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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유출해도 처벌조항은 애매 2007.01.24

“정부, 정치·언론과 대립각 세우는 것 부담”


한미 FTA 협상 전략을 담은 기밀문서 유출 사건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의 기밀문서 관리 시스템의 허점과 함께 국가 기밀 유출 시 처벌조항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특위 회의에서 대외비 문건 ‘한·미 고위급 협의 주요 결과’ ‘FTA 금융협상 세부 전략’을 위원들에게 배포했으며,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에게 배포한 문건이 사라졌다.


이혜훈 의원은 당시 공개회의에만 참석하고 비공개 회의에서는 자리를 비워 해당 문건이 배포됐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이 의원측 보좌관도 문건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문건에 담긴 내용이 18일 <한겨레>와 <프레시안>에 보도되면서 사라진 문건이 언론사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언론에 기밀문건을 유출시킨 사람은 대통령령의 보안업무규정과 입법·사법부의 보안관련 규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국회의원이 유출시켰다해도, 본회의·상임위원회의 등 국회의원의 업무상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면책특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밀문서를 외부로 유출한 것은 의원의 업무상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면책 대상이 될 수 없어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국회의원의 처벌 범위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현재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한 전문위원은 “국회의원이라 해도 이 같은 경우는 공무원법 등 관련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맞지만,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을 때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라며, “정부와 국회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정부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국방부의 2급 기밀을 언론에 유출시킨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국회의원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국가기밀인 한미정상회담 회의내용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 기밀회의록을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 있으나 유출 책임자나 보도한 당사자에 대한 책임규명 없이 지나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 역시 내키지 않는 일”이라며 “언론이나 정치권과 대립하는 것은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난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률안에는 비밀을 유출한 사람에 대해 매우 강력한 처벌조항이 담겨있다. 그러나 정보위의 전문위원은 “아무리 강력한 법률을 만든다 해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법의 미비점 보다 이를 어떻게 적용시키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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