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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고의 직업과 최악의 직업 사이 2017.05.16

2017년 최고의 직업 4위는 정보보안 전문가
신문기자는 200위로 최악의 직업에 등극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보안 전문기자의 미래는?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미국의 취업 포털 사이트 커리어캐스트(careercast)가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7년 직업 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최고의 직업 10위 안에 정보보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직업이 6개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학자(1위), 오퍼레이션 리서치 전문가(3위), 정보보안 전문가(4위), 데이터 과학자(5위), 수학자(7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8위)의 순서다.

미국 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 활성화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STEM 교육연합(STEM Education Coalition)의 상임이사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은 2014년에 STEM 분야 직업들이 ‘내일의 직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커리어캐스트는 바로 그 ‘내일’이 올해가 됐다고 이번 보고서에서 밝혔다. 의료서비스 관리자(2위), 대학교수(6위), 직업치료사(9위), 언어병리학자(10위)가 나머지 상위 10위 내 직군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STEM 직군이 상위 직군을 거의 싹쓸이했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정보보안 전문가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STEM을 모두 종합한 직업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종합예술’과 같은 직업이라 말하기도 한다. 커리어캐스트 보고서가 “(통계학자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쪼개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마케팅, 금융, 정부, 스포츠, 의료 등 산업 전반을 아울러 필요하다”고 분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데이터를 다루고 지키는 정보보안 분야도 향후 다른 모든 산업을 포괄하면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고도로 숙련된 정보보안 전문가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자는 200개 직업 중에 200위에 올랐다. 정확히 말해서 신문기자가 200위, 방송기자가 199위다. 커리어캐스트는 근무환경 및 업무 스트레스, 성장가능성 등 세 부문에 대해 점수를 냈는데, 기자는 근무환경과 성장가능성이 ‘매우 나쁨’으로 나타났고 업무스트레스는 ‘매우 높음’으로 나타났다. 여러모로 최악인 셈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커리어캐스트는 “대중의 눈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상태로 촉박한 마감시한 아래 일하기 때문”이며 “수년간 이어진 광고 수익의 감소로 직업적 전망이 어두워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보다 상위에 오른 직업으로는 벌목꾼(198위), 징집 군인(197위), 해충 방제사(196위), 택시운전사(191위), 쓰레기 수거인(187위), 우편배달부(186위), 건설노동자(182위) 등이 있다.

그렇다면 정보보안 전문기자의 미래는 어떨까? 최고(4위)와 최악(200위) 사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마음은 4위인데 현실은 200위라고 판단해 IT 전문가를 찾아 상담했다. 내친 김에 웬만한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당장 들을 강좌 등록까지 마쳤다. 한두 달 안에, 아니 한두 해 안에 끝날 공부가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기자로서의 내 가치를 담보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 판단의 배경에는 ‘전문’(매체) 기자이지만 부끄럽게도 딱히 내세울 만한 전문성은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었다. 정보보안 전문가를 포함해 직업 순위 상위에 오른 STEM 직군의 특징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직업들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STEM 종사자들은 ‘고도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들이다. 반면, 최하위의 기자를 보자. 커리어캐스트의 설명도 틀린 건 아니지만, 기자가 직업으로서 가장 낮게 평가된 이유는 기자에게 필요한 전문성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기자가 되는 데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은 사회 여러 곳의 현안을 챙기고 이를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전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서의 직업적 특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런 ‘제너럴’한 기자 직업의 특성은 다른 것에 의해 쉽게 대체 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신문방송학 수업에선 ‘기자는 전문직인가, 아닌가’를 주제로 토론하기도 하고, 기자들이 스스로 전문가적 권위를 세우고자 배타적인 조직들(주로 ‘협회’가 붙은 조직들)을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의심 받아온 기자는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유례없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언론사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가 구글이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로 대부분 넘어간 데다, ‘로봇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미디어 홍수’라 불리는 시대에 제너럴리스트로서 생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의 직업적 고민은 스페셜리스트인 척 하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고민인 셈이다. 결론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다면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로 내렸다. 기사를 쓰면서 IT 기술을 배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일단 첫 발을 내딛었다. 특히, 정보보안 전문기자는 일반 독자가 급변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석을 제시해 공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이지 않은가.

컬럼비아대학 저널리즘스쿨 종신교수 새뮤얼 프리드먼(Samuel Freedman)은 저서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원제: Letters to a young Journalist)의 ‘저널리즘이 죽어간다는 거짓말’이란 챕터에서 “지적 호기심이 살아 있는 훌륭한 안목, 용기가 뒷받침된 취재와 탐사기획, 정확한 분석을 담보한 날렵하고 멋진 스타일의 글쓰기는 결코 낡아 빠지거나 유행을 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커리어캐스트 또한 보고서를 통해 “전문적인(trained, professional) 기자의 가치는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철저한 검토, 즉 신뢰도 높은 사실 보도를 위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보보안 전문기자는 이처럼 신뢰도 높은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정보보안이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사쓰기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전문기자의 전문성은 진실 보도와 공익 추구라는 저널리즘의 궁극적인 목표 아래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 특별해지기 위해 전문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이라는 공익적 축의 한 수행인으로서 전문기자가 존재한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일반 독자가 세상을 보는 데 ‘정보보안’이라는 믿을 만한 하나의 창(窓)이 되는 게 바로 최악의 직업이자 최고의 직업인 정보보안 전문기자의 역할일 것이라 믿는다.
[국제부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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