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비트코인과 세계 경제, 이스라엘과 신뢰의 금융, 그리고 보안 2017.09.05

비트코인, 출발부터 탈중앙화의 철학 위에 서...큰 변화 일으킬 것 예상
보안, 식상한 일도 꾸준히 해내면서 창의력 발휘할 수 있어야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이스라엘 재무부 내 CERT 팀을 이끄는 미카 바이스(Micha Weis)와 명함을 교환하는데, 자신의 명함에 적힌 단어 하나에 보이지 않는 밑줄을 주욱 긋는다. Continuity다. 그의 직책이 Director of Cyber & Finance Continuity Center인데, 이 ‘지속성’이란 뜻의 단어가 CERT팀의 진정한 할 일이라는 제스처다. 무슨 뜻이냐는 의미를 담아 쳐다보니 설명을 잇는다.

[이미지 = iclickart]


“사이버 사건이 벌어지면 혹은 사이버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있어 양쪽을 다 보는 게 저의 일입니다. 보안에 관한 결정을 사이버 보안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내린다면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에요. 저희는 재무부에 소속된 CERT이니 금융적인 측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든 결정엔 기술적인 요소와 금융 산업적인 요소가 합쳐져야 합니다. Cyber + Finance 가 CERT랄까요.”

그래서 미카 바이스 CERT 팀장은 보안을 담당하긴 하지만 시장과 경제 문제에도 전문가이다. 아니, 시장과 경제의 측면에서 사회 전반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보안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는데 자꾸만 사회 문제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최근엔 같은 이스라엘인 작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의 두 번째 책인 ‘호모데우스’를 두 번이나 읽었단다. “요즘은 상어들이 통제하는 세상이라고 나와 있어요. 이 상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자기들끼리 뭉친다고 하죠. 그리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상어가 만든 세상에서 통제받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지금 우리는 큰 사회적 진화의 시작점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뭔지 뚜렷하게 감이 잡히진 않지만 미카 바이스가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5~10년 사이에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지 않을까, 그는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비트코인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책으로 나온 것으로 ‘탈중앙화’이라는 철학을 기술로 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기 전에 이 ‘탈중앙화’를 조금 짚고 가야 한다. 2008년 세계는 대 경제 위기를 겪었다. 지구에 발 붙이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집안 살림이 나빠지고, 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류 화폐 혹은 신용화폐(fiat currency)라고 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쓰는 돈의 가치가 급속도로 하강했다. 중앙은행들은 돈을 찍어내기 시작했고, 환율은 경쟁적으로 내려갔다. 환율이 내려가야 옆 나라 상품보다 우리나라 상품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우리나라 화폐의 가치를 떨어트리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돈이 상품인 은행들의 사정이 엉망이 되었다. 은행을 구제해야 했다. 그 부담은 시민들에게 넘어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래의 세금 납부자들에게 돈을 빌려 쓰는 꼴이 됐다. 당연히 사회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화폐 가치 하락의 문제는 곧바로 사회 문제로 이어졌고, 2017년인 지금도 이 악영향에서 제대로 벗어난 국가는 거의 없다. 화폐 가치를 계속 떨어트려 경제의 바퀴가 멈추지 않도록 억지로 굴리는 이 행위가 앞으로 어떤 사태를 불러일으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불안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연히 기존의 화폐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상어들’ 몇몇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둘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다가 세계 경제가 이 꼴이 났으니까. 그래서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omoto)라는 개발자가 고안한 것이 아무런 중앙통제 장치가 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안전한 금융 시스템이고, 그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이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으로 시작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 기술은 처음부터 오픈소스였다. 모두가 참여하라는 뜻이 여기에도 배어 있다.

“어쩌면 비트코인의 출현은 우리에게 정치가 필요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지요”라고 바이스는 농담을 던진다. 최근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바이스는 “아직 그걸 논할 만한 기술적인 배경이 나에게 없다”면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통제를 하는 순간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이 아니게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도박 혹은 투기를 방불케 하는 지금의 비트코인 시장 현황을 물어보니, “시장이 안정되어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렇다면 권력이나 중앙 통제 시스템에 대한 이 만연한 불신을 우린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물었다.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위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니 말이다. “비트코인이 가까운 시일 안에 주류 통화가 될까요? 전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블록체인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것은 분명합니다. 금융 산업이 암호화폐로 고민하는 것은 그 첫 사례일 뿐이죠. 정부나 중앙은행 등은 이런 기술의 발전과 적용에 있어 통제(control)가 아니라 지원(support)을 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있어서만 개입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또 “신뢰란 것이 신기술 하나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짚는다. “신뢰 회복은 클리셰 같은 일이라도, 식상한 행위라도 해야 할 것을 진득하게 계속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 같은 기관에서는 보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각 CEO들에게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가 일하는 곳이 이스라엘의 금융감독원 같은 곳인데, 저희는 CEO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책임도 묻습니다. 사고 나면 책임지라는 의미라기보다는, 각 CEO들이 보안에 대한 나름의 조치 사항을 일정하게 보고할 책임을 주는 것이죠. 그런데 이 CEO들의 보고를 듣고 있으면, 보안에 대해 정말 잘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질문을 하면 답을 잘 못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돌아가서 보안 전문가들을 옆에 두고 일을 하기 시작하죠.”

즉, 금융감독원의 CERT로서 판단하거나 벌을 주려는 게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이러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럴 때 보안 인식이나 실제 지식 수준의 향상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일어납니다. 제가 CERT에 있으면서 숱하게 봐온 것이기도 합니다. 뭐가 잘못됐는지 알려주고 교육하는 것, 그렇게 정부 기관으로서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더라고요. 물론 CISO들이 같이 배울 준비가 되어 있으니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창의력 발휘’다. “이스라엘에서는 온라인 뱅킹으로 해외 송금을 할 때마다 은행의 확인전화를 받아야 합니다. 해커가 돈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인구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기도 한데요, 이 때문에 해커들로서는 해킹에 성공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게 무척 어려워집니다. 그밖에 다른 보안 절차도 있는데 보안 상 알려드리기는 곤란합니다.” 그러나 사용자로서는 불편한 일이 아닐까? “근데 생각보다 이 보안 절차가 까다롭지만은 않아요. 불편함은 금융 기관이 가져가야죠. 대신 안전함을 되돌려주고요. 안전함과 편안함을 사용자에게 다 주려면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보안은 하던 일을 꾸준히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죠.”

비트코인이든 블록체인이든, 그것이 주류가 되든 비주류로 남든, 중요한 건 새로운 현상들을 뿌리부터 알아가는 것이라고 바이스는 강조한다. “왜 비트코인이 생겼는지, 어떤 철학과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지, 어떤 방향과 기술을 덧입어 발전하는지를 공부해가는 것이 보안 전문가들의 할 일입니다. 그래야 놀라지 않고 나와 내 조직과 사회를 지킬 수 있거든요. 그렇기에 아마 사회의 많은 부분이 변하겠지만, 보안 전문가는 실직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We are here to stay, you know.”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