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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개발 K-9 자주포, 이번만큼은 ‘속병’을 고칠까 2017.08.21

육군 포병전력의 핵심화력으로 해외로 수출되는 명품 무기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점검 통해 ‘완전체’로 거듭나야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최근 발생한 강원도 철원 K-9 자주포 화재 사고는 여러 모로 착잡한 뉴스가 되고 있다. K-9 자주포는 육군 포병전력의 핵심 화력이자 국산무기의 대표주자로서 해외로도 수출되는 ‘명품 무기’라서 더욱 안타깝다. K-9은 90%가 넘는 명중률로 첨단 자동사격통제장치와 급속, 분당 6발 사격 기능 등을 갖춰 북한 포병 대응전력으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37억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10억 달러), 2014년 폴란드(3억10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핀란드(1억4500만 유로), 인도와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특히, 독일 러시아 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군사대국과 나란히 수출경쟁을 벌이고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지=iclickart]


장사정포, 방사포 등 북한에 비해 열세인 포병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10년간 개발돼 지난 2000년부터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현재 최전방 전선에 500여 문 이상 실전 배치돼 있다. 전 군에 약 1000여문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진다. K-9의 큰 매력은 ‘집중력’과 ‘속도’에 있다. K-9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TOT 사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포병사격 때 많이 쓰이는 말인데 ‘Time On Target’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TOT 사격은 동일 시간에 모든 포탄을 같은 목표에 떨어뜨리는 기술이다. 이는 포신각도 조정 등으로 같은 목표물에 사격한 탄들을 동시에 맞추는 엄청난 기술이다. 최대 3발의 TOT 사격이 가능하다. K-9은 사거리 40km일 때 오차반경은 320m에 불과하다.

북한의 170mm 포의 경우 40km 사거리에 1.22km의 오차 반경을 가진다. 최대 40km 장거리 사격이 가능하고 사거리 연장탄이나 활공탄을 사용할 경우 사거리는 더욱 늘어난다. 발사속도도 압도적이다. 분당 2~3발 위급시 3분간 6~8발 사격이 가능하다. 매우 위급할 시에는 15초안에 3발의 사격이 가능하다. 이런 빠른 발사 속도 때문에 세계 정상급 자주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K-9은 이런 ‘빼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몸살’을 앓아왔다. 첫 번째 ‘사고’는 지난 1997년 12월 시제 1호기 화력성능 시험에서 탄이 발사되지 않고 내부가 화염에 휩싸여 연구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시제 1호기 K-9 자주포의 최대발사속도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시제 1호기는 오전에 32발 등 총 424발을 쏜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오후 시험에서 첫 발이 발사됐고 9초 뒤 두 번째 탄이 발사됐다. 이어 세 번째 탄이 발사돼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탄이 발사되지 않았다. 

시제 1호기 자주포 뒷문에 불꽃이 비쳤고 이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자주포 내부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탄약수가 가장 먼저 탈출한 데 이어 ADD 소속 부사수와 포반장이 자주포 밖으로 뛰쳐나왔다. 부사수는 등에 불이 붙은 상태로 땅바닥에 몸을 굴렀다. 가장 늦게 화염을 뚫고 탈출한 이는 사수를 맡은 방산업체 직원 정동수 씨였다. 탄이 들어가는 약실에 새로운 장약을 장전한 상태에서 이전 탄에서 미처 연소되지 않은 추진체 찌꺼기에 불이 붙어 일어난 사고였다. 심한 화상을 입고도 “다른 사람들은 다친 데가 없느냐”고 묻던 정 씨는 사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34세의 나이. 부인과 어린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철원 K-9 화재사고도 운용 미숙과 같은 인재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군 내부에선 이번 사고가 K-9을 개발 중이었던 1997년 12월 당시 사고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상황도 두 번째 탄을 쏜 뒤 세 번째 탄이 발사되지 않았고 갑자기 자주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와 거의 유사한 패턴일 가능성이 있다. 당시는 약실에 새 포탄을 장전한 뒤 이전 탄에서 남아 있던 장약(포탄을 날려 보내는 추진 화약) 찌꺼기에 불이 붙어 새 탄의 장약으로 옮겨 붙은 게 원인이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에는 장약이 불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다. 문제의 K-9은 2012년 전력화된 것으로, 약 120발의 사격 기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9은 지난 2009년 이후 잇따라 불량이 발생하고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되는 등 잡음이 계속됐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에는 해병대에 배치돼 있던 K-9 자주포 6문 가운데 2문이 피탄에 의해 일부 장치 손상으로 작동하지 않아 대응 포격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북한 포탄이 자주포 인근에 떨어진 충격으로 전자식 표적감지기가 망가져 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북한군의 대응포격으로 K-9자주포 근처에 포탄이 떨어진 것이 당연한 것인데, 피탄 충격으로 예민한 전자장치가 고장 나 포를 쏠 수 없었다는 것을 두고 ‘K-9이 덩치값 못한다’는 국민적 비난 여론도 거셌다.

그리고 지난해 국정감사 땐 최근 5년간 1708회의 고장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고장률’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고 주장한다. 1000여 문 이상 생산된 K-9이 5년간 1700여 회 고장났다면 한 문에서 5년 동안 2번 미만 고장을 일으켰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가용도 5년 정도 타면 연간 1~2번은 크고 작은 고장이 생기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번 K-9 사고는 예사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운용기술 문제가 아니라 연기가 새어 나오고 화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자주포 자체의 구조적인 결함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K-9은 현재 북한에 맞서는 포병의 주력 무기인 만큼 빨리 결함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북한의 국지도발이 예상되는 연평도와 전방에 집중 배치돼 있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현재 군 당국은 “자주포의 안전 진단과 사고 원인의 규명이 끝날 때까지 교육훈련 목적의 K-9 사격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방과 작전부대의 K-9 자주포 운용은 변함없이 진행되지만 그밖에 모든 K-9은 운용이 잠정 중단되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내년부터 K-9 자주포의 성능 개량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K-9 자주포가 개발된 지도 20여년이 돼 간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완전체’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한국 방위산업의 꽃으로 통했던 K-9 자주포의 ‘속병’이 꼭 고쳐졌으면 한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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