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스케치] 123층 롯데월드타워 민관 합동 소방훈련 체험기 | 2017.02.12 |
1분 1초가 급박한 화재 상황...시민들, 안전의식이 필요해
[보안뉴스 민세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가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무려 123층, 높이 555m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롯데월드타워는 6년 간의 시공기간 동안 수족관 누수, 영화관 진동, 건설 인부 사망사고 등 안전문제로 논란이 많았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가 사람들의 안전의식 부재에 따른 인재로 드러나면서 고층빌딩에서의 소방대책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자는 지난 1월 열린 ‘롯데월드타워 민관합동 소방훈련’ 현장에 시민으로 함께 참여했다. “비상상황입니다. 롯데월드타워 107층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침착하게 피난계단으로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롯데월드타워 전역에서 안내방송이 들리자 층마다 두 명씩 배치된 안내요원이 사람들을 피난계단으로 인도했다. 시민들은 매캐한 연기를 피해 하나둘씩 줄지어 피난계단으로 대피했다. 실제 상황이 아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실시된 민관합동 소방훈련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자문단과 송파소방서, 서울시 주택건축국 등 23개 기관 3,700여 명이 함께하는 대규모 소방재난 대응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지난해 12월 롯데물산 외 2개사가 서울시 주택건축국에 요청한 사용승인의 일환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상층부 중 외부전문가가 훈련 직전에 화재 발생 우려가 큰 층을 임의로 선정해 실제상황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질식 위험 없는 피난계단 이날 피난 훈련은 건물 상층부인 85층부터 123층까지 각 층에 있는 시민들이 피난계단과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 1층까지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피난안전구역은 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에 설치돼 있었다.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이 각자 자기가 있는 층에서 피난안전구역까지 피난계단을 통해 안전하게 이동한 후, 피난안전구역의 비상용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무사히 내려가 임시대피소로 대피하는 코스다. 한 층마다 중앙 홀을 마주보고 양쪽에 설치된 피난계단은 가압 설비와 함께 계단실에 직접 공기를 강하게 불어 넣는 방식의 제연설비가 설치된 2중 연기유입 차단구조로 설계됐다. 피난계단의 폭도 법적 최소치인 120㎝ 대비 30㎝ 더 넓게 설치돼 있다. 일반적인 건물은 화재 시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그 특수성 때문에 피난용 승강기를 주요 대피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피난용 승강기는 재난발생시 정해진 피난안전구역과 1층만을 셔틀 식으로 운영하며 다른 층에서는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화재 발생 시 연기유입을 차단하는 가압 제연설비가 적용돼 있어 질식 위험도 없다. 정전 발생 시 즉시 비상 발전기를 이용한 비상전원이 공급되는 2중 안전 시스템도 갖췄다. 화재가 발생하면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오히려 계단보다 비상용 승강기가 더 안전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85층부터 123층까지 한 층당 적게는 50명부터 많게는 250명까지의 인원이 배정됐다. 기자는 121층으로 배정받았다. 건물 상층부의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해 다시 전망대 전용 승강기를 기다렸다. 121층에 올라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과 전망을 구경하던 것도 잠시, 롯데월드타워 107층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피난계단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시민들은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피난계단으로 대피했다. 긴급상황 같지 않아 아쉬웠던 훈련 기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어서였을까? 아니면 피난계단에 사람이 밀집돼 있어서였을까?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금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다가 이내 등줄기를 타고 주룩 흘러 내렸다. 훈련 종료 후 브리핑에서 이번 훈련의 평가단장을 맡은 가천대학교 설비·소방공학과 손봉세 교수가 “안전구역에 많은 사람이 밀집되면서 의외로 온도가 상승해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한 것을 보면 피난계단에서의 더위는 훈련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온도가 상승할 것인데 거기다가 많은 사람이 몰렸을 때의 여러 요소들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대피하다 보니 계단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였다. 몇 걸음 내려가다가 멈추기가 일쑤였다. 시민들이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문제가 많았다. 내려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심지어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내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5층마다 배치된 소방대원들이 “어서 대피하세요!”라는 말로 시민들을 재촉했지만 긴급 상황의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체 건물 중 5개 층이 피난안전구역으로 가장 가까운 102층의 피난안전구역에 도착하자 먼저 내려온 사람들이 비상용 승강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이때가 3시 25분경이었다. 3시 9분 경 안내방송이 울렸으니 19층을 걸어 내려오는데 16분이 걸린 셈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피난안전구역은 내화 및 불연재료로 만들어져 있고 가압 제연설비 시스템이 적용돼 화재 시 불이나 연기를 완전히 차단한다”고 말했다. 피난안전구역에는 화재용 마스크와 공기호흡기, 휴대용 비상조명등, 심장 충격기 등도 설치돼 있었다. 안전한 구조대기를 위해 화장실과 급수시설, 방재센터와의 직통 전화도 갖춰져 있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소방 훈련 몇 분간 줄을 선 끝에 소방대원들의 안내를 받아 비상용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무사히 내려왔다. 1층에 도착한 후에는 안내요원들과 소방대원들의 안내를 받아 피난로를 따라 건물 밖으로 빠르게 대피할 수 있었다. 매캐한 연기를 뚫고 임시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3시 50분. 기자가 완전히 탈출하기까지 40여분이 걸렸다. 관계자는 아직 건물에 20% 정도의 인원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훈련이 완전히 종료될 예정이었던 4시 10분경 이후에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인원이 밖으로 대피했다. 화재 발생 후 1시간 내 대피를 목표로 했지만 실패로 끝난 셈이다. 만약 실제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이었다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훈련이었기에 계단에서 적체가 발생해도 천천히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었지만 실제 상황에서 3,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급하게 뛰어 내려갔다면 누군가가 넘어지고 밟히면서 크게 다치는 일도 틀림없이 발생했을 것이다. 훈련에 동원된 소방대원들과 군인들이 사상자를 신속하게 실어나르는 모습도 보였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헬기, 소방차, 구급차가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실제 상황이었다면 과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훈련이었다. 롯데와 서울시가 이번 훈련을 거울로 삼아 보완된 화재대피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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