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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워싱턴대 로스쿨에서 형법, 사이버범죄, 프라이버시, 지적 재산분야 연구중이며 중앙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도 겸하고 있다. e비즈니스와 법 관련 다수의 논문 및 저서를 집필한 바 있는 그는 정보통신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및 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서 근무한 바 있다.> |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와 IT의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북미의 한 복판, 시애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가까이 두고 있다. 거기서 중책을 맡고 있는 지인이 곁에 있어 비밀스런 정보도 접할 때가 많다. 정보 시대를 절감한다.
이런 환경에서, 각종 IT 신기술 개발과 전개, 발전의 과정을 한 눈에 보기가 쉬운 편이다. 집 근처에 있는 전자상가만 해도 미국에서 첫 손가락에 꼽는 베스트바이(BestBuy.com)를 비롯해서, 서킷시티(CircuitCitycom), 컴퓨USA (Compusa.com), 프라이스(Price.com) 등의 체인점들이 곳곳에 즐비해 있다. 그 외에도 코스코(Costco.com), 월마트(Walmart.com)라는 대형 쇼핑몰에서 온갖 전자제품을 취급하니 심심찮게 동향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매장에서 삼성의 TV와 모니터는 단연 발군이다. 미국의 일반인들은 삼성과 소니의 TV와 모니터류를 일류로 취급한다. 아쉽지만 아직 LG나 대우, 삼보 제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더 아쉬운 것은 일반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카메라, 캠코더, 프로젝터 등)에서 한국 제품은 전혀 없다. 미국과 일본 제품들 잔치다.
일반 가전제품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오히려 일본 제품이 미국 시장을 압도한다. 사람들에게 묻고 판매원들과 대화해 보면 금방 체감할 수 있다. 이들은 일본 제품이 양과 질에서 우수하다고 인정한다. 부러울 정도다. 특히 컴퓨터 및 노트북 분야에서는 소니와 도시바가 델과 HP를 앞선다. 디지털 기기 분야에서는 소니, 니콘, 캐논, 올림푸스가 각축을 벌인다. 마치 일본 시장에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AS와 관련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AS 시스템이 훨씬 뒤떨어진다. 한번 고장 나면 고치는 비용이 새로 사는 비용과 비슷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살다보면 잔고장 없는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품이 각광받는 이유는 오랜 기간 잔고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전자시장의 특이한 점 중에 하나는 일반 판매처에서 AS 쿠폰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제품 구매 후 일정기간의 AS를 제조사에서 무상으로 받는다. 하지만 미국은 그 AS를 받기 위해서 제조사에 하자 제품을 보내 수리한 후 택배로 받는 일련의 절차가 매우 번거롭고 많은 시간과 비용,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인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러니 차라리 제품을 구매하는 매장에서 AS 쿠폰을 사는 게 낫다. 쿠폰은 제품을 살 때 1년 ~ 3년 동안의 각 기간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 구매와 ‘동시에’ 사야 한다. 제품 구매후 하루라도 지나면 AS 쿠폰을 살 수 없다.
쿠폰 가격은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10만 원짜리 물건이라면 1년 무상 수리 비용으로 20불, 3년에 30불 정도다. 그러나 고가나 공적인 구매가 아니고는 제품을 구매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AS 쿠폰까지 사는 일은 드물다. 결국 성능만 괜찮으면 잔고장 없다는 상품평이 구매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제품이 호평받는 이유가 있다.
다시 휴대전화기 시장으로 돌아와 보자. 우리나라처럼 다양하고 기능 많고 세련된 모양을 찾기는 어렵다. 종류도 많지 않으니 선택의 여지도 적은 편이다. 그 중에서 한국의 삼성과 일본의 모토로라, 핀란드의 노키아 브랜드가 주류다. 그나마도 삼성은 성능과 크기에서 일반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LG 제품이 없는 게 아쉽다. 극소수의 학생들, 디지털마니아를 빼고는 PDA나 겸용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100명 중에 세 네 명 정도 보일까 말까다. PDA 시장은 침체해 있다.
카메라, 캠코더 활황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이 비슷한 형국이다. 미국의 일반인들도 이들 기기를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이 사람들의 큰 손에는 작고 성능 좋은 일본 제품이 늘 붙어 다닌다. 한국 제품도 충분히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매장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비교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략 미국의 전자시장을 둘러보았다.
안타깝게도 지금 디지털 시대의 감독겸 주역은 미국인 듯 싶다. 정보와 과학 기술로 세계를 호령한다. 인터넷을 지배하는 영어가 그 반증이다. 거의 주연급 대우를 받고 있는 일본의 IT도 돋보인다. 강력한 하드웨어 기술로 약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지배력이 약하다. 이 틈새를 비집고 곳곳에서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중국이 만만치 않다. 이제 이들은 물량 살포를 넘어서 기술력도 인정받는 추세다. 경제력도 세계 4위에 올랐다. 대작 영화로 비유할 때, 미국은 주연이요, 일본은 유력한 조연이고 중국은 대량의 엑스트라로 이 시기를 누리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그 몇 안 되는 조연급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살아가는 시대에서 주연으로 부상하느냐 단순한 출연자로 전락하느냐는 지금이 기로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IT 수출력을 강화할 때다. 정부가 더 지원해 주고,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 어서 빨리 세계 시장에 나서야 한다.
<글: 김연수_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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