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하면 강요죄·통신매체 이용음란죄 적용
사이버 성 범죄를 주제로 삼아 정보보호 관점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성(性)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 상당히 많은 분량에, 내용 또한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간다는 방침인 만큼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호에서는 사이버 성문제 중에서 ‘강제추행’을 중심으로 정보화 시대의 성적 침해와 문제점들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컴퓨터와 각종 디지털 기기로 살아가는 이 시대에 사이버 성 문제는 예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성을 표현하는 정보의 규모는 커지고 쉽고 빠르게 확산하는 네트워크 환경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사람을 대상과 객체로 하는 성적 교란은 날로 비인간화한다.
사이버 성 범죄는 특별히 한정된 컴퓨터를 도구로 한다기보다 일상에 발생하는 성문제를 디지털기기로 더욱 교묘하고 치밀하게 전개한다는 점에서 굳이 구분하고 한정해서 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강제 추행
누군가를 성적으로 ‘심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우리는 흔히 성추행, 성폭력, 성희롱 등 다양하게 표현한다. 이것을 법률에서는 ‘강제추행죄’로 규정한다. 이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형법 제298조)하는 것을 말하고, 당연히 성적인 범주를 포함할 뿐 아니라 성적인 문제를 핵심으로 한다.
판례는 추행의 개념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의 성적 자유가 현저히 침해되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추행 행위라고 평가될 경우에 한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키스, 포옹 등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추행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여야만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1)
이렇게 판례가 강제추행을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행위’나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어야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는 태도는 언제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할 수 있고 명확하게 법을 적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법과 판례를 통해 강제추행의 개념을 정의해 보면, 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직·간접의 접촉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제로 신체적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폭행·협박이 수반되어 항거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먼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이때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약간의 힘(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 강약을 불문한다.2)
강제추행과 관련한 법률 규정과 처벌
형법상 강간죄의 성립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 하는 것이고(동법 제297조), 강제추행죄의 성립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하는 것으로(동법 제298조) 규정하고 있어 강간, 간음, 추행 등의 개념을 학설에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강제추행을 사이버의 성 관점으로 접근하면,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혐오감을 유발하는 글이나 영상 등을 발신하는 행위에서 위법성을 찾을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라는 명목으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우편·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이나 도화,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이버 성 추행에 대한 법률 적용
형법과 학설, 판례의 태도를 살펴보면 추행의 개념을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육체적 접촉행위’를 강제추행죄로 인정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육체적 접촉, 즉 사람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 만큼 중대성이 있는 육체적 접촉4)이 있어야 강제추행에 해당하고 육체적 접촉이 없이 성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행위는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분하는 경향이다.
물론 성적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단순 접촉(키스, 포옹)정도로는 추행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터넷 통신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음란한 정보를 전송해 위협을 가하는 행위, 예를 들면 나체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성적 모욕감을 주는 말을 하거나 손짓, 몸짓을 하는 행위에는 육체적 접촉이 없으므로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하지 않고, 형법상 강요죄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통신매체 이용음란죄에 해당하게 된다.
<글: 김연수_IT 칼럼리스트>
주석
1) 대판 1997. 1. 23. 97도2506 참조.
2) 대판 1994. 8. 23. 94도63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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