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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담배소송, 원고패소판정 2007.01.25

재판부 “흡연으로 폐암이 유발됐다는 증거 없다”


우리나라의 첫 ‘담배소송’ 두 건이 모두 25일 패소 판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3부(조경란 부장판사)는 김모 씨 등 폐암환자와 가족 등 31명, 김모 씨 등 5명이 낸 두 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흡연이 폐암·후두암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장기간 흡연과 폐암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흡연과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만, 제조·판매한 담배에 제조상·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들의 폐암·후두암이 피고가 판매한 담배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재판은 지난 1999년 폐암환자 김 씨와 가족 등이 “30년 이상의 흡연으로 폐암이 유발됐으며, KT&G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3억 7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외항선원이었던 김 씨는 1999년 9월 “담배 외에는 원인이 없는데 피고들이 만든 담배를 피우다 폐암에 걸렸으니 1억 7,6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낸 후 같은 해 12월 김 씨 등 암환자 6명이 가족 25명과 함께 3억 여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냈다. 이 소송의 변호를 맡은 배금자 변호사는 미국에서 담배소송과 관련한 논문을 썼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20 여명과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 소송은 미국 미시시피 주 등 46개 주가 필립모리스, R.J.레이놀드 등 주요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후 발생한 것이어서 사회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공익소송인데다가 사회적 파장이 커서 어떤 결론이 나던지 큰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7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원고는 폐암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국내외 연구자료를 100차례 이상 제출하면서, 담배의 중독성, KT&G가 담배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며, 피고인 KT&G와 정부는 흡연 외에 폐암 발병요인이 있다는 전문가 소견과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해 양 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 재판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 것은 지난해 2월 입법청원 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될 경우, 개별 흡연자 전부 잠재적 원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고 측 손해배상가액이 1인당 1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폐암을 앓고 있는 흡연자가 KT&G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배상액이 천문학 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5일 서울 중앙지법의 판결로 우리나라의 첫 담배소송은 패소로 끝났지만, 원고측은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담배소송에 관련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배금자 변호사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결은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담배와 폐암의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 축적되는 유해물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할 길이 없어지고 공해소송도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개별적인 담배소송은 패소, 집단소송은 승소


외국에서도 담배소송에서 흡연자가 패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고 있지만, 승소판결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국에서는 1954년 개인 흡연자에 의해 첫 담배소송이 제기됐으며, 현재 8,000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고, 2003년 까지 원고가 승소한 것은 16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23건의 흡연소송이 있었는데 모두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소송의 경우,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고, 재판 기간이 길며, 소송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패소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담배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2005년 리처드 보켄이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를 상대로 낸 소송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필립 모리스에게 40년간 담배를 피우다 폐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낸 보켄에게 5,550만 달러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담배소송은 1980년대 까지는 대부분 흡연자의 책임을 강조해 원고패소판결이 많이 나왔지만, 1990년대 담배 회사가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 이를 은폐했다는 내부문건이 폭로되면서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주 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일괄적인 배상과 광고제한 조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 크게 이긴 바 있다. 이후 흡연피해를 입은 각 개인들이 집단소송의 형태로 끊임없이 소송을 제기해 오고 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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