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보안] 촌스런 관념과 기술 가득한 히든 피겨스 | 2017.04.01 |
신기술이 인간을 대체해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본지에서 인공지능 관련 설문조사 시작...많은 참여 부탁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NASA의 구석진 골방에서 온갖 잡스런, 그러나 복잡했던 수학 계산을 풀어댔던 흑인 여성들에 관한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분명히 ‘소수자’에 관한 영화다. 우주로 사람을 보내냐 마냐의 기로에 놓였을 정도로 영화 속 인류는 진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흑인은 여전히 화장실을 가기 위해 800m 밖 흑인 전용 건물로 오금 저리게 뛰어야 한다. 게다가 NASA에서 로켓 사이언스를 한다고 하면 같은 흑인들끼리도 ‘여자가?’라고 되묻는다. ![]() ▲ 출처 : 영화 <히든 피겨스> 홍보자료 과연 그 방면에서 곱씹어볼만한 장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흑인과 백인을 규칙대로 정확히 갈라놓던 백인 관리자가 후반부에 가서 “당신 흑인들에게 악감정이 있지는 않다”라고 하는데, 주인공이 “당신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답하는 장면에서는 주류에 속한 자들의 기계적인 규칙 지키기가 얼마나 스스로를 텅 비게(그 캐릭터는 악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아예 감정이 없었을 것이다) 만드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악한 관습이란 편하게 지키는 자나 불편하게 지키는 자 모두에게 얼마나 해로운가. 무감정 상태의 텅 빈 진실이 짧게 오가는 그 장면에서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고공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이 줄 위를 걷기 전에 발 밑에 보이는 세상을 ‘빈 공간(void)’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줄 밑의 빈 공간을 희열로 채워가는 하늘 걷는 남자의 걸음들이 사실은 매우 위태로운 것이듯, 다수자가 소수자를 바라보는 텅 빈 시선을 이해와 사랑으로 메워가는 것 역시 사실은 얼마나 위험 부담이 높은 일인가 말이다. ![]() ▲ 출처 :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홍보자료 그러나 인간은 결국 자기 배가 빈 공간이 되는 것에 가장 민감한 법. 기계가 감히 바둑으로 인간을 이겼을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기자의 주요 밥벌이 스킬인 번역이나 기사 작성에도 인공지능 녀석들이 넘어오고 인간과 시합까지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소위 ‘똥줄이 타’ 인공지능에 급 관심을 갖게 된 기자의 눈에 가장 눈에 띈 건 히든 피겨스에 등장하는 거대한 IBM이었다. 이 촌스런 기계 덩어리가 촌스런 관념 아래 숨어 있던 흑인 여성 수학 귀재들 – 즉 주인공! - 의 자리를 뺏어가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에이드리언 쇼내시(Adrian Shaughnessy)라는 유명 디자이너도 칼럼을 통해 “디자인은 창조 분야라 기계가 못 들어올 거 같지?”라는 질문을 디자인 업계에 던지기도 했다. 쇼내시는 “애플의 매킨토시가 들어왔을 때도 디자인 산업이 크게 요동치고 디자인의 생리 자체가 바뀌었다”며 “이제 인공지능 차례”라고 선언했는데 그 증거로 인공지능 웹 디자인 서비스인 더그리드(https://thegrid.io/)를 들었다. 몇 가지 그래픽 요소만 사용자가 더그리드에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웹 사이트를 만들어주는데, 이 시간이 수 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다가 마음에 안 들면 버튼 하나로 디자인을 새로 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수 초 만에 해결된다고 한다. “사실 웹 디자인은 이미 죽은 디자인 분야”라며 “인간은 기계보다 고장이 덜 난다는 점이 강점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결론은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은퇴 전까지 정말로 인공지능과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우리 자식들은 어떨까? 미래를 묻는 질문이기에, 인간으로서는 아무도 답할 수 없는 것이 원론이지만, 정말 다가오는 인공지능 세상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일까? 우리 분야 정보보안에서의 인공지능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까? (이에 대한 설문을 본지에서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에서 제안하는 극복 방법은 두 가지다. 해리슨 국장이 자기 휘하 수학자들에게 요구하듯 ‘숫자 너머의 것을 볼’ 능력을 갖춰 인간 고유의 경쟁력을 갖추든지, 도로시 본처럼 미리 공부하여 IBM 전문가가 되든지. 또 한 가지 생각할 것은, 기계가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 전까지 결국 인간의 경쟁상대는 항상 인간이라는 것이다. 숫자 너머의 것을 보려했던 캐서린도 결국 인간 수학자들보다 우위에 서 NASA에서의 근무를 이어갈 수 있었고 도로시 본 역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IBM 관리자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아직은 인간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그러나 ‘살아남으시려면 공부하세요’라는 결론이 못내 찜찜하다. 진실이긴 하지만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텅 빈 상식이기만 한 건 아닐까. 그래서 본지에서는 지난 두 달 동안 진행되어 2200여명의 독자들이 참여한 ‘가장 필요한 자격증’ 설문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CISSP 자격증을 기자가 실제로 취득하기 위해 도전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 한다. 응시료를 회사에서 지원해준다면 실제 시험을 한번 이상 볼 용의도 있다. 아직은 다른 IT 전문분야에 비해 ‘소수자’인 보안 담당자들의 사회적 삶이 어떻게 시작하는지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근데 마지막 문단 쓰고 보니 오늘 만우절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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