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생체인식시장에 있어 가장 큰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북미지역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역별 생체인식 시스템 매출점유율은 지난 2001년 약 55%를 점유한 미국시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의 점유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현재는 유럽이 약 27%, 아시아태평양이 약 18%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생체인식 시스템의 시작과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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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길 혜성네트워크 대표> |
먼저 미국의 생체인식시장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자국내의 공공수요가 일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 금융, 건강의료, 여행 및 운송 분야를 중심으로 신분인식 분야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체인식산업이 호황을 구가하게 된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침체됐던 경기가 2004년부터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경기’ 부분은 크게 개선되고 있는 반면 ‘치안’은 오히려 악화되는 모순적인 양상이 반영되면서 생체인식 산업이 호황을 누린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일본정부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전면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일반 가정용 및 개인용 안전장비, 보안장비 부문뿐만 아니라 기업용 첨단보안기술로써 생체인식기술 및 장비 등에 대한 수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생체인식시장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의 경우 지난 2000년말 정부가 생체인식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생체인식시장이 크게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효과 때문인지 생체인식기술 및 응용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만 50개사에 이르렀고, 표면적으로 봤을 때 국내 생체인식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독자적인 암호 알고리즘이나 기술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업체 수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그나마 상용화돼 시장성이 있는 분야는 지문, 음성, 홍채, 정맥인식 정도로 나뉠 뿐이었다.
세계적으로 생체인식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보안 분야의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조사기관들마다 구체적으로 내놓는 수치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세계 생체인식시장은 2001년 3억 달러에서, 2003년 15억 달러, 2008년 46억 달러의 규모로 연평균 40%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1998년 5%대의 시장에서 2000년 26%대의 시장점유율로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볼 때 우리 생체인식산업의 현실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정부, 공공 프로젝트 활성화 지원 부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급속한 시장성장세를 나타내는데 한 몫을 단단히 거들고 있는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IT 인프라와 벤처기업들의 뛰어난 응용기술력, 그리고 독창적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해 새로운 생체인식시장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 뛰어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의 발전은 요원하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표준화 및 성능평가 기준개발 등의 정부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은 정부의 강력한 지지아래 은행 ATM용 정맥인증 시스템이 지난해부터 일부 시중은행에 의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등 폭넓은 실용화 단계를 맞고 있어 미래 성장주로써 관련업계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국내에서 생체인식 시스템이 프라이버시 침해로 논란을 빚는 통에 뛰어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유수 벤처기업들이 국내에서 정착하지 못한 채 외국시장으로만 눈길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생체인식업계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일본 등 자국내 공급업체들의 높은 벽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틈새시장을 구축하는데 성공하는 듯 했지만, 현지의 대형 발주업체인 정부·공공기관과 금융기관들이 연계한 일본 유수 전자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주류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일본 유수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일정 지분만을 확보하는데 만족해야 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진 사례는 국내 생체인식업계의 서글픈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생체인식산업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
생체인식기술과 관련해 제기되는 프라이버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된 것, 그리고 정보와 관련된 프라이버시가 그것이다.
각국의 대다수 국민들이 생체인증기술과 관련된 프라이버시 논란들이 두 번째 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에 유독 한국인들만이 첫 번째인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많이 의식하며,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생체인식업계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문화적, 종교적 또는 개인적 믿음 등에 따라 자신의 생체정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선호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 생체인식장비 제작 및 설치사업과 관련해 한 공공기관에서 중재를 받던 중 그 자리에 있던 중재부 참관인의 입에서 “일제 침략시기에 김구 선생님을 체포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대도시 통행지역에 지문을 채취해 보관했는데 굳이 그런 기분 나쁜 장비를 사용해가면서까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기억난다.
현재 국내 생체인식과 관련된 국민의식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면으로 필자에게는 씁쓸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이런 말을 한 중재인뿐만 아니라 대다수 한국인들의 생각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체인식기술은 중립적이다. 즉, 구현방법과 실행에 따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도 있으며, 반면에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도 있다.
기본적인 원칙들을 수립해 구현함으로써 생체인식 시스템 이용자가 운영방안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생체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이 의무적인지, 선택적인지 등의 여부를 가려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 위험성을 측정해 볼 수도 있다. 즉, 생체인식 시스템이라 해서 무조건 프라이버시 침해를 일으킨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국내 생체인식업계,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
현재 전 세계 생체인식시장은 어림잡아 1조원이 넘는 규모로 해마다 점차 커져가고 있다. 생체인식시장은 기존의 단순 보안, 출입통제 제품위주의 시장에서 탈피해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한 PC보안제품과 E-commerce, M-commerce 시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는 복합적인 생체인식시장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으로 국내 생체인식 업계들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생체인식시장과 업계에 필요한 것은 기술 인력이나 투자 재원이 아니다. 덧붙여 고가의 개발비용 때문에 세계 생체인식업계간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앞서 말했듯 국내 풍토 자체가 생체인식산업이 성장하기에는 너무나도 열악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체인식 업계의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일 수밖에 없다.
WBC 야구대회에서 초라한 구장과 척박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국내야구 선수들이 전 세계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물리치고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적이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이들을 국민적인 영웅으로 추대하며 응원했지만, 필자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응원과 위로보다는 국내 야구시장의 척박한 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한 국민적 관심이 우선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생체인식산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정부 주도하에 여러 사업과의 접목을 통한 다각화와 전문화, 그리고 표준화 작업이 우선돼야 하며, 국민 모두가 생체인식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버릴 때 국내 생체인식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 정해길 혜성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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