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해외로의 기술유출로 피해가 조사된 건수가 총 61건, 피해규모는 8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주된 침해 기술분야는 전기전자·정보통신 등 소위 IT 분야로써, 기술유출 사건의 70%가 집중돼 있다. 한편, 기술유출이 발생하게 되는 동기의 약 44%가 경쟁기업으로 부터의 금전적인 유혹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렇게 집계된 자료도 사실상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의 기술유출 시도만 포함돼 있을 뿐 노출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IT 기술유출과 지적재산권
우수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들도 해마다 산업스파이 예방 등을 비롯한 각종 산업보안대책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대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중에서도 기업 입장에서 자사의 산업보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전략적인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 관리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지재권이 자사의 관련기술·영업비밀 등을 국제적으로 보호받게 할 수 있는 법적 안정장치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재권 관리가 강화되는 것과 동시에 핵심기술 개발에 따른 합당한 보상체계가 갖춰지는 것이 기업의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요건인 것이며, 더 나아가 발명기술의 고부가가치를 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지재권 전략을 검토하기 위해 다음에서는 글로벌 선진기업의 지재권 경영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일류기업의 지재권 전략 벤치마킹
특허전문기업으로 변신한 IBM
IBM은 미국 특허등록 건수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표 1), 이를 바탕으로 한 특허 로열티는 연간 1조원을 상회한다.
IBM 특허전략의 첫 번째는 원천기술 R&D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는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강한 특허를 창조함으로써 이후 후발주자들이 상용화 기술을 개발할 경우에 막대한 특허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Cross Licensing, 전략적 업무제휴, 합작사업, 공동사업, 인수합병 등을 통한 타사 특허의 확보에 있다. 세 번째는 바로 오픈 소스(Open Source) 전략이다.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무상으로 개방해 산업계의 기술개발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이다. 자사의 우수한 원천기술을 공개함으로써 경쟁기업이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낼 경우 향후에 막대한 특허 로열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IBM은 이미 2005년 1월, 500건의 우수한 자사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선택과 집중의 지재권 관리 TOSHIBA
TOSHIBA의 특허경영전략은 특허 총괄본부(Head Quarter IP Division)를 중심으로 워싱턴 IP Office, China IP Division 등 국외 각지에 IP(IP : 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 사무소를 설치하고, 동경의 HQ에서 모든 IP 정보를 취합해 종합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TOSHIBA의 지재권 전략의 핵심은 선별출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특허출원을 선별해 결정하는 것으로, 발명이 있다고 해서 즉시 출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병행이 가능한 특허만을 출원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특허출원여부는 IP전략 본부에서 결정(선별출원전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TOSHIBA는 자사의 특허를 다음의 3가지로 구분해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ㆍTop Runner IP : 비즈니스 독점, 라이선스 허용 불가
ㆍDominant IP : 시장지배적 특허, 라이선스 확산을 통한 수입 확보
ㆍCompetition IP : 경쟁적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지향, IP 분쟁 피해 최소화 지향
지재권과 블랙박스 전략을 혼합 활용하는 Canon
지재권 전략과 블랙박스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캐논이다. 캐논은 토너, 잉크탱크 등 핵심부품은 블랙박스로 만들어 경쟁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생산장비의 자체 제작을 크게 늘림으로써 장비 생산을 위탁받은 업체를 통한 기술유출을 차단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랙박스 전략이란, 신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아예 등록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업체의 모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업체를 중심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에도 서서히 도입되는 추세다. 블랙박스 전략 역시 단점은 있다. 블랙박스에 저장된 핵심기술은 유출됐을 경우,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유출방지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지재권 경영 프로세스의 TOYOTA
최근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의 기업을 앞질러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일본의 대표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체계적인 지재권 관리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지재권 전담부서는 각 기술부문에 속해 있으며, 회사 전체를 관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지재권 경영 프로세스는 3단계로 나누어져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1단계는 해당부문의 사업전략과 경영전략을 반영해 각 사업부문이 보유한 지재권을 분석하는 것이다. 2단계는 기술발전 가능성 평가를 위한 경쟁기업의 지재권 포트폴리오 동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때 경쟁기업의 지재권 포트폴리오 비교를 통해 미래 R&D 투자방향이나 특허출원여부가 결정된다. 마지막 3단계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중점 분야와 재검토 분야를 구분해 미래의 R&D 투자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중점 분야는 집중적인 R&D, 라이선싱 제공, 특허매입을 추진하고, 재검토 분야는 R&D 수행 중지, 라이선싱 유도, 특허매각 등을 추진한다.
