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보안, 그 끝이 없는 어려움에 대하여 | 2017.07.22 |
한 전문가 포럼에 참석해서 느꼈던 막막함...배움은 끝도 없고
‘헉 짓는 늙은이’ 되기 싫어...전문가 직강의 특권 더 누리기로 [이미지 = iclickart] 영화 속 레이먼은 불안할 때마다 ‘1루수가 누구야?’라는 고전 개그의 전문을 반복하여 중얼대는 자폐증 환자다. 그에게 그 개그 리사이틀은 기도문과 같은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꽃과 같은 존재감을 찾은 시 속의 ‘그’처럼, 나도 난해한 전문 분야의 간택을 받고 싶었다. 그 분야가 날 부르기 전이었으므로 난 그 자리에서 하나의 덩치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 전문 분야와 나는 서로에게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일 뿐이었다. 난 기도하고 있었다. 얼마나 속상한지 그 자리에서 처음 뵌 젊은 CEO 분에게 명함을 내밀 때 ‘기자’와 ‘보안’이라는 글자를 엄지로 공손히 가렸다. 무식해서 밥값도 못하는 기자라는 소개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유럽의 GDPR, 소문만 들리지 실체를 보지 못한 데브옵스라는 트렌드,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혁신 바람의 정체, 새롭게 부흥기를 맞은 리눅스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닌데 자폐증 환자처럼 한 자리에서 중얼거리며 꽃이 되지 못해 속상하다는 기도뿐이다. 언젠가 과학의 꽃은 끝없는 ‘자기 수정’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기 수정을 해나간다는 건 좋은데, 그게 끝없다면 도대체 진리를 찾아내는 분야로서의 과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코웃음이 이런 전문가 모임에 들릴 때마다 나에게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을 부단히 파악해가는 건 좋은데, 깨달음의 과정이 이리 지지부진이면 도대체 무슨 기사를 사람들 읽으라고 써낼 것인가? 오래전이지만 한 번은 면접 보는 자리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실수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답한 적이 있었다. 갸우뚱 의아해하는 면접관은 ‘배우기를 잘 하고 즐긴다는 뜻’이라는 해석에도 고개를 똑바로 들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할 땐 잘 해야지, 라는 그분의 말엔 혀 차는 효과음이 섞여 있는 듯 했다. “일단 회사에 와서 일하는 거면, 잘 하는 게 중요해요.” 동의해봤자 늦었고, 그 때 그 허세 섞인 답은 또 다른 실수가 되었다. 다행히 그 기억이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앉아 있는 게 어디야’라는 ‘노오력의 자기 위안’을 털어내게 했다. 잘 해야지. 잘 해야 돼. 후배인 오 기자도 하고 많은 자리 중 바로 옆에 앉아 저렇게 뭔가를 열심히 보란 듯이 적으며 선배를 압박하는데. ‘전문가 모임’이라는 말에 생각이 가서 닿는다. 기자란 ‘뭐가’ 전문분야인 사람인 걸까? 뭔가를 잘 쓴다고 하기엔 문인들이 그쪽 방면에선 더 전문가다. 자기가 맡은 분야를 전문가 수준으로 잘 알기엔 교수님들이나 실무자들을 쫓아갈 수가 없다. ‘고발’을 전문으로 하기엔 아직 세상을 크게 볼 시야가 한없이 부족하다. 요즘의 흔한 인터넷 기사들처럼 ‘...알고 보니, 헉!’하는 제목 달아 ‘클릭 팔이’하는 게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기자의 전문성인가. 답이 없다. 이 어려움 가득한 분야가 내게로 와 꽃이 되지 않으면 ‘헉 짓는 늙은이’가 될 것 같다. 공부를 해야겠다. 자기 수정이 필요하다. 애꿎은 옆자리 교수님께 속삭인다. ‘기본 지식이 될 만한 책 한권 추천해 주세요. 공부 좀 해올게요.’ 교수님도 속삭이신다. ‘아직 이 분야는 좋은 책이 없어요. 그냥 날 잡아서 저한테 오세요. 다 가르쳐 드릴게요.’ 다시 건너편 CEO분께 슬금슬금 접근한다. ‘이거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답이 나오나요?’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사무실로 오세요. 제가 다 가르쳐 드릴게요.’ 회의와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내가 알아들은 유일한 답들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갈 곳이 생겼다는 것에 마음이 슬쩍 놓이려고 한다. 누군가 나를 가르쳐 줄 마음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자기 수정이란 것이, 전문가에 의한 ‘타력 수정’에 비해 얼마나 무거운 부담이었던 것인지 훨훨 느껴진다. 타력 수정으로 방향을 전환하니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이 정해졌다. 그 날 받았던 명함들을 품속에서 다시 꺼내 순서를 바꿔 쌓았다. 찾아갈 분들의 것을 제일 위에 놓았다. 잊어버릴까봐 동그라미까지 쳐 표시를 남겼다. 다음주엔 전화를 돌려 약속을 잡자, 지금 이 새로운 순서대로.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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