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자산, 개인자산 어느 것이 정답이야? | 2007.02.13 | |||
핵심인력 스카우트 핵심정보도 줄줄~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거나 제조하는 전문기업들은 언제나 인력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업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체에 종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인력의 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규모가 작은 업계에서는 한정된 인력이 이직을 통해 여러 업체를 돌고 도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김상식 연구원(가명·37세)은 S기업에서 촉망받는 사원이다. 그는 현재 마이크로칩에 들어가는 작은 센서 연구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는 S기업이 심혈을 기울인 사업인 만큼 많은 자본과 시간이 투자된 것이었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 “김 연구원님, 이 정도의 속도로 연구가 진행된다면 한 달 후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마이크로 센서 칩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식 연구원과 한 팀을 이뤄 이번 연구를 진행하던 동료 연구원은 마치 성공을 확신이라도 한 듯 기쁨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아직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일단 마이크로 센서 칩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가장 큰 과제인 특수코팅 등 몇 가지 핵심과정이 남아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 곱절의 회사자금이 필요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 성공할 수 있겠지, 회사가 뒷받침만 제대로 해준다면 말이야.” 김상식 연구원의 힘없는 대답을 들은 동료 연구원은 대답의 뜻을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의견충돌 “사장님 조금만 더 투자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도 회사의 덩치에 비해서 너무나 많은 투자를 한 상황이네. 내가 김 연구원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또 내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있지만, 회사로써는 더 이상 투자를 감당할 능력이 없네. 적당히 이쯤에서 마이크로 센서 칩의 개발을 완료하고 상품화하도록 하자구.” 김형범(가명·52세) 사장은 자신도 괴로운 듯 김 연구원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사실 연구 초반기에 몇 번의 시행착오만 없었다면 제품완성도가 더욱 높아졌을지 몰라. 그 때 시행착오만 없었다면 지금 회사 자본상태가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을 거라고.” “사장님 지금 하신 말씀은 조금 서운하게 들립니다. 그러니까 저희 팀이 초반에 실패만 줄였더라도 지금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저 난…” “알겠습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이쯤에서 연구를 끝내고 제품화하도록 하죠.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상품으로써는 충분히 가치가 있을 테니까요.” 김상식 연구원은 몹시 기분이 상한 듯 말을 마치자마자 사장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고뇌 김상식 연구원은 자신의 사무실을 서성이면서 뭔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건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나의 작품이야. S사의 작품이 아니라고. 만약 여기에서 연구를 멈춘다면 획기적인 마이크로 센서 칩은 만들어 질수 없을 거야. 고지가 바로 앞인데 여기에서 물러날 수 없어” 하지만 S사의 김형범 사장 말대로 김상식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낸 마이크로 센서 칩은 이미 대량생산돼 시장에 출시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김상식 연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바로 이때 김상식 연구원을 찾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그 전화를 받고 난 뒤 김상식 연구원의 얼굴에는 뭔지 모를 미소가 번졌다. 사직서 제출 “사장님 죄송합니다. 이번 연구도 마무리 했고, 당분간 쉬고 싶습니다.” 김형범 사장은 애써 태연한 듯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이마에 땀을 연신 훔치고 있는 모습에서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이번 연구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가? 그거라면 내가 차후에 자네 뜻대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네. 자네 같은 인재를 잃는다는 것은 우리 회사로써는 너무 큰 불행이라고.” 김상식 연구원은 잠깐 마음이 흔들리는 듯 보였지만, 그의 고집은 끝내 꺾이지 않았다.
소송, 그리고 판결 몇 달 후 김형범 사장은 신문에 실린 작은 기사 하나를 읽고 있었다. 그 기사의 제목은 ‘H사, 신개념 마이크로 센서 칩 개발’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제목 아래 얼마 전 퇴사한 김상식 연구원의 사진이었다. 사진에서 그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자신이 개발한 마이크로 센서 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김상식 연구원은 H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S사를 퇴직한 후 그 곳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마이크로 센서 칩 개발을 완료한 것이다. 심한 배신감을 느낀 김 사장은 결국 H사의 마이크로 센서 칩에 대한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H사에서 개발한 마이크로 센서 칩은 S사에서 자본을 투자해 만들어낸 기술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판매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와는 달리 H사를 비롯한 김상식 연구원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엄밀히 말해 이 기술은 김 연구원이 만들어낸 개인자산이고, 또 S사에서 투자를 소홀히 했다는 점 등을 들며,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은 가당치도 않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판이했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데 있어 법원도 많은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법원은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는데, 결론은 1개월간 H사의 마이크로 센서 칩에 대해 판매를 금지하고, 이후 S사의 기술진 한명이 H사의 마이크로 센서 칩에 대한 권리침해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결국 지적재산은 연구원 한명의 자산이 아니라, 회사 소유의 자산이라는 주장에 법원이 손을 들어준 사건이었다.
[월간 시큐리티월드(info@boan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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