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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가 ‘진짜로’ 다가오고 있다 2016.09.01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공회전은 끝
4K, 콘텐츠 걱정은 없다


[보안뉴스 문가용] ‘4K 기사를 쓰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도대체 4K 얘기가 나온 지가 언젠데 아직도 4K 타령인가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었다.

시장을 살피니 당장에라도 우리 모니터들이 전부 4K로 바뀔 것 같은 희망 섞인 전망이 대부분인 것도 여전하다. ‘바뀐 게 없구먼, 쯧’하고 혀를 차는데, 생각지도 못한 러시가 일어나고 있었다.

제임스 본드가 4K! 엑스박스가 4K! 심지어 리우 올림픽이 4K! 이번엔 ‘진짜로’ 바퀴가 구르기 시작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발전사 속 어느 세대나 그랬고 4K도 마찬가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답이 없어 보이는 듯한 논란이 일고, 정신 차려보면 어느덧 다음 세대로 산업 전체가 질주하고 있다. 바로 기술과 콘텐츠의 관계 얘기다.

더 선명하고 화소 높은 화면을 구현할 기술은 있는데, 그걸 제대로 살려줄 콘텐츠가 없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콘텐츠 업자들은 또 콘텐츠 업자대로 차세대 콘텐츠를 물색하고는 있는데 신기술 TV나 디스플레이를 덥석덥석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은 극히 소수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쭈뼛거린다.

그래도 그 극소수 얼리어답터들이 있어서 한두 대 시스템이 팔려나간다. 그 극소수 얼리어답터 성향이 콘텐츠 사업 결정권자에게 있다면, 영화 한두 편 혹은 스포츠 게임 몇 회차분 정도가 새로운 디스플레이 모드로 송출된다.

느리고 더디게,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분명한 시작점은 늘 미궁에 갇히지만, 어느덧 디스플레이와 콘텐츠는 각종 치킨요리와 달걀요리처럼 세상을 덮는다.

4K 기술 이야기가 시장에 등장한 것이 벌써 수년 전 이야기다. 그때부터 곧 상용화된다는 전망이 나오곤 했지만 지금 시장 상황은 어떤가?

아직도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알란 브레즈닉(Alan Breznick) 분석가에 의하면 드디어 시동이 걸릴 시점이 다가왔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얼리어답터들이 충분히 시스템을 샀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7,700만 대의 4K TV가 팔릴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말까지 3억 7,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그에 맞춰 소니, 넷플릭스, BBC 등 굵직한 콘텐츠 업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4K 콘텐츠를 예고하기 시작했다.

TV 방송 콘텐츠의 4K 확산
현재 넷플릭스는 ‘마르코 폴로(Marco Polo)’를, 아마존은 ‘정글 속 모차르트(Mozart in the Jungle)’를 이미 4K로 송출하고 있으며 올림픽이 곧 열리는 브라질의 글로보(Globo)는 7월 18일, 가장 인기 높은 TV 시리즈 중 하나인 ‘위험한 관계(Dangerous Liaisons)’를 4K로 일부 사용자들에게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TV 네트워크로 미국 외 기업으로서는 처음 4K 콘텐츠를 선보이는 경우라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170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적용하기에 알맞아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트남도 여기에 뛰어들었다. 베트남의 사이공 케이블 텔레비전(Saigon Cable Television)이 7월 14일, 9월부터 TV 프로그램 송출 표준을 4K로 서서히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

사이공 케이블 텔레비전은 여러 채널을 운영 중에 있는데 9월부터는 시범적으로 한 채널을 4K로 바꾸고 그 결과에 따라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4K 콘텐츠가 가장 먼저 확산하는 나라가 될 공산이 커졌다. 물론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시범기간 동안은 4K 콘텐츠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며,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4K TV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참가자를 모을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소식이 있었다. 캐나다 서부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네트워크인 텔러스(TELUS)가 스포츠 관련 방송부터 서서히 4K 송출을 확대해나갈 전망이라고 발표한 것.

물론 이 경우에도 4K TV가 있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TV 콘텐츠의 제왕인 BBC가 4K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다. 70개의 영화와 영국 최고의 콘텐츠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 경기 100개를 4K로 서비스한다고 밝힌 것.

대상은 위성장비를 사용하는 고객들이고 서비스 시작 시일은 8월 13일. 넷플릭스 등 강력한 콘텐츠 경쟁사들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이며,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 많은 팬층을 보유한 영화들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게임 콘텐츠도 참전
사실 그래픽의 발전에는 TV 방송보다 컴퓨터 게임 및 비디오 게임이 기여한 바가 더 크다. 차세대 그래픽 표준인 4K가 정착하는 데에 TV만 앞장설 수는 없다는 듯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도 끼어들었다.

8월부터 출시되는 엑스박스 원S(Xbox One S)에 4K 영상 지원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 이는 최근 들어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발생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일부 매체들은 표현했다. 이에 질세라 소니도 관련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곧 출시될 플레이스테이션 신기종 역시 4K 지원을 탑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2017년 말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Xbox One Project Scorpio는 게임 내 영상만 4K가 지원될 뿐 아니라 인게임 화면 역시 4K를 지원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최근 플레이스테이션에 밀려 실적이 영 좋지 않았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는 4K 지원 등을 통해 시장에서의 반전을 꾀하려 하고 있다.

전자기기 사용량 증가도 한몫, 그리고 올림픽
사정이 이러니 전망도 좋다. 헥사 리서치(Hexa Research)라는 연구업체는 2020년까지 4K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확한 예측치는 ‘유료’라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사실 먼 미래에 대한 숫자가 정확해 봐야 얼마나 정확할까. 중요한 건 그런 희망적인 예측을 담은 보고서가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 또 재미있는 건, 헥사 리서치가 꼽은 성장 이유는 ‘소비자들이 가전기기를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화질에 대한 요구는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도 굉장히 높습니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된 핸드폰들의 셀링 포인트에는 반드시 화질과 화면크기가 포함되었죠. 또 새로운 기종이 나올 때마다 크게 발전하기도 했고요.

디스플레이 기술은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그걸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이 속도와 추세면 4K 디스플레이 기술이라고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전 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보다 시장이 더 커졌다고도 볼 수 있죠.”

마침 4K 영상의 어마어마한 용량도 무리 없이 송출하도록 돕는 네트워크 기술 및 보급 현황도 매우 좋다. 이번 달 초 아카마이(Akamai)라는 기업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4사분기에 비교해 전 세계 네트워크 연결 속도가 약 12% 증가했다.

연 단위로 보면 네트워크 속도는 평균 23% 정도 증가한다. 그렇기에 인터넷을 통한 4K 영상 사용의 시기가 많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나 이번 리우 올림픽이 그 기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넷 연결속도가 좋아지고 유튜브 등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업체들이 4K 중계를 진행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온라인 시청의 수가 역대 그 어떤 올림픽보다 많았다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죠.”

다만 알티캐스트(Alticast)의 미국 부회장인 제이 파크(Jae Park)가 지적하듯 “SD에서 HD로의 변환은 누가 봐도 획기적이었으나 HD에서 4K는 그다지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비디오트론(VideoTron)의 수석책임자인 찰스 뮤버스(Charles Meubus)도 비슷한 의견이다. “4K는 화면이 커야 ‘좋구나’하고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현재의 HD에 만족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4K 산업은 언제쯤 궤도에 올라설까? 예상이 어렵다. 그러나 고화질이 요구되는 보안 분야에서 4K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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