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메타데이터에 대한 편집실에서의 단상 | 2016.10.18 |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메타데이터
애플이 메타데이터 기록했다는 경찰 문서 유출...보안업계의 충격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메타데이터라는 말이 점점 전문 영역의 밖으로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메타데이터의 중요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데이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답변이 바로 ‘데이터의 데이터’일 것인데, 이게 그렇게나 반듯하게 이해되는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우리는 주위에 이미 수많은 메타데이터를 보면서 살아왔다는 걸 알 수 있다. ![]() ▲ 어서 와. 미로는 처음이지? 예를 들어 보안뉴스의 자매지인 시큐리티월드라는 잡지를 보자. 이 잡지 안의 다양한 기사와 기고문들은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월간지’라는 것과, 어딘가에 인쇄되어 나오는 ‘ISSN 번호’, ‘출판사 이름’, ‘참여 기자 및 디자이너 이름’ 등은 시큐리티월드라는 12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도서관은 이 시큐리티월드를 받아볼 때마다 모든 페이지를 꼼꼼하게 읽지 않고도, 이 메타데이터만을 가지고 책을 월간지 코너나 보안 전문 코너, 혹은 ISSN 번호에 따라서나 출판사 이름에 따라 순서대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우리는 대화 속에서도 이 메타데이터를 활용해 상대의 의중을 해석한다. 예를 들면 보안뉴스 편집실에서 벌어지는 이런 흔한 대화의 한 장면 속에서도 우리는 꽤나 많은 메타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을 알 수 있다. 권 국장 : 자, 내일 조찬 모임에 누가 참석해야 하지? 원 기자 : (말 없이 가방을 싼다) 문 기자 : (갑자기 타자 속도가 빨라진다) 권 국장 : 내일 아침 6시 50분까지 오면 되는데, 원 기자가 가자. 유 사원 : 내일 스피치 주제는 글로벌 동향에 관한… 원 기자 : 아, 그럼 국제부인 문 기자가 가야지. 문 기자 : 국장님은 안 가시나요? 권 국장 : 아, 난 내일 좀 시간이 애매해. 문 기자 : 그래도 조찬 참석자들은 국장님이 보고 싶을 거 같아요. 권 국장 : 그래서 정 국장님 가시잖아. 문 기자 : 두 분이 같이 으쌰으쌰 하시는 모습에서 더 신뢰가 가는 법이죠. 실제로 손발도 잘 맞으시고요. 권 국장 : ^^ (실제 이렇게 웃으며) 내일 아침 회의 한다. 일찍 와라. 마지막 결론이 엉뚱하지만, 이 결론을 통해 어떤 메타데이터가 오갔는지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권 국장님의 머리 속 메타데이터의 흐름을 따라 위 대화를 복기해본다. 권 국장 : 자, 내일 조찬 모임에 누가 참석해야 하지? 원 기자 : 전 못 갑니다. 문 기자 : 원 기자 데리고 가십시오. 권 국장 : 내일 아침 6시 50분까지 오면 되는데, 원 기자가 가자. 가라면 가라. 유 사원 : 문 기자가 가도 되겠는데요? 원 기자 : 그래, 내 생각도 그래. 문 기자 : 나만 죽을 수 없지. 권 국장 : 아 자식들 말 많네. 그냥 알아서 가. 나도 좀 쉬자. 문 기자 : 나만 죽을 수 없지. 권 국장 : 마지막 기회다. 더 말 하지 마라. 문 기자 : 그니까 두 국장님이랑 원 기자가 같이 손잡고 조찬 모임 가세요. 덕분에 전 편집회의 없이 느즈막히 출근하게요. 권 국장 : ^^ (실제 이렇게 웃으며) 내일 아침 회의 한다. 일찍 와라. 원 기자는 조찬 모임 가고. 표면에서 조찬 모임 스케줄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담당자를 뽑았다면, 그 물밑에서는 정형화되어 드러나진 않았지만 대화에 참여한 캐릭터(즉 데이터 그 자체)들이 자기의 성향 혹은 됨됨이(즉 사람에 대한 데이터, 고로 메타데이터)를 뽐내며 의중을 몰래 발산하고 또 해석하고 있다. 이 의중이 ‘참’이라는 전제 하에 메타데이터는 데이터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렇기에 메타데이터의 관리 미숙으로 인한 예기치 않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출판사에서 커피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책의 메타데이터(출판사 정보, 책 목차, 작가, 장르 등)를 관리하는 유통사에서 이 책을 ‘카페인 중독 극복기’와 비슷한 종류로 잘못 분류하면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다. ISSN을 인식하지 못하면 가판대에 올라가기는커녕 아예 창고에서 나오지도 못할 수 있다. 