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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방지법, 취지는 좋다. 그러나... 2007.03.02

기업보안담당자&보안업계 반응진단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안(이하 기술유출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업보안담당자들과 보안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 법이 관련업계에 미칠 파장을 미리 예상해봤다.

 


기업보안담당자와 보안업계가 큰 관심을 가질 이 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해외매각이나 이전 등의 방식으로 제품이나 기술을 수출하고자 할 때 정부에 사전승인 또는 사전신고를 받아야 한다는 것. 둘째는 보안설비를 구축하고 싶어도 여유자본이 없어 보안체계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중소기업들에게 구축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업보안담당자들의 다양한 시각


기업보안담당자들은 기술유출방지법이 국회를 통과되자 이에 대한 실익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국가가 산업계의 핵심기술을 직접 보호하기 위해 신고제를 도입했다는 것.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업보안담당자들의 시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늦게라도 국가가 직접 나서 산업계의 핵심기술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칭찬할 만하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산업계의 정보를 이처럼 하나로 취합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굳이 기술유출방지법을 도입해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만약 국가가 획득한 산업계의 핵심기술이 국가 실수로 유출되면 그때는 누가 배상해줄 것인가” 등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장비 생산업체의 한 보안담당자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다른 나라와 달리 오로지 인력에 의존해야만 하는 머리싸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산업계의 핵심기술은 석유와 같은 귀한자원인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이런 부분에 대해 늦게라도 국가가 인식했다는 것은 충분히 칭찬할만하다”고 말했다.


사실 산업계의 핵심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간 정부에서는 산업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또 그것이 진짜 중요한 것인지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달아 발생한 기술유출사건과 그에 따른 엄청난 손실액 등은 정부의 이런 태도를 조금씩 돌려놓는데 성공했고, 결국 기술유출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 생산업체의 한 보안담당자도 “정부가 직접 나서 산업기술에 대한 보호를 천명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산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이는 몇몇 조항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혀 이번 법에 대해 100% 만족할 수 없음을 내비쳤다.


우선 그가 밝힌 가장 큰 문제는 해외매각이나 이전 등의 방식으로 수출을 할 때 정부에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 사실상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은 현재 해외에 공장을 설립해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해 국가가 산업기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재를 가하면 산업계 전반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덧붙여 그는 “요즘에는 세계가 갈수록 글로벌화되고 있고, 국가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는 마당에 해외에 나간 공장과 업체들을 어떤 방법으로 제재하고, 간섭하려는지 의문”이라고 말해 현실상 법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안설비 지원보다 보안컨설팅  우선돼야


중소기업들의 보안설비 마련을 위해 구축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지적이 잇따랐다.

한 전자업계의 보안담당자는 “중소기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짓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을 한정짓는다고 해도 기존에 이미 보안설비가 구축된 중소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말해 구축자금 지원은 시작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류업체의 또 다른 보안담당자는 “중소기업에 구축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은 그 기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보안장비가 설치돼야 하는지에 대한 조사, 다시 말해 컨설팅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컨설팅에 대한 개념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이런 업무 자체를 정부에서 시도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시행규칙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만 갖고 법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 뒤, “산업계와 정부 모두 산업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큰 명제에는 동의하고 있는 만큼 차후에 만들어질 시행령에 산업계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업계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그렇다면 이번 기술유출방지법을 바라보는 보안업계의 시각은 어떨까? 우선 그들은 표면적으로 ‘대환영’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부에서 직접 나서 중소기업들에게 보안설비 구축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보안업계로써는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CCTV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술유출방지법은 보안업계로써는 호기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DVR 업계의 한 관계자도 “과거 정부에서 이와 비슷한 법안을 만들어 공포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기준에 의해 강제적으로 보안설비를 설치하라는 것이었지, 이번처럼 구축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해 그 역시 기술유출방지법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보안업계 내부에서도 기업보안담당자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아직 법안의 시행령·시행규칙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꺼려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정부가 산업계와 보안업계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행정의 결정판으로 이번 법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까지 제시되고 있을 정도다.


CC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추진하고 시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지금 나온 법의 내용만으로는 보안업계의 실익을 따지기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시행령이 나오고 이를 추진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본 후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신중론을 펼쳤다. 

[월간 시큐리티월드(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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