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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방지법 시행의미와 파장 2007.02.12

2004년 11월 이광재 의원 등 34인에 의해 발의된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안(이하 기술유출방지법)’이 오랜 산고(?) 끝에 약 2년여 만인 지난 9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산업기술보호와 관련된 기본법으로써 향후 대학, 연구기관, 기업체의 보안체계는 물론 전 보안산업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보안체계가 이제야 비로소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국내 산업보안체계 ‘확’ 바뀔까     


기술유출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지닌 의미는 결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연구기관 등 산업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법률 통과가 국내 산업보안체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국내 기술수준의 위상은 꾸준히 증가해 휴대폰, 반도체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세계 초일류기술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기술의 보호수준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보안의식과 보안 시스템 구축실태가 크게 미흡해 미국 등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2000년부터 2006년 6월까지 기술유출 기도단계에서 적발된 사례가 72건에 이르고, 만약 유출됐을 경우 피해예상액이 90조원으로 추정된다는 국정원 조사결과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그간 관련 법률 역할을 수행했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 민간기업의 비밀누설에만 처벌이 한정돼 있을 뿐더러 각종 법률에 산재해 있는 관련 규정으로는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예방에 있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게 사실이다.

 


또한, 민간기업에 비해 보안의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연구개발분야가 대부분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공립연구소, 민간연구소, 공공기관 등을 산업기술의 불법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보호대상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었다. 


산업기술보호에 관한 기본법 필요성 제기


이러한 지적은 산업기술보호에 관한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로 확대되기 시작했고, 이는 이광재 의원 등 국회의원 34명의 발의로 인해 기술유출방지법 초안이 지난 2004년 11월 국회에 제안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어 2005년 11월에는 소관위인 국회 산자위원회에 상정됐고, 올해 4월 산자위 법안심사소위, 6월 산자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9월 29일 정기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법률안 초안이 제안된 후,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2년여 기간 동안에는 과학기술인들과 일부 기업경영진들의 반대 등으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몇몇 조항들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인의 개발의욕을 저하시키고, 기업규제가 강화된다는 이유로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법률안에 대한 간담회, 공청회 등을 여러 차례 개최해 여론을 수렴하고, 문제점이 지적된 조항들을 수정하는데 2년여의 기간이 흘렀던 셈이다.


법안 취지 퇴색 vs. 선언적 의미 중요


법률안 초안에서 그간의 논의과정을 거쳐 수정된 부분을 살펴보면, 우선 법률제명의 경우 애초에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지원에관한법률’에서 보호와 지원이라는 두 단어의 중복성을 피하기 위해 지원이라는 말을 삭제한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로 수정됐다. 


또한, 제2조제1호에서 언급된 산업기술의 범위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의 보호대상이 특정기술이 아닌 산업기술 전반이 되도록 포괄적으로 정의하면서 규제적인 요소를 축소하기 위해 적용대상기술을 열거하도록 했으며, 제9조에서 산업기술보호 기본계획의 수립주체를 산업자원부장관으로 명확히 하도록 한 것도 초안에서 수정된 조항이다.


이외에도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과학기술부장관이 부위원장직을 맡도록 명문화하는 등 제도적인 요인을 정비하고, 국가핵심기술의 승인 또는 사전신고 대상의 범위와 산업기술침해신고 대상을 축소하는 등 기업이나 연구기관, 대학 등에 대한 규제적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이 있는 규정도 대폭 수정됐다.


아울러 기업에 불필요한 작용을 할 우려가 있는 인증이나 교육의 의무화 등은 삭제하거나 완화함으로써 기업인과 과학기술인 등의 경영 및 기술개발활동과 보안업무 간의 조화를 도모하도록 한 점 등도 초안에서 많이 바뀐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과학기술인들을 중심으로 한 일각의 주장이 많이 반영되면서 일부 보안 분야 종사자나 기업보안담당자들은 본래의 입법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법률안 제정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기업보안담당자는 “초안보다 규제조항이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하지만, 이번 법률안은 제정으로 인한 선언적 의미가 상당히 크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논의될 문제”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해외매각·이전에 따른 기술유출 감소될 듯


이번 기술유출방지법 제정으로 국가핵심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과 체계를 갖추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안보 등 국가적인 이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하고, 기업 등이 이를 해외매각이나 이전 등의 방식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 사안에 따라 정부의 사전승인 또는 사전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까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의 해외매각 등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등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가, 이번 법률에서 사전신고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불법적인 기술유출에 준해 처벌토록 하고, 수출중지, 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다.


기술전쟁의 시대라고 할 만큼 세계 각국이 자국의 기술보호 및 타국의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법률 제정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개발한 핵심기술의 유출방지를 통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게 법률안 소관부처인 산업자원부 측의 설명이다. 또한, 기술유출에 따른 경쟁국의 짝퉁시장 창출을 조기에 방지해 국내외 시장에서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산업자원부 산업기술정책팀 이관섭 팀장은 “이 법률은 기술유출방지의 파수꾼으로써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법률이 통과됨에 따라 하위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관계부처와의 협의와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 전까지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제정의 첫 단추를 성공리에 끼웠다면 이젠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산업보안의 옷매무새를 잘 가다듬는 일에 관련부처는 물론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의 대상기관 종사자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월간 시큐리티월드 권 준,김용석 기자(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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