메타데이터를 활용해 대량의 물건을 분류 및 배달하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메타데이터 관리에 실수가 발생하면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심지어 이로 인해 물건들이 엉뚱한 곳에 도착하기도 한다. 위 편집실 대화에서도 사실 서로의 의중은 이것일 수도 있다. 권 국장 : 자, 내일 조찬 모임에 누가 참석해야 하지? 원 기자 :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문 기자한테 양보할게요. 문 기자 :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기회를… 권 국장 : 이렇게 동료애가 넘치다니... 내가 정해줄게. 원 기자 당첨! 유 사원 : 저도 이런 아름다운 대화에 끼고 싶어요. 원 기자 : 주제가 저러면 제가 더욱 양보해야겠지요. 문 기자 : 이런 좋은 행사에 저만 정말 가서 모든 정보를 독차지해도 되는 건가요? 권 국장 : 그래, 그 기회 잘 살려봐. 문 기자 : 행사 자체가 국장님이 없어서 힘이 빠지면 어떡하죠? 권 국장 : 내가 다 장치를 마련해뒀지. 문 기자 : 역시, 두 분의 콤비 플레이는 귀감이 됩니다. 권 국장 : ^^ (실제 이렇게 웃으며) 그냥 내가 처음 말했던 대로 문 기자는 편집 회의 오고 원 기자가 가는 게 나을 거 같다. 갔다 와서 이야기 잘 공유해줘. 이 의중(들이 수반한 과도한 아름다움)이 참이라면 문 기자는 억울하게 ‘뺀질거리는 성향이 있음’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인사고과 점수표가 표면에 드러난 대화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상사들이나 동료들이 느끼는 ‘메타데이터’를 주로 기록해 놓는 것이라면 어떨까? ‘인사고과’라는 것 이전에 나라는 사람의 인성이 통째로 드러나는 – 진위 여부와는 상관 없이 – 기록이 될 것이고, 그러므로 프라이버시와 깊은 관련이 있는 문서가 된다. 그러니 지난 10월초, 더인터셉트(The Intercept)의 “애플이 메타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는 발표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2013년 스노든이 NSA의 대량 데이터 수집 행위를 공개하자 실리콘벨리의 수많은 IT 기업들이 따가운 눈총을 덩달아 받게 되었는데, 애플은 뒷짐지고 서서 “우리는 달라요, 왜냐하면 고객들의 위치와 관련된 그 어떤 정보도 따로 모으거나 저장하지 않으니까요”라고 한 발 뺐다. 하지만 더인터셉트가 애플의 이 발표가 허위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3년 만에 들고 나온 것이다. 그 증거는 바로 미국의 어떤 경찰 관련 기관에서 유출된 문건으로, 애플이 메시지스(Messages) 앱에서 발생하는 메타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들 간 대화 내용 자체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대화 시간, 날짜, IP 주소, 대화 빈도수 등 여러 가지 메타데이터가 꾸준하게 기록으로 남겨져 왔던 것. 애플은 이에 대해 “아이메시지(iMessage)는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된 앱이며, 그러므로 대화 내용은 아무도 열람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즉, 대화내용은 애플 자신도 볼 수가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건데, 이는 ‘메타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잖느냐’라는 더인터셉트의 보도에 대한 동문서답밖에 되지 않는다. 어차피 수사기관들도 검열이다 뭐다 하는 논란에 휘말리기 싫어서 최근엔 메타데이터를 통한 수사와 범인 색출 혹은 추적을 조금씩 늘려가는 실정인데, ‘아, 대화 내용 우리도 못 본다니까?’라고 답하는 건 도대체 무슨 메타데이터(의도)일까. 많은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이 이제 암호화 통신이 보편화되고 있어서 대화 내용 자체에 대한 검열이나 노출 걱정은 덜게 되었지만, 대신 메타데이터의 기록과 보관에 대해 걱정할 때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사적인 데이터 유출 걱정을 아주 조금 줄였나 싶더니 새로운 위협거리가 등장한 것이다. 카카오톡 사태로 종단간 암호화라는 전문용어가 일반 상식 수준으로 풀려났듯, 애플의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메타데이터가 또 일반 사전으로 적을 옮기려나. 언젠가 메타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라는 개념도 등장할까. 그러면 또 그걸 노리는 사람들이 생길까. 어쩐지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죽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제논의 역설에 빠진 듯 하다. 내 인사고과말고, 데이터와 메타데이터와 메타메타데이터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