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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훈련생으로 가장한 산업스파이 사건 2007.02.02

성실함으로 위장한 위험한 접근

 


최근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일할 사람들이 없다는 기업들의 아우성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취업대란’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젊은이들의 구직열풍 또한 거세다. 이쯤되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력이 필요한 곳과 일자리가 필요한 구직자들의 불만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의 원인은 간단하다. 바로 힘들고, 거친 3D 업종에 종사하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했듯 젊은 세대들이 힘든 3D 업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LPG 등 고압가스 밸브와 용기 등을 생산하는 A업체도 이런 중소업체 중 하나였다.


외국인 노동자


“사장님 괜찮을까요? 말도 통하지 않고, 풍습도 달라서 근로자들이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요.”

“글쎄 누가 그런 것을 모르나. 하지만 지금 우리 회사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A업체의 김선기(가명·52세)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이 상무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구직자들을 구하려고 애를 써도, 힘들고 거친 일이라는 이유로 외면받기 일쑤였고, 그나마 몇몇 구직자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요구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이런 마당에 외국인 근로자는 그에게 있어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걸세. 그들도 어차피 돈을 벌려는 것이 목적인만큼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지. 미리 걱정 하지 말자고.”


성실함?


A업체에 채용된 외국인 노동자는 총 7명. 정식 계약을 통해 이들을 고용하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던 김 사장은 일단 기술훈련생 자격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10개월간만 채용해보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스티브(가명·24세)였다. 그는 다른 직원들보다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직장내 청소는 물론 남들이 꺼려하는 기계정비까지 깔끔히 처리해놓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일을 빨리 배우려는 의지도 강해 일을 습득하는 속도 또한 남달랐다. 물론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도 스티브의 이런 모습에 자극받았는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에 이 정도의 성실함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국내 노동자들보다 더 뛰어난 업무효율을 얻을 수도 있겠는 걸.”

김선기 사장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난감한 질문


“자, 특별히 여러분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껏 회포를 풀도록 하세요.”


김선기 사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건배를 외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신정연휴인데도 불구하고,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이와 같은 회식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술잔이 제법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사장은 그동안 이들에게 갖고 있었던 감정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여러분들을 고용하기 전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생활습관도 다른 여러분들이 우리 회사의 업무를 견뎌낼지 의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믿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보여줬던 성실함과 업무능력을 계속 유지만 해준다면 10개월 이후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까 생각중입니다.”


김 사장의 이런 ‘깜짝 발표’가 있자 그 자리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크게 기뻐했다. 이때 사장에게 다가온 것은 스티브였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성실한 모습을 보여 김 사장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사장님 제가 업무를 배우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요. 고압가스 밸브 접착기술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참고로 고압가스 밸브 접착기술은 A사가 갖고 있는 특허기술로, 이 기술로 인해 중소기업체들 사이에서 A사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이런 비밀스런 기술에 대해 질문을 받은 김 사장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실무진들에게도 말하기를 꺼려했던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스티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난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스티브의 순수함을 믿었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배우려는 노력이 기특하기도 했고, 또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내 경쟁사에 노하우가 유출될 염려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 사장은 술에 취해 있었다.


위장취업


며칠 후 스티브가 개인사정을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남아있던 외국인 동료들에게 그 사정을 물어보니 충격적인 대답이 이어졌다.

“스티브는 인도네시아에서 A사와 같은 동종업계 사장의 아들이에요.”

그는 아버지 사업의 부흥을 위해 한국내 동종업체의 기술을 습득하려고 계획적으로 위장취업을 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빈 공장에 일찍 출근한 것도 부품을 훔치기 위한 것이었으며, 기계정비를 열심히 한 것도 공정과 기계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위선적이고 계획적인 행위였던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티브의 최종목표였던 고압가스 밸브 접착기술의 노하우를 알아냈던 것이다.

김 사장은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월간 시큐리티월드(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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