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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산업스파이 사건 2007.03.10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OK?

한국인 특성이 기술유출 부른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할 때가 많다. 그것이 문화적 특징 때문인지 한국인 특유의 기질 때문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해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로 인해 기술유출피해를 경험한 한 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호주 국적인 릭 보튼(가명·35세)은 한국회사인 S사에 취직해 2년째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S사는 스피커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국내 오디오, 비디오 업체는 물론 미국의 일렉트릭보이스, 일본의 소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 일류기업들과도 OEM 방식의 계약을 체결해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업체였다.


친절과 관용


“항상 자네만 믿겠네.”

“자네가 그렇게 하자면 그대로 따라야지.”

“릭, 자네와 같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자랑스럽다네.”

S사의 대표이사는 릭 보튼(이하 릭)만 보면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내뱉었다. 릭은 이런 대표이사의 모습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입사한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된 대표이사의 칭찬릴레이(?)는 자신의 능력을 회사에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판단한 릭에게는 굉장히 낯선 모습임에 분명했다. 뿐만 아니다. S사 직원들 모두 릭에게 지나칠 정도로 친절을 베풀었으며, 그로 인해 릭은 S사에서만큼은 엄청난 권한을 가진 인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나태


릭이 S사에 입사하게 된 배경은 간단했다. S사가 스위스에 스피커를 납품하게 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스위스 회사에서 직접 스피커를 검수하기 위한 직원이 파견됐는데, 이때 한국으로 건너온 직원이 바로 호주인인 릭 보튼이었다. 릭이 파견기간 동안 보여준 스피커에 대한 전문 지식과 성실한 근무자세에 S사의 사장이 호감을 보여 릭은 S사와 생산판매이사라는 직책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S사의 생산판매이사로서 릭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지나친 호감과 직원들의 친절은 그런 그를 조금씩 나태하게 만들었다.

“대충 해도 무조건 잘했다고 하는데…, 대충 대충하고 끝내지 뭐.”

입사한지 2년 만에 이런 생각이 릭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위험한 제의


이런 와중에 릭에게 또 다른 엄청난 제안이 들어왔다. 미국 LA에 있는 A사로부터 연봉 7만 달러를 지급하고 정식임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던 것이다.

사실 릭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생활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앞서 말했던 과잉친절로 인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릭에게도 불안감은 언제나 존재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직도 익숙치 않았으며,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 정착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런 제안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미국이라면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미국에는 바로 나의 아내가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릭은 하루라도 빨리 한국의 S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A사는 이런 릭에게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현재 당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 S사의 기업정보를 제공하면 언제든 채용해주겠소.”

미국 A사가 필요한 것이 자신의 능력이 아닌 한국 S사의 정보인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나빴지만, 릭은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중취업


릭은 S사의 핵심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당분간 이중취업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즉, 한국 S사와 미국의 A사에 동시근무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그는 어차피 미국의 A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한국 S사의 정보이기 때문에 이런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해주리라 판단했다.


그가 그동안 쌓아왔던 S사에서의 신뢰도는 S사의 보안체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그에게 있어 출입통제 시스템은 한낱 장난감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천하의 릭이라 할지라도  S사의 전산실만큼은 출입이 까다롭게 느껴졌다.

“여기 이렇게 자주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


전산실은 S사의 핵심정보가 집약된 장소로 이 곳을 출입할 때마다 전산실 직원은 릭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릭은 결국 작전을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전산실 직원에게 음료수를 사다주거나 외국제 선물 공세를 퍼부어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로 한 것이다. 결국 이 작전은 성공했고, 릭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거짓말 


“미국에 있는 부인이 갑자기 위독하다고 합니다.”

릭은 심각한 얼굴로 S사 사장에게 이런 말을 꺼냈다.

그날 부로 릭은 무기한 휴가를 얻어냈다. 뿐만 아니라 위로금으로 릭은 1,500여만 원의 보너스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릭의 이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었다. 모든 정보를 얻어내는데 성공한 릭은 이제 한국 S사에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미국 A사로 떠날 채비를 하기 위해 이런 거짓말을 내뱉은 것이다. 갑자기 그만 두면 의심을 살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가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죄책감은 들지만 어쩔 수 없지. 조그만 나라에서 뭐 별수 있겠어?”

릭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배신감과 후회


“미국으로 떠난 지 1달이 지났는데 연락도 없고, 뭔가 수상합니다.”

S사의 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그토록 신뢰했던 릭이 배신을 할 리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분명히 말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생긴 거겠지.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하지만 S사 사장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관련 전시회를 참관하러 간 S사 사장이 그 자리에서 자사의 스피커와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발견했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바로 그 자리에 릭 보튼이 열심히 팸플릿을 나눠주며,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결국 릭은 한국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쇠고랑을 차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외국인이라서 무조건 믿고 의지했던 내가 바보였지.”

S사 사장의 뒤늦은 후회가 있었지만 이미 S사의 기술은 해외로 유출돼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남긴 뒤였다. 

[월간 시큐리티월드(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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