CPO 직책을 도입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기준으로 1조3,000억 원의 특허수지 적자를 냈다. 매년 이와 같은 특허수지 적자를 타개하고자 최근 삼성전자는 기술개발과 특허인력 확대를 골자로 하는 ‘기술중시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 초 국내기업 최초로 특허 업무를 전담하는 ‘최고특허책임자(CPO : Chief Patent Officer)’ 직책을 신설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CPO 직책을 신설하면서까지 특허경영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핵심기술 확보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의 일류 기업들은 이미 ‘특허경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는 21세기 일류기업이 되고자 하는 국내기업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 특허로 대표되는 지재권 전략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다.
표 1. 최근 5년간의 미국 특허등록 상위 5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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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200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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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IBM
(3,411) |
IBM
(3,288) |
IBM
(3,415) |
IBM
(3,248) |
IBM
(2,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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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
NEC
(1,953) |
캐논
(1,893) |
캐논
(1,992) |
마쓰시타
전기`(1,934) |
캐논
(1,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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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
캐논
(1,877) |
마이크론(1,833) |
히타치(1,893) |
캐논(1,805) |
HP
(1,797) |
|
4위 |
마이크론(1,643) |
NEC
(1,821) |
마쓰시타
전기
(1,786) |
HP
(1,775)
|
마쓰시타
전기
(1,688) |
|
5위 |
삼성전자(1,450) |
히타치
(1,602) |
HP
(1,759) |
마이크론
(1,760) |
삼성전자(1,641) |
(자료 : 미국특허청(USPTO), 2006년 1월)
IT 기업의 효율적인 지재권 전략
IT기업이 기술유출을 방지하고 자사의 특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전담인력 확보
첫째는 전담인력의 확보다. 자사의 특허, 상표 등 지재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지재권 전담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지재권 문제는 기업 경영의 핵심가치를 보호하고 활용하는 것이므로, 전담부서 설치는 용이하지 않더라도 전담인력으로써 지재권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변리사 등의 지재권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자사의 R&D 인력을 지재권 전문 인력으로 특별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선별출원 전략
둘째는 선별출원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IT 기업의 경우 국내 특허출원에는 많은 관심이 있는 반면, 해외지재권 확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무관심한 편이다. 지재권 제도는 속지주의가 원칙이므로, 해외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경쟁기업이 속한 국가에 특허를 출원해 미리 권리를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즉, 모든 기술의 사용가치에 따라 국내에 출원하는 것과 해외에 출원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다만, 해외에 출원하는 비용은 국내 출원에 비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최근 정부에서는 각종 지원제도를 확대하고 있으므로 이의 활용도 권장할 만하다.
파격적인 지재권 보상체계 도입
셋째는 핵심기술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지재권 보상체계의 도입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과급 차원의 보상이 아니라, R&D 및 사업화 단계에 따라 보상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R&D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R&D를 위한 R&D, 즉 새로운 기술이긴 하지만 제품화가 불가능하거나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기술은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R&D 인력에 대한 보상도 특허 신청 및 시제품 출시 단계보다는 양산 및 대규모 매출 발생 시에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목적에 맞는 지재권 활용
넷째는 자사의 경영목적에 따른 지재권의 활용이다. 예를 들면, 시장지배적인 사업 분야를 경영할 때의 지재권은 집중적인 특허출원 전략이 유리하며, 방어적인 사업 분야를 경영할 때에는 크로스라이선스 전략이 효과적이다. 다음의 표 2는 사업의 목적과 그에 따른 지재권 활용전략을 요약한 것이다.
표 2. 지재권의 활용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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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목적 |
지재권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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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집중(독점적 지배) |
Assignment of Righ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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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이익에 기여 |
Patent Licen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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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지속화 |
Cross Licen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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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공유 및 제휴 |
Patent Standardization |
지재권과 블랙박스 전략의 효과적 활용
다섯째는 Canon의 사례와 같이 지재권 전략과 블랙박스 전략을 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전략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기술이면서 부품 및 장비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블랙박스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경쟁기업의 모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사의 모방이 예상되고,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기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특허 전략을 통해 무단도용 방지 및 로열티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심영보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IT지재권센터 연구원·지식재산경영전략연구회(IPMS) 시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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