물은 모양만 번지르르한 빈 껍데기였지. 네가 날 생각하는 마음도 ‘짝퉁’이 아니었을까? 네가 겉멋을 버리고 진품이 될 때 까지 시간을 가져봤으면 해. 미안해.


머리가 멍해졌다. 이태원에 가서 예쁜 짝퉁 쇼핑이나 하면서 정신을 차려야겠